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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륙의 소박한 도시 뽀삿, 뽀삿주

캄보디아 도보동서횡단의 중간 지점, 하루 58km 걸었던 기억

by 김쫑

뽀삿은 특별히 내세울 것이 없는 도시라서 그런지 누구는 뽀삿을 특색 없는 도시라고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뽀삿은 나에게는 특별한 도시다. 그것도 무척 힘들었던 기억으로.

2019년 2월 말 태국 국경을 출발하여 프놈펜으로 걷기 시작한 나는 5일 차 가장 먼 거리인 58km를 걸어 뽀삿에 도착하는 일정이었다. 10일간 420km의 일정 중에서 가장 긴 구간이었다. 아침 5시에 출발하여 쉬지 않고 걸었다. 하지만 50km를 넘기면서 두발은 천근만근이고 해는 넘어가고 몸은 지칠 대로 지쳤다. 가로등도 없는 한적한 도로를 계속 걸어야 했다. 거의 초주검이 되어 밤 7시 반에 뽀삿 시내에 도착했다. 시내 초입에 보이는 게스트하우스에 들어가 그대로 누워버렸다. 밥 먹을 힘조차 없었던 나는 다행히 다음날 아침 다시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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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의 아유타야 왕국에 패배한 앙코르 제국은 시엠립을 포기하고 프놈펜 인근으로 수도를 옮긴다. 계속되는 태국의 공격을 막아낸 영웅, 앙코르 제국의 마지막 전쟁 영웅 ‘Oknha Klang Meung‘은 뽀삿에서 장열히 전사한다. 망해가는 앙코르 제국은 그에게도 역부족이었다. 뽀삿의 슬픈 역사다.

뽀삿은 프놈펜으로 가는 5번 국도의 중앙에 위치해 있다. 시내를 반으로 가르며 흐르는 데브라 강은 폭이 넓지 않다. 북쪽으로 길게 이어진 강물은 돈레삽과 만난다. 강폭이 좁은데 중간에 작은 섬이 있다. ‘꺼썸뻐으미어섬’. 섬이라고 하기 민망할 정도지만 배 모양으로 섬 둘레를 꾸며 무척 아름답다. 이곳은 주청사를 비롯하여 관공서가 몰려 있고 매일 밤마다 야시장이 열려 많은 사람들이 모인다. 뽀삿에서 가장 번화한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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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썸뻐으미어섬


뽀삿에서 캄보디아의 특별한 것을 찾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특별한 것이 없다고 특별한 감정이 없는 것은 아니다. 내세울 것이 없다 보니 소박함이 느껴지는 도시다. 수상마을 껌뽕루앙을 찾기 위해 다시 왔을 때도 역시 편안함이 느껴졌다. 껌뽕루앙은 뽀삿 시내로부터 35km 떨어져 있다. 천여 가구가 사는 큰 수상마을이다. 국도에서도 한참 더 들어가 돈레삽에 있는 마을이다. 거리가 좀 멀지만 껌뽕루앙까지 20달러에 툭툭과 흥정했다. 느긋하게 달리는 툭툭에서 주변 경관을 즐기며 가는 것도 좋은 여행이다. 숯을 만들고 있는 풍경도 보인다.

캄보디아 시골이나 작은 도시는 가스가 없다. 대부분 숯을 사용한다. 그래서 식당도 다 숯불구이 요리다. 숯을 싣고 다니는 경운기는 어디서나 쉽게 눈에 뜨인다. 언젠가 만났던 숯 파는 아버지와 아들이 기억난다. 경운기에 숯을 가득 싣고 이 동네 저 동네 다니는데 아이는 열서너 살 정도다. 아버지를 돕는 모습이 기특하지만 아이도 학교를 왜 아니 가고 싶겠는가? 캄보디아는 생계를 위해 이렇게 부모를 돕는 아이들이 아직도 많다. 아이들은 학교를 다니다가 그만두기도 하고 아주 가난한 집은 학교 문턱에 가보지도 못한다. 나는 경운기 위 숯더미에 앉아있는 아이와 대화하면 숯의 가격을 물어보았다. 큰 쌀자루 크기의 숯이 ‘쓰리돌라!’(3$)라고 외치던 아이의 목소리가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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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파는 아버지와 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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숯 굽는 모습


