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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즐거운 고리 Sep 04. 2022

글쓰기 수업에 가요

교과서에 실린 수필의 저자가 우리 선생님이시라니!



글쓰기 수업의 첫 시간. 떨리는 마음으로 도서관에 들어섰다. 집에서 걸어서 코 닿을 거리에 있는 이곳은 나에게 휴식처이자 놀이터이다. 어쩌다가 집 밖에 나갈 일이 생겼다면 십중팔구는 도서관에 신청해놓은 책이 왔다는 연락을 받은 경우이다. 이런 도서관 덕후지만 도서관에서 하는 수업을 들을 기회는 별로 없었다. 이번에는 일을 쉬고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잘 선용해야지!


일을 쉬는 동안 글쓰기에 관심이 생겼다. 유튜브에 우연히 떠도는 경제적 자유 등과 관련된 수많은 N잡들에 관한 이야기와 무관하다고는 못하겠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책 리뷰를 쓰면서 글을 잘 좀 써 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긴 게 더 큰 이유였을 거다. 책 리뷰를 겨우 쓰고 있던 나에게 에세이는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같은 도전이었다. 


에세이가 쓰기 어려운 이유는 아무리 읽어본 적 있는 에세이가 별로 없는 나였어도 이 장르가 자신을 드러내야 하는 장르임은 알기 때문이다. 나를 드러낸다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두렵고 무서운 일이 아닐까? 그럼에도 이렇게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을 드러내는 글쓰기를 하기 위해 배우고 글을 공유하고 서로 피드백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니 참으로 이상하면서도 신기하다. 그 이상하면서도 신기한 사람 중에 내가 있다. 


글쓰기 수업의 인기는 역시 대단했다. 일찌감치 마감되고 대기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15명이 정원이었고 첫 시간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도서관 직원분이 주시는 글쓰기 교재를 받으면서 활짝 웃고 계신 선생님을 보았다. 우리 선생님은 예전 국어 교과서에 수록된 '신호등'을 쓰신 홍미숙 작가님이셨다. 출간한 책만 10권이 훌쩍 넘는 선생님은 벌써 여러 해 째 도서관에서 이 수업을 진행하고 계시면서 매년 여러 명의 작가들을 배출해내고 계셨다. 에세이가 어떤 글인지 그저 궁금하고 온라인이 아닌 오프라인으로 배울 수 있는 기회가 좋아서 신청한 것뿐이었는데 이렇게 훌륭한 작가님이 나의 선생님이시라니 정말 심봤다. 


첫 시간에는 나에 대해 글을 쓰는 시간을 가졌는데, 나를 찾는 중이던 나는 적잖이 당황했다. 나에 대한 어떤 글을 써야 하는 걸까? 고민에 고민을 하다가 여전히 나를 찾고 있다는 내용의 에세이도 아닌 이상한 다짐글을 썼다. 학교를 졸업한 이후에 처음 써본 원고지 글일 거다. 아마 앞으로 글을 쓸 때마다 무엇에 관한 글을 써야 할지 계속 고민을 하게 되겠지. 선생님께서는 글을 쓰다 보면 모든 것들이 글감이 되는 것을 발견할 거라고 하셨는데, 아직 그런 경지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여전히 매일 무슨 글을 써야 할지 고민을 한다. 빨리 글감이 나에게 글을 써 달라고 아우성치는 것을 보게 될 날을 기다려본다. 



#책과강연 #백일백장 #홍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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