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캄보디아의 솥, 바탐방

끝없이 펼쳐진 곡창지대

by 김쫑

캄보디아의 곡창 지대인 바탐방주는 쌀이 유명한 곳이다. 주도는 바탐방. 드넓게 펼쳐진 논을 보면 평화롭기 그지없지만 태국과 가까이 있는 지리적 여건으로 인해 아픈 역사를 갖고 있다. 앙코르 제국 멸망 이후에 태국 영토였던 바탐방은 프랑스보호국 시대인 1907년이 되어서야 캄보디아로 돌아왔다. 크메르루즈군이 태국 국경 쪽으로 피하며 마지막까지 저항했던 곳이기도 하여 시내에서 멀리 떨어진 숲에서 보이는 지뢰제거 작업 표시는 옛 상흔을 그대로 보여 주고 있다. 바탐방 시내에서 가까운 거리에 있는 쌈롱크농 사원의 위령탑에는 근처에서 학살당한 10,006명 유골의 일부가 안치되어 있다.

바탐방 킬링필드탑


그렇지만 지금의 바탐방 시내는 프랑스식 건물이 즐비하여 고풍스럽기까지 하다. 바탐방은 프랑스보호국 시대 이전에 프놈펜 인근의 우동 지역과 함께 프랑스 선교사가 가장 먼저 정착한 곳이다. 과거에 프랑스 사람이 많이 거주했던 곳이라 아직도 프랑스식 건물 양식이나 문화가 많이 남아 있다. 바탐방은 태국, 프놈펜을 오가는 5번 국도의 중심도시라 교통이 편리하다. 여행으로도 많이 찾는 곳이다.

역사박물관
박물관
캄보디아은행
주청사


바탐방은 수리야바르만 1세(1002~1050) 때 형성된 도시지만 그 당시의 흔적은 거의 없다. 바탐방은 크메르루즈 내전, 프랑스보호국 역사, 앙코르 제국의 길을 따라가면 이해가 쉽다. 바탐방에 오면 가장 먼저 가는 곳이 대나무 열차다. 얼핏 들으면 철로가 대나무로 만들어진 줄 안다. 물론 철로는 쇠 철로다.

“노리”라고 불리는 대나무 열차는 크메르루즈 내전의 결과로 생긴 것이다. 당시 크메르루즈는 이상적 사회주의를 신봉하며 대학살을 자행했고, 철도 등 모든 기간 시설을 파괴했다. 내전이 끝나고 복구가 안 되니 주민들이 탱크바퀴 부품에 양수기 엔진, 오토바이 엔진을 달고 대나무로 만든 평상을 얹혀 바탐방~뽀삿을 운행했다. 특별히 정해진 정거장은 없었다. 사람이 보이면 서고, 내리고 싶은 곳에서 내렸다. 이것이 노리의 유래다.

노리는 칸막이도, 손잡이도 없는 평상 하나의 객차인데 30~40㎞ 속도로 제법 빠르게 달린다. 평상에 앉아 시원한 바람을 맞으면 자연을 품고 달리는 기분이다. 보기에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타 보면 흥분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단선의 철로는 마주 오는 대나무 열차와 여러 번 마주친다. 그때마다 마주한 열차의 운전사 두 명이 평상과 바퀴를 들어 옆으로 옮기는데 어떤 것이 비키는지 법칙이 있다. 승객은 내렸다 탔다를 반복하지만 불평하기는커녕 오히려 신기한 듯 바라본다. 운전사 두 사람이 바퀴를 수월하게 들어올리기에 호기롭게 한 청년이 들어 보는데 꿈쩍도 안 한다. 운전사의 말에 의하면 레일바퀴 하나가 100㎏이란다.