뽀삿은 돈레삽과 많이 떨어져 있어 농사가 주업이지만. 돈레삽과 가까이 접한 곳이 있다. 그곳이 끄러꺼다. 끄러꺼에서 껌뽕루앙 수상마을까지는 4.5km. 껌뽕루앙 가는 길가 집의 모습은 최빈국의 모습 그대로다. 울퉁불퉁한 흙길을 달리는 툭툭이 심하게 요동친다. 껌뽕루앙에 도착한 나는 눈앞에 펼쳐진 수많은 수상가옥에서 버려진 오물들, 오염된 강물에 놀랐다. 강가라고는 하지만 오염의 상태가 너무나 심각했다. 그 물가에서 아이들이 놀고 있다. 그들이 버린 오물은 다시 그들에게 돌아갈 텐데.. 돈레삽에서 잡아 올린 조개를 내리는데 썩은 냄새가 진동을 한다. 이 조개는 길거리에서 많이 본다. 살짝 데친 후 양념에 무쳐 양철판 위에 놓고 판다. 뜨거운 햇빛에 양철판의 열기가 더해지니 그대로 익는다. 먹으면 꼭 배탈 날 것 같은데 캄보디아 사람들은 잘도 먹는다. 이곳 돈레삽의 오염은 특히 심하다. 수상가옥이 천여 가구나 되니 그렇다고는 하지만 먹고 그냥 버리는 인간의 탐욕이 낳은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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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레삽의 조개채취


보트를 타보라는 꼬맹이의 권유에 못 이겨 작은 배를 타고 수상마을에 더 가까이 가봤다. 강물이 더러우니 배가 나가며 튀기는 물도 신경이 쓰인다. 가까이에서 본 수상 마을 주변도 별반 차이 없다. 엄청난 비가 쏟아져 모든 쓰레기를 다른 곳으로 떠내려가게 하는 것이 유일한 방법일 텐데 비에 떠밀려 다른 곳으로 간다 한들 쓰레기 아니겠는가?

수상가옥이라고 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어떤 집은 꽤나 부유해 보이기도 하고. 수상가옥에 매달린 배는 일종의 자가용인데 집의 규모에 따라 천차만별이다. 배 없는 집도 많다고 꼬맹이가 덧붙인다. 내가 탄 배는 수상 마을 골목골목을 누볐다. 수상가옥 가까이 가 그들 사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사람 내장 속을 들여다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애써 피한 눈은 자꾸 집 주변에 떠돌고 있는 오물에 눈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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꼼뽕루앙 수상마을


껌뽕루앙은 캄보디아 수상마을의 현실을 잘 말해주고 있다. 캄보디아의 쓰레기, 환경오염의 문제는 먹고사는 문제에 가려 뒷전이지만 언젠가는 큰 재앙으로 닥칠게 뻔하다. 돌아오며 보이는 국도변의 쓰레기를 보니 말문이 막힌다. 사람을 가득 태운 금방이라도 멈출 것 같은 오래된 차량의 모습과 오버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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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명도 넘게 탄 봉고 짐차


시내로 돌아와 뒷골목을 걷자니 이곳도 쓰레기가 여기저기 만만치 않다. 그나마 요즘 대도시에는 분리수거 쓰레기통이 하나둘 보이니 다행이다. 걷다가 집이 꽤 크고 예쁘기에 담장 너머 집안을 기웃거리는데 나이 지긋한 할아버지가 날 보더니 중국 사람이냐고 묻는다. 들어오라고 해서 안으로 들어갔다. 중국에서 온 거라며 며느리가 차를 내왔다. 며느리는 캄보디아 사람이다. 마당에 주차한 SUV 렉서스와 도요타 차량을 보고 꽤 잘 사는 것 같았지만 집안은 의외로 수수했다. 할아버지는 캄보디아에서 태어나 캄보디아 국민이지만 본인을 중국인이라고 소개했다. 흔히 화교가 상술이 좋다고 하지만 부지런하기도 하다. 중국인의 캄보디아 역사는 청나라에 패한 명나라 군사 세력의 일부가 캄보디아로 오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프랑스보호국 시대에 화교들이 협회를 조성하면서 전국 상권을 장악할 정도로 세력이 커졌다. 크메르루즈는 그런 중국인을 자본가로 매도하며 학살하였다. 1989년 새 정부가 들어서며 사유재산과 상업활동을 인정함에 따라 중국인들은 다시 캄보디아의 상권을 장악하게 되고 최근에는 캄보디아, 중국의 밀월 관계로 중국 자본이 물밀듯이 들어오고 있다.

오랜 세월 고난을 견뎌낸 화교들의 저력이 꼭 돈만은 아니다. 할아버지는 자신이 살아온 시간을 얘기하고 싶어 했다. 나는 할아버지 표정을 보고 대략 짐작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대화를 받았다. 할아버지는 중국말을 전혀 못하는 할아버지는 자기는 중국 사람이라고 말할 때는 또박또박 중국어로 말했다. 나는 생각했다. 할아버지는 캄보디아 사람인가? 중국 사람인가?

