굽이굽이 도시를 끼고 흐르는 메콩강
껌뽕(កំពង់)은 항구라는 뜻이다. 메콩강이나 돈레삽을 끼고 있는 곳은 껌뽕이라는 지명을 사용한 곳이 많다. 껌뽕짬, 껌뽕톰, 껌뽕츠낭, 껌뽕스페우…. 껌뽕짬주 주도인 껌뽕짬시는 캄보디아에서 네 번째로 큰 도시다. 프놈펜과는 123㎞로 가깝다. 베트남 국경과도 100㎞가 채 안 된다. 해상교통의 중심지로 일찍부터 발달했다. 껌뽕짬에는 짬족이 많이 살고 있는데 짬파국(2세기~17세기 베트남 남부의 말레이계 국가로 잠깐 앙코르 제국을 지배한 적도 있다. 지금은 짬족 대부분이 베트남족에 동화되었다)의 영향 때문이다. 껌뽕짬의 짬 (ចាម)은 짬족에서 유래되었는데, 짬파국이 베트남에 의해 멸망하면서 가까운 이곳에 정착하게 된 것이다. 이들 대부분은 무슬림이다. 껌뽕짬에 미인이 많다는 풍문은 짬족 여자와 크메르족의 혼혈이 많기 때문에 나온 말이다. 껌뽕짬은 메콩강을 끼고 오래전부터 교역이 발달하였고 육로는 사통팔달의 요지로서 지금도 프랑스, 일본 사람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밤이 되면 껌뽕짬 메콩강변은 화려한 네온이 강을 밝히고 사랑을 속삭이는 연인들로 가득 찬다. 메콩강변 카페테라스에는 외국인들이 맥주를 마시며 아름다운 야경을 즐긴다. 강변의 야경은 유럽의 어느 도시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껌뽕짬 메콩강변
껌뽕짬의 명물은 대나무 다리다. 대나무로 강의 다리를 만들었는데 한국 방송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대나무 다리로 가기 위해서 는 키주나 다리 밑을 지나야 한다. 키주나 다리는 길이 1,360m로 메콩강을 건너 뜨봉크뭄을 지나 몬돌끼리로 이어진다. 키주나 다리를 건너서부터는 뜨봉크뭄주다. 이 다리는 캄보디아 북동부를 연결하는 중요한 다리다. 키주나는 일본말로 인연이라는 뜻이다. 캄보디아와 일본은 관계가 매우 좋다. 현 총리인 훈센은 뜨봉크뭄의 빈농 출신이다. 일본은 키주나 다리를 놓아주며 훈센에게 더없이 좋은 선물을 준 것이다.
키주나 다리와 평화공원
껌뽕짬 메콩강은 꺼바엔섬을 두고 두 갈래로 갈라진 후 섬 끝에서 다시 합쳐져 프놈펜으로 향한다. 대나무 다리는 메콩강 한가운데 있는 꺼바엔섬을 연결하고 있다. 처음에는 섬 주민들의 왕래를 위해 만들었으나 지금은 섬 위쪽에 다리가 놓여 대나무 다리는 관광 상품으로 더 유명해졌다. 대나무 다리가 있는 곳은 수심이 깊지 않다. 하지만 우기에는 다리가 물에 잠겨 통행이 금지된다. 대나무로 이렇게 큰 강의 다리를 만들 생각을 했다는 것이 너무 신기하다. 강바닥에 박힌 굵은 대나무와 대나무를 쪼개서 이어붙인 다리 상판을 보면 속이 빈 대나무가 물에 견디는 힘이 이렇게 강한 것이 놀랍다. 대나무는 속이 빈 게 아니라 강한 마디를 만들기 위해 속을 비운 것이다. 출렁출렁거리는 다리를 신기해서 걷다 보면 1㎞ 정도인 다리를 금방 건넌다. 대나무 다리는 8년 전에 만들어졌고 수심이 제일 낮은 건기를 택해 일 년마다 대나무를 교체한다. 대나무는 껌뽕짬과 인접한 끄러쩨주에서 가져오고, 굵고 단단한 대나무는 직경이 15㎝도 넘는다. 보기와는 달리 다리가 튼튼한데 예전엔 차도 다녔다고 한다.