이 철로는 기차가 운행되는 철로다. 다만 지금은 관광객을 싣고 일정 구간만 대나무열차가 다니는 것이다. 일주일에 두 번 지나가는 기차 시간에는 대나무 열차는 다닐 수 없다. 언젠가 프놈펜에서 기차를 타고 내가 살고 있는 시소폰으로 돌아오던 날, 이곳 대나무 열차 역을 지나던 기차는 아주 천천히 가며 기차가 지나가기를 기다리던 관광객들에게 경적을 울렸다. 노리는 크메르루즈의 아픈 역사를 안고 태어났지만 지금은 바탐방의 관광 상품이 되어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나무 열차, 노리

하지만 진정으로 크메르루즈의 가장 아픈 역사를 갖고 있는 곳은 따로 있다. 프놈썸뻐으산. 시내에서 12㎞ 떨어져 있는 이 산에는 동굴이 많다. 박쥐동굴로도 유명한 이곳 산 정상 부근에는 수천 명이 학살당한 킬링동굴이 있다. 수직 동굴이 너무 깊어 섬뜩하다. 크메르루즈는 동굴 절벽 안으로 사람들을 밀어 넣었다. 옆의 작은 동굴은 어린이, 노약자를 떨어뜨려 죽인 곳이다.

킬링동굴


프놈썸뻐으산을 가면서 박쥐동굴을 기대하고 가지만 동굴의 의미가 학살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것을 알면 혼란스럽다. 킬링동굴을 오르며 죽음의 이 길을 걸었을 수천 명의 사람들을 생각하니 발걸음이 무겁다. 킬링동굴 입구에 서니 동굴 속에서 나오는 차가운 바람이 음산한 기운이 되어 온몸을 감싼다. 누군가 나의 소매를 끄는 것 같다. 산 전체에 억울하게 죽은 영혼들이 구천을 떠돌고 있다. 그래서 킬링동굴은 오래 머물기 어려운 곳이다.

킬링동굴을 벗어나 조금만 걸어 산 정상에 닿으면 그나마 막힐 듯했던 숨을 다시 쉴 수 있다. 이곳에 서면 광활하게 펼쳐진 바탐방의 곡창 지대가 한눈에 들어온다. 드넓은 곡창 지대를 보면 비옥한 이 땅에서 40여 년 전에 벌어졌던 참혹한 현실이 도저히 믿겨지지 않는다.

캄보디아의 밥그릇, 바탐방 곡창 지대


저녁마다 박쥐동굴을 나온다는 수천만 마리의 박쥐는 이 죽음에 대해서 알고 있을까? 박쥐들은 매일 저녁 정확한 시간에 나온다. 박쥐가 나온다는 그 시간에 맞춰 산 아래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나는 킬링동굴에서 느꼈던 음산함이 가시지 않아 박쥐가 나오길 기다리며 맥주 캔을 땄다. 박쥐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어떤 비밀을 알려 주려고 저녁마다 밖으로 나오는 것 같다.

저녁 5시 40분이 되자 박쥐들이 일제히 떼로 몰려나오며 하늘에 긴 포물선을 그린다. 박쥐들의 꼬리 물기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이어졌다. 수천만 마리의 박쥐는 지금 나갔다 새벽 4시쯤 다시 이곳으로 돌아온다. 길게 이어진 박쥐들의 군무는 킬링동굴의 비밀과는 관계없다는 듯 무척 평화롭게 보였다.

한 시간 가까이 이어진 박쥐들의 향연

바탐방은 캄보디아에서 두 번째로 큰 도시답게 시내 중심에 쌍커강을 두고 잘 정비되어 있다. 끄럴란을 먹으며 시내를 걷는다. 끄럴란은 바탐방의 명물이다(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판다). 끄럴란은 대나무밥으로 쌀에 코코넛과즙, 콩, 소금과 설탕을 섞어 대나무 안에 넣고 몇 시간 불에 찐다. 대나무 굵기나 크기에 따라 가격이 다르다. 대나무는 칼로 쳐서 얇게 벗겨서 팔기에 손으로 벗겨진다. 맛이 무척 고소하고 영양도 만점이다. 30㎝ 정도 길이가 한국 돈 천 원도 안 된다. 대나무 속 둥그렇게 뭉쳐진 밥을 손으로 떼어 먹다 보면 마치 누룽지 밥을 먹는 기분이다.

캄보디아에서 길거리 간식으로 끄럴란이나 쏨앙(바나나를 밥으로 입히고 그 잎으로 싸서 숯불에 구운 것), 쩨익찌은(바나나 껍질을 벗겨 숯불에 구운 것)이 유명한데 나는 끄럴란을 가장 좋아한다. 밥을 거를 때 끄럴란은 훌륭한 식사 대용이 되기도 한다. 끄럴란 두 개면 한 끼를 해결한 것처럼 배가 든든하다.