캄보디아는 가로등이 많지 않다. 뽀삿이 뽀삿주의 주도이지만 해가 지면 시내는 어두워진다. 나는 프놈펜에 오갈 때 자주 가던 식당으로 향했다. 꼭 뽀삿 시내에서 점심을 먹었다. 식당 이름은 ‘멀룹스와이’. 뽀삿 기차역 맞은편 도로가에 있다. 이곳은 항상 사람이 많다. 크메르 식당이지만 한국사람 입맛에 맞는 음식도 많다. 오래전 이곳은 망고나무 숲이었다고 한다. 망고나무숲 그늘이라는 캄보디아말이 식당 이름이 되었다. ‘스와이’는 한국말로 망고, ‘멀룹’은 그늘이라는 뜻이다. 갈비구이와 닭튀김에 시원한 앙코르 맥주로 목을 축이는데 뽀삿의 느낌이 달리 온다. 주변에 볼 게 없어도 음식이 좋으면 기억에 남는다. 나의 테이블에는 앙코르맥주병이 쌓여가는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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캄보디아 식당 메뉴


뽀삿은 내가 살고 있는 시소폰과 프놈펜의 딱 중간이다. 2년간 캄보디아에 살면서 프놈펜에 자주 갔다. 프놈펜에서 내려오다 보면 뽀삿을 상징하는 도자기가 보인다. 그럼 나는 멀룹스와이 식당이 떠오르고 입안에는 군침이 돌기 시작한다.


● 뽀삿은 어떤 곳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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뽀삿주는 돈레삽에서부터 남쪽 태국 해안까지 길게 늘어져 있다. 면적도 캄보디아에서 네 번째

로 크다. 하지만 인구는 많지 않아 주 전체가 40만 명 조금 넘는다. 뽀삿주의 주도 뽀삿시는

프놈펜으로부터 186km 떨어져 있다. 관광지로서는 볼거리는 많지 않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농업에 종사한다. 프랑스보호국 시대부터 재배하기 시작한 오렌지가 유명하다. 프놈펜~포이 펫~태국으로 가는 북부선 철도는 뽀삿시가 중심지다. 돈레삽 껌뽕루앙에는 만 명이 넘는 수상가옥 주민들이 살고 있는데 이곳은 수상마을로서는 캄보디아에서 가장 규모가 크다.


sightseeing


▲ 꺼썸뻐으미어섬

껌뽓 시내 중앙을 남북으로 흐르는 데브라강의 중간에 있는 작은 섬이다. 섬 전체를 배 모양으로 만들어 멀리서 보면 큰 배가 떠 있는 모습이다. 섬 안에는 작은 사원이 있다. 이곳은 뽀삿시의 중심 지역으로 주청사가 있다. 저녁때마다 야시장이 열리고 많은 사람들이 나와 산 책을 한다.


▲ 껌뽓의 상징물, 도자기

뽀삿의 상징물도 도자기다. 도자기 상징물은 시내로부터 4km 정도 떨어진 도로 중앙에 있다. 프놈펜에서 뽀삿을 오다 보면 제일 먼저 만난다. 껌뽕츠낭의 도자기에 비해 크기도 엄청 크지만 예술성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 뽀삿 박물관

시내 중앙을 흐르는 데브라강 다리 앞에 있다. 크메르 전통 양식의 건물로 멋진 외관을 자랑한다. 보수 공사 중으로 오랫동안 문이 닫혀 있다.


▲ 껌뽕루앙 수상마을

시내에서 프놈펜 방향으로 25km 떨어진 끄라커까지 가서 다시 돈레삽 방향으로 4.5km 안쪽으로 들어간다. 천여 가구가 넘는 큰 수상마을이다.


tour


▲ 자유 여행

도시가 크지 않아 하루 일정으로 툭툭을 이용하면 다 볼 수 있다. 껌뽕루앙 수상마을까지도 갔다 올 수 있다.


▲ 돈레삽 수상마을 유람 쪽배

돈레삽 껌뽕루앙 수상마을 입구에 도착하면 호객을 하는 사람이 많다. 배는 대체로 작다. 한 시간 정도로 수상마을을 돈다. 1인당 5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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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내에는 호텔과 게스트 하우스가 많다. 가격은 천차만별이다. 싼 게스트하우스는 시설이 좋지 않다. 대체로 깨끗한 곳은 일박에 15~20달라. 현지에서도 충분히 숙소를 구할 수 있다


dining


▲ 크메르 음식

시내의 크메르 식당은 다양한 캄보디아 음식을 제공하고 있어 입맛에 맞게 골라 먹을 수 있다. 뽀삿 철도역 맞은편에 있는 식당 멀룹스와이가 유명하다.


▲ 커피숍

도시가 크지 않아 카페나 레스토랑이 많지 않다. 커피숍에서도 식사가 되나 대부분 크메르 음식이다. LaGOSY, ZARA


transportation


▲ 시내

툭툭, 모토가 있다. 하루를 이용하고 먼 곳까지 가고 싶다면 15~20달라에 흥정이 가능하다. 캄보디아 지방 도시에서 툭툭을 하루 8시간 탄다는 가정 하에 20달라를 넘지 않는다. 다만 먼 곳을 가야 한다면 추가 5달러 수준에서 흥정하면 크게 무리가 없다.


▲ 도시 간 이동

뽀삿은 태국으로 가거나 프놈펜으로 가는 중간에 있는 도시다. bayon vip, mekong express, virak buntham, capitol bus 등 많은 버스가 지나간다. 다만 인터넷 예약이 안 되므로 시내의 버스회사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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