꺼바엔섬을 연결하는 대나무 다리
짬족의 도시 껌뽕짬, 대나무 다리 중간에 서서 보면 유독 눈에 띄는 회교 사원이 있다. 흰색의 건물에 사각 모서리 기둥에 둥근 탑이 있는 사원, 크기가 커서 멀리서도 잘 보인다. 회교 사원 가까이 가니 히잡(여성용 두건)을 한 여자, 따끼야(남성용 모자)를 쓴 남자들이 많이 보인다. 캄보디아에서 무슬림은 껌뽕짬과 껌뽕츠낭에 많이 산다. 두 지역 모두 베트남과 가깝다. 베트남을 떠난 짬족은 메콩강을 따라 캄보디아로 들어오면서 일부는 계속 메콩강을 거슬러 올라 껌뽕짬에 자리를 틀었고 일부는 돈레삽으로 방향을 틀어 껌뽕츠낭으로 갔다. 불교도가 90% 이상이지만 타 종교에 배타적이지 않은 것이 캄보디아다. 인류 전쟁의 역사에서 종교는 가장 큰 원인 중 하나였다. 내 종교가 최고고 남의 종교는 우상이라는 인식은 한국에서 특히 강하다. 하지만 캄보디아에서는 모든 종교가 친구다.
멀리서도 유독 눈에 띄는 마지드 회교 사원
껌뽕짬은 프랑스보호국 시대에 고무농장이 많았다. 프랑스 감시탑은 메콩강을 건너오는 강도들을 감시하기 위해 지어졌다. 10m가 훨씬 넘는 높이에 탑 내부가 좁고 70도 경사의 좁은 철제 계단을 딛고 올라가야 한다. 감시탑을 올라가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당시의 프랑스 감시병의 심정으로 계단을 올라가 정상에 서니 한 사람이 겨우 다닐 정도로 통로가 좁다. 아래를 내려다보니 현기증이 일어 눈을 멀리 둘 수밖에 없다. 그러자 시내가 한눈에 들어온다. 천천히 시내를 훑어본다. 도시 전체를 한 장의 스크린에 담기에는 껌뽕짬 시내는 무척 컸다.
오르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한 프랑스 감시탑
시엠립 지역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앙코르 유적, 노꼬바쩨이 사원. 시내에서 2.5㎞로 비교적 가깝다. 노꼬바쩨이 사원은 수리야바르만 2세(1113~1150) 때 만들어진 힌두교 사원이다. 많이 무너진 상태지만 자세히 보면 앙코르 제국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폭 400m가 넘는 크기의 정사각형의 사원이었지만 지금은 200m 정도 남아 있다. 수리야바르만 2세는 앙코르와트를 만든 왕이다. 절대 권력의 그는 이곳에 작은 앙코르와트를 만들고 싶었다. 압사라 부조나 조각들은 앙코르와트에서 본 모습 그대로다. 다만 보수하며 엉성하게 덧칠한 것이 많아 아쉽다. 사원 한쪽에 있는 연못은 메워지지 않고 거의 원형 그대로다. 사면 중앙마다 계단이 있는데 연못의 깊이가 깊어 오르내리기 쉽게 않다. 오랜 세월을 견디고 옛 모습 그대로 있는 계단에서 그나마 앙코르 제국의 강건함을 엿볼 수 있다. 30년을 넘게 집권하고 있는 훈센 총리는 1952년 껌뽕짬의 시골 마을(지금은 뜨봉크뭄주)에서 태어났다. 시내를 빠져나오기 전 본 삼거리에 세워진 탑은 1979년 크메르루즈로부터 해방된 것을 기념하는 탑이다.
