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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딘디버그 May 03. 2016

신데렐라 이야기 아니라고

EPL 레스터 시티 우승을 보면서

오늘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보면서 느낀 것은 


신데렐라의 감동 스토리인 것 마냥 떠들어대는 소란스러움에 대한 짜증이었다.

물론 나도 레스터 시티를 응원했지만. 한편으로는 '또 우승하면 신데렐라 니 감동스토리니라고 말하겠네'라는 우려를 가지고 있었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나니 조금은 씁쓸하다.


지금의 레스터 시티의 우승을 대하는 태도는 마치, 우리가 그토록 경멸하는 '노오력'을 떠올리기에 충분하다. 비단 이번 레스터 시티의 우승은 '만년 하부리거들의 감동 스토리', '명장의 리더십', '벽돌공이자 8부리거 출신의 공격수 제이미 바디의 인생 역전 스토리', '마레즈, 캉테, 바디의 3각 편대의 무서움', '팀 스피릿의 승리' 등으로 포장할 수 없는 근본적인 이유가 깔려있다. 무엇보다 먼저 EPL 중계권료를 살펴보면 잘 알겠지만, 2016~2019년까지 세 시즌 동안 벌어들인 중계권료는 8조 9000억 원이다. 아직까지 그 중계권료가 어떻게 배당이 되었는지 까지는 모르겠지만, 2013-2014 시즌 중계권료 수입을 보면서 감이 왔다. EPL 최하위 팀의 중계권료 수입이 933억으로 집계됐다. 이는 세리에 A, 라리가, 리그앙, 분데스리가에서 군림하는 빅클럽들보다 더 높은 수치다(심지어 뮌헨, ATM, 로마, PSG보다 높다.) 그로 인한 재정적 여유. 두 번째는, FFP제도로 인해 빅클럽들의 영입자금이 어느 정도는 묶여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다. 왜 레스터 시티의 이야기가 EPL에서 나올 수 있었는지 충분히 짐작이 갈 것이라고 생각한다.(세리에, 분데스리가, 라리가는 이미 예전처럼 빅클럽들이 제 순위에 자리하고 있다.) 

내가 정말 말하고 싶은 것은 단순히 이번 레스터 시티의 이야기가 신데렐라의 이야기가 아닌, 어느 정도 구조의 뒷받침 하에 이루어졌다는 이야기이다. 이런 이야기를 모든 문맥 자르고 단순히 신데렐라의 이야기로 포장하는 것, 바디라는 개인의 성공에 초점을 두는 것(특히, 언론에서 바디는 연습벌레라고 떠들고 있지 않은가?) 아직도 성공하지 못하는 사람은 노오력이 부족했다고 이야고 하고 싶은 건가 싶다. 물론 언론들이 그런 프레임을 의도해서 썼다고는 단정 지을 수는 없겠지만, 이미 그들은 사회 구조 안에서 어느 정도 지위를 갖추고 있는 사람들이기에..(나는 무의식적 이데올로기와 헤게모니를 믿는 편이다.)

 사람이 만들어낸 게임(산업?)인 축구 안에서도 구조의 뒷받침이 성공을 이끌어가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아직도  누군가는 너희들의 노오력이 부족해서 그렇다고 말하는 것을 보면 씁쓸하다. 레스터 시티의 우승이 분명 힘든 사람들에게 힘이 될 수는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걸 보고도 이런 생각을 하는 나도 참.. 피곤하게 사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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