바탐방의 명물, 끄럴란

바탐방은 프랑스 문화가 남아 있어 길 안쪽의 담벼락에 그라피티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그라피티를 보면 작은딸이 생각난다. 작은딸이 대학교 3학년 때 숙제라며 그라피티를 그리고 사진을 찍어야 하는데 장소를 찾기 어려워 둘이 이곳저곳 몰래 그림 그릴 곳을 알아본 적이 있다. 그러다 결국은 집 근처 한강변 자전거 도로에 그림을 그렸고, 그 후 나는 한강변을 뛸 때마다 작은딸의 그라피티를 보며 웃곤 했다. 바탐방 시내에는 미술 갤러리도 두 곳 있어 캄보디아 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하며 향기로운 커피와 고소한 바게트 빵을 즐길 수 있다.

담벼락의 그라피티

바탐방은 앙코르 제국 시대에 형성된 도시다. 수리야바르만 1세는 바탐방 시내를 중심으로 동서남북으로 15~30㎞ 떨어진 곳에 사원을 세웠다. 그 동서남북의 사원을 외곽으로 연결하면 엄청난 규모다. 그는 바탐방에 대제국을 건설하고 싶었던 것은 아닐까? 하지만 당시 사원의 규모는 크지 않다.

시내에서 북쪽으로 11㎞ 떨어져 있는 아엑프놈 사원. 11세기에 세워진 힌두교 사원으로 대부분 무너졌다. 지금은 관리도 하지 않고 아무도 관심을 두지 않는 사원이지만 수리야바르만 1세(1002~1050)가 이곳에 사원을 지은 것은 그 당시 앙코르 제국이 얼마나 강성했는지를 보여 준다. 중앙성전탑 꼭대기에 누군가가 꽂은 캄보디아 국기가 마치 앙코르 제국의 부활을 염원하는 듯했다.

그리고 남쪽으로 24㎞ 떨어진 산상사원, 바난 사원.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 정상에 닿으면 왜 이곳을 사원으로 선택했는지 알 수 있다. 사방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군사적으로도 요새와 같다. 탑을 중심으로 네 개의 탑에 둘러싸인 중앙성소, 그 가운데 우뚝 솟은 탑은 60년 뒤에 탄생할 앙코르왓 중앙성전탑의 습작이었다.

요새 같은 바난 사원

태국 국경을 떠나 프놈펜으로 걷던 10일간의 여정 중 제일 먼저 만났던 큰 도시 바탐방, 바탐방의 지명은 잃어버린 지팡이 전설에서 유래되었다. 지팡이를 그릇에 받쳐 들고 무릎을 꿇고 있는 검은 피부의 할아버지는 바탐방의 상징물이다. 할아버지 동상이 영험한지 그 앞에는 제물을 놓고 소원을 비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이 믿는 것을 우상이라고 치부하기엔 제를 올리는 의식이 너무 정성스럽다.

프놈펜까지 걸어서 갈 길이 멀었던 그때, 나는 바탐방을 떠나며 할아버지 동상 앞에서 제를 올리는 사람들 옆에 서서 무사 완주를 기원하며 두 손을 모았다. 어쨌든 그날 이후 나는 캄보디아 도보횡단을 무사히 마쳤다. 그 뒤로 바탐방을 오갈 때마다 나는 지팡이를 들고 있는 이 할아버지를 보며 감사 인사를 한다.

바탐방의 상징물, 지팡이를 든 노인


▲ 대나무 열차

캄보디아 말로 노리(ណូរី )라고 한다. 1998년 주민들이 내전 후 남은 탱크바퀴 부품에 양수기 엔진, 오토바이 엔진을 조합하고 그 위에 대나무로 만든 평상을 얹혀 바탐방~뽀삿을 운행한 것이 유래다. 10㎞ 정도 거리를 시속 30~40㎞로 달린다. 생계를 위해 만든 발이 지금은 바탐방의 대표 관광 상품이 되었다.


▲ 바탐방 박물관

앙코르 유적을 비롯하여 다양한 유물이 전시되어 있다. 박물관 건물이 무척 고풍스럽다. 시내에 있어 걸어서 갈수 있다. 입장료 1달라.


▲ 바난 사원

11세기 중엽에 건립된 산상의 작은 힌두교 사원. 수백 개의 계단을 올라 산 정상에 닿으면 5개 탑의 사원을 만난다. 산 정상에서 주변 지역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우다야디티야바르만 2세(1050~1066) 때 만들어졌다.