해방탑(승리기념동상)
정치적 소용돌이 속에서 기회를 잡은 훈센은 자기 고향인 껌뽕짬에 유독 정이 많이 갔을 테고 해방의 상징으로 이 탑을 세운 것 같다. 하지만 장기 집권으로 부패한 훈센은 가난을 물리치기는커녕 껌뽕짬 도처에 남아 있는 킬링필드의 아픔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크메르루즈의 슬픈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이 거미 튀김이다. 껌뽕짬 시내에서 45㎞ 떨어진 스쿤 지역에는 이 지역의 땅속에서만 사는 거미가 있다. 크메르루즈 시대에 먹을 것이 없어 거미를 튀겨 먹은 것이 그 유래다. 언젠가 방문했던 그곳에서 본 거미가 무척 컸던 게 기억난다. 나는 캄보디아 음식을 가리지 않는 편인데 거미, 전갈은 고사하고 메뚜기, 귀뚜라미 등 곤충류 튀김은 아직도 손이 가질 않는다.
크메르주즈의 슬픈 역사를 간직한 거미튀김
캄보디아의 간식 귀뚜라미·메뚜기 튀김
후진국의 발전은 대체로 불균형적이다. 캄보디아도 그렇다. 아직도 하루 1달러로 사는 사람이 많은데 유명 커피 체인점이 우후죽 순 생겨나고 있다. 이런 곳에서 커피를 마시는 캄보디아 사람들은 시원하고 쾌적한 실내에 이미 익숙해져 기꺼이 비싼 돈을 지불한다. 요즘엔 브랜드 커피의 맛을 가리며 먹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캄보디아 현실에서는 어두운 이면이지만 관광객들에게는 반가운 현상이다. 다니다 더우면 쉴 곳이 있으니까. 시내 커피 체인점에서 1.95달러 아메리카노 커피를 마시며 창 밖을 바라본다. 배낭을 멘 외국인 남녀가 지나간다. 민소매에 시커멓게 탄 피부가 눈길을 끈다. 그들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 걸까? 프랑스풍의 고풍스러운 건물이 배낭을 멘 남녀의 모습과 무척 어울린다.
고풍스러운 관공서 건물
달달한 카페라떼를 한 잔 더 시키고 잠시 상념에 잠겼다. 작년에 껌뽕짬에서 겪었던 일이 떠오른다. 프놈펜 워크숍 일정을 마치고 껌뽕짬을 여행할 목적으로 다음 날 아침 일찍 프놈펜을 출발하여 껌뽕짬에 도착했던 나는 첫 방문이라 툭툭 기사와 갈 곳을 정하고 흥정을 했다. 툭툭 기사의 첫인상이 별로였다. 내가 가자고 하는 곳을 잘 모르면 귀찮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찌어찌하여 다 돌고 돈을 내고 몇 발자국 내디뎠나? 뭔가 허전해서 보니 핸드폰을 놓고 내린 것이었다. 툭툭은 이미 저 멀리 달아나고 있었다. 순간 너무나 당황한 나는 지나가는 모토(오토바이) 기사들을 향해 “뚜르삽크뇸 뚜르삽크뇸(ទូរស័ព្ទខ្ញុំ: 내 핸드폰 내 핸드폰)”을 외치며 앞을 가리켰다. 툭툭이 내 눈에서 사라질 즈음 어렵게 모토를 잡아 탄 나는 “르은르은(លឿនលឿន: 빨리빨리)”을 외쳤다. 나의 사정을 알아차린 모토 기사가 차량 사이를 헤집고 달려 2㎞ 추격 끝에 툭툭 앞에 섰다. 나를 본 툭툭 기사가 손가방에서 내 핸드폰을 꺼냈다. 입에서 나오는 욕을 억지로 참았다. 하지만 내 잘못이었다. 여행할 때는 스스로 조심하는 게 상책이다. 내가 이런 일을 겪은 것도 나의 마인드 컨트롤 문제였다. 기사의 태도가 맘에 안 들어 괜히 신경이 예민해졌던 것이었다. 여행에서는 스스로 자제하며 평정심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나를 절제하지 못하면 결국 손해는 나한테 온다. 그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아찔하다.
▲ 대나무 다리
시내에서 바로 보이는 꺼빠엔섬을 연결하는 대나무 다리로 키주나 다리에서 300m 거리에 있다. 1㎞가 정도 길이로 껌뽕짬의 명물이다. 차량은 다닐 수 없다. 우기에 비가 많이 올 때는 잠겨서 건널 수 없다. 다리를 건너 꺼빠엔섬의 모래사장을 걸으며 메콩강과 시내를 멀리서 보는 풍경이 아름답다.