▲ 아엑프놈 사원

11세기 초에 건립된 힌두교 사원이다. 많이 무너졌지만 형태를 짐작할 수는 있다. 커다란 현대식 사원이 그 앞에 가리고 있어 길에서 보면 잘 안 보인다. 그 사원을 지나 안으로 들어간다.

▲ 박쥐동굴, 킬링동굴

시내에서 12㎞ 떨어진 프놈썸뻐으산에 있는 동굴이다. 산 아래에서 산 중턱의 동굴을 보며 기다리면 저녁 5시 반경에 동굴에서 수천만 마리의 박쥐가 나온다. 다 나오기까지 한 시간 정도 이어진다. 매일 약속이나 한 듯이 벌어지는 박쥐들의 향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산 정상으로 올라가면 크메르루즈 시대의 살해 동굴로 알려진 킬링동굴이 있다. 수천 명을 동굴 안으로 밀어 넣어 죽였다고 한다. 동굴 안은 깊이를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절벽이고 깊다.

▲ 바탐방 킬링필드 위령탑

왓삼롱크농 사원 옆에 있다. 크메르루즈 시대 인근에서 살해된 10,006명의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세운 탑이다. 프놈펜 쩡아엑 킬링필드의 위령탑과 비슷하게 생긴 탑 안에 수많은 유골이 안치되어 있다.


Tour

▲ 자유 여행

바탐방 시내는 걸으며 볼 곳이 많다. 그래서 툭툭을 타기보다는 걸으며 여행하는 것도 좋다. 프랑스식의 고풍스러운 건물은 물론 프랑스 문화가 남아 있고 예쁜 카페도 많다. 그림을 전시하는 갤러리도 두 곳 있다. 특히 컨트리사이드 갤러리(Contryside Art Collection)는 캄보디아 예술가들의 수준 높은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툭툭을 타면 시내 외곽 웬만한 곳도 다 갈수 있다.


▲ 투어 상품

ponleu selpak ngo 단체에서 운영하는 서커스 관람 상품이다(홈페이지 www.phareps.org).


● House

▲ 숙소

시내에는 호텔과 게스트하우스가 많다. 호텔도 가격이 비싸지 않다. 부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등 숙소 예약 사이트를 통해 예약할 수 있다. 일박에 20~30달라.

● Dining

▲ 크메르 음식

대도시에 걸맞게 현지 식당은 다양한 캄보디아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현지인들이 이용하는 식당에서 입맛에 맞춰 골라 먹어도 된다. 크메르 음식 중에 볶음밥류는 한국 사람의 입맛에도 잘 맞는 음식이다.

▲ 그 외 음식

레스토랑, 카페, 피자전문점, 아이스크림 전문점 등이 많아 먹는 데 어려움이 없다.

더피자컴퍼니(피자전문체인점) 023880880

상커갤러리 근처에는 ‘더 김치 086294450’ 한국 식당도 있다.

▲ coffee shop

아마존, 자루, 커피투데이 등 커피 체인점은 물론 로컬 커피전문점도 많다.

● Transportation

▲ 시내

툭툭, 모토가 있다. 툭툭은 앱을 이용하면 된다. 하루를 이용하여 먼 곳까지 가고 싶다면 20~25$에 흥정이 가능하다. 시내 운행의 택시는 없다. 하지만 포이펫, 뽀삿 등 인근 도시로 가는 택시는 많다. 4명 합승, 1인 5달라.

▲ 도시 간 이동

바탐방은 태국으로 가거나 프놈펜으로 가는 중에 들르는 여행지로서 전국으로 버스가 수시로 다닌다. meanchey express, cambotra express, virak buntham, capitol bus 등. 다만 인근 도시로 이동 시 인터넷 예약이 안 되므로 버스회사 매표소에서 표를 구매해야 한다.


▲ 바탐방~시엠립 배편

하루 한 번 아침 7시에 출발하며 6시간 걸린다. 뱃삯은 12$. 선착장은 5번국도 상커강 다리에서 남쪽으로 백 미터 지점에 있다. 단, 우기(5월~10월)에만 운행한다.

‘앙코르 익스프레스’ 전화번호 012689068. 012601287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화려한 메콩강의 도시, 껌뽕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