▲ 노꼬바쩨이 사원
시내로부터 2.5㎞ 서쪽에 있다. 수리야바르만 2세 때 세워진 힌두교 사원이다. 시엠립 앙코르 지역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규모가 큰 앙코르 유적이다. 압사라 부조, 성벽, 연못 등 앙코르 유적의 느낌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원래 420m×370m의 직사각형의 사원 형태였으나 대부분이 부서지거나 없어졌다.
▲ 키주나 다리
일본의 원조로 지어진 다리. 2011년에 완공되었고 길이는 1,360m. 키주나 다리 입구의 원형로터리에 키주나 다리 건립을 기념하는 기념탑이 있다. 야간에는 화려한 조명으로 밝힌다. 키주나 다리는 캄보디아 500리엘 화폐(0.25달라) 뒷면에 들어가 있다.
▲ 프랑스 감시탑
키주나 다리를 건너면 좌측에 보인다. 프랑스보호국 시대에 고무농장의 보호를 위해 이곳에서 강을 건너오는 강도를 감시했다고 한다. 높이가 10m 훨씬 넘는다. 탑 안에 철제 난간으로 올라갈 수 있다. 하지만 경사가 70도 정도로 가파르고 발판도 좁아 오르기 쉽지 않다. 감시탑을 오르면 메콩강과 맞은편 시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모하리업 사원
캄보디아에 남아 있는 유일한 목조 사원이다. 10세기경에 지어졌다. 크메르루즈 시대에 병원으로 사용되며 많이 파괴되었다. 시내에서 20㎞ 떨어져 메콩강을 건너 한적한 곳에 있다. 사원으로 가는 교통편은 없다. 배를 이용해야 하지만 배편이 없기에 시내 메콩강가에서 뱃삯을 흥정해야 한다. 배를 내려 다시 모토를 타고 사원으로 가야 한다.
● Tour
▲ 자유 여행
툭툭으로 시내 및 주변 여행을 다 할 수 있다. 20~25달라로 하루 이용이 가능하다.
● House
▲ 숙소
강변을 따라 많은 게스트하우스가 있다. 가격도 저렴하여 일박에 10~12달라. 강변의 게스트하우스는 대체로 오래되어 낡은 게 흠이다. 강변의 호텔은 25~35달라.
메콩크로싱 게스트하우스 017801788 / 문리버 게스트하우스 016788973
부킹닷컴, 트립어드바이저, 아고다, 호텔스컴바인 등 사이트를 통해 인터넷 예약도 되며 현지에서도 충분히 숙소를 구할 수 있다.
● Dining
▲ 크메르 음식
큰 도시에 걸맞게 현지 식당은 다양한 캄보디아 음식을 제공하고 있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크메르 음식도 많아 큰 어려움이 없다. 현지인이 이용하는 식당 중에서 입맛에 맞춰 골라 먹으면 된다. 이런 곳은 가격도 1.5~2달라로 부담없이 이것저것 먹을 수 있다.
▲ 그 외 음식
강변의 레스토랑에는 스파게티, 피자 등 다양한 메뉴와 함께 맥주, 커피를 즐길 수 있다.
메콩데이즈 피자전문점 011624048 / 메콩크로싱 스파게티전문점 017801788
● Transportation
▲ 시내
툭툭을 이용하면 웬만한 곳은 다 갈 수 있다. 시내 택시는 없다.
* 캄보디아는 각 도시마다 외곽에 다른 도시로 가는 택시가 줄지어 서 있다. 가격은 5~7달라며, 4명이 타면 출발한다. 프놈펜을 제외하고 캄보디아의 택시는 택시 표시가 없는 일반 승용차다.
▲ 도시 간 이동
껌뽕짬은 큰 도시기에 전국 어디나 가는 버스가 많다. 인터넷으로도 예약이 가능하다. 캄보디아는 대부분의 도시에 터미널이 별도로 없다. 매표소 길가에서 타고 내린다. 버스회사는 bayon vip, mekong express, virak buntham, capitol bus 등 많다. 껌뽕짬은 주로 대형버스로 운행한다(통합버스인터넷 예약사이트 www.bookmebu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