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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Apr 02. 2022

프랑크푸르트 마인강변을 달리다

달리기로 시작하는 독일에서의 시간

   해외 입국자 자가격리가 풀렸다. 아내와 함께 독일행 비행기를 탔다. 우크라이나 러시아 전쟁으로 비행 항로가 늘어 프랑크푸르트 까지 13시간 걸려 어제 늦은 밤에 도착했다. 독일에서 공부하고 있는 작은 딸이 우리를 마중 나왔다. 가벼운 포옹이지만 묻어나는 정은 진했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인근 호텔에 짐을 풀고 장시간 비행에 지친 아내는 깊은 잠에 빠졌다. 아침 6시에 아내와 딸과 함께 호텔 조식을 먹었다. 장시간 비행에 지친 아내를 위해 무리하게 움직이지 않기로 하여 오전은 쉬기로 다. 나는 혼자 프랑크푸르트 시내를 뛸 좋은 기회를 얻은 셈이다.

   호텔을 빠져나와 시내 중심가로 들어가면서는 중앙역을 지나야 다. 갑작스럽게 내린 눈에 아침 날씨가 제법 찬데 눈으로 인해 중앙역의 고풍스러움은 포근함마저 더한다.

프랑크푸르트  중앙역

    프랑크푸르트는 헤센(Hessen)주의 최대 도시다. 유럽중앙은행과 증권거래소가 있는 유럽금융의 도시다. 중앙역 정면으로 길을 조금 달렸더니 유로화 표시가 보이는 빌딩이 보였다.

유로 빌딩

   유로 빌딩 앞 눈옷을 입은 나무가 이채롭다. 지금 봄이 왔는데...이런 때는 잠시 달리던 두발을 멈추게 된다. 새로운 도시를 만나 달리며 눈으로 느끼는 즐거움 때문에 달리기는 하지만 이런 때 기록을 재며 달릴 건 아니기에 잠시 감상에 젖는 것도 좋다.

   프랑크푸르트는 마인강을 끼고 도시가 자리 잡고 있고 시내 중심가를 이곳저곳 뛰면 10km 정도 된다. 한 시간 예정으로 달리기에 여유롭다. 여행지에서 달리며 느끼는 감정은 남다르긴 하다. 택시로 갈 수 없고, 걷자니 시간이 많이 걸려 가볼 수 없던 곳까지 천천히 달리며 구석구석 두발로 딛는 새로움이다.

   나는 괴테하우스로 향했다. 좁은 골목길 안에 있기에 구글맵을 보며 천천히 달렸다. 프랑크푸르트에서 가장 유명한 곳 괴테하우스.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태어나 26살까지 살았던 저택으로 괴테 가문이 이후로도 살았다고 한다. 바로크 양식의 4층 건물은 2차 세계대전에서 파괴되었던 것을 복원한 것이라는데 자세히 안 보면 그냥 지나치기 쉽다. 나도 달리며 그냥 지나쳤 다시 돌아왔다. 그만큼 평범한 건물이다. 사실 건물 외관이 중요한  아니지. 그 건물이 담고 있는 역사성이나 정신이 중요한 것이지...이른 아침 개방 전이기도 하고 뛰는  중이었기에 건물 외관만 보고 뢰머 광장을 향해 달렸다.

괴테하우스

    뢰머광장 가는 길은 오래된 독일의 모습을 그대로 느낄 수 있어 이리저리 눈을 호강하며 달렸다.1848년 지었다는 파울 교회의 적벽돌은 단순한 듯 위엄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갑자기 내린 아침 눈으로 하얀 옷을 입은 고목이 조화를 이뤄 아름다움이 더했다.

파울 교회

  이곳의 거리는 중세시대부터 이어져 지금까지 그 느낌이 그대로 살아있다. 나는 골목길을 들어갔다 나오며 이리저리 달렸다. 길을 잃어도 걱정할 게 없다. 구글맵을 보고 다시 뛰어가면 된다. 평소 달리기로 체력을 걱정하지 않는 게 나에게는 큰 자신감이기도 하다.

   중세시대의 건물과 건물을 다리로 이어 다니게 했다는 풍경이 눈앞에 펼쳐지자 나의 발걸음은 그곳을 향해 빨라졌다. 그만큼 아름다운 과거의 모습이기 때문이었다.

중세 건물과 건물을 잇는 다리

   그 밑을 트램이 다니는 풍경한폭의 그림이었다. 이곳에서 나는 뛰기를 잠시 멈추고 중세로 돌아갔다. 그리고 나만의 상상을 했다. 눈발이 그치고 나의 몸은 땀으로 젖었지만 추운 줄 모르고 한참을 서 있었다.

프랑크푸르트의 트램

   뢰머 광장은 프랑크푸르트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곳이다. 많은 여행객이 모이는 광장이다. 뢰머 광장의 뢰머라는 말이 로마에서 온 거고 로마제국 당시 로마인들이 이곳에 많이 살았다고 한다.

호텔에서 이곳까지는 4.5km.

뢰머 광장

   가까이에 있는 대성당 카이저돔으로 천천히 달렸다. 로마제국 당시 황제 대관식이 열렸다는  곳이다. 웅장함이 탑의 위용처럼 하늘을 찌른다.

프랑크푸르트 대성당

  이른 아침 뛰는 것은 아침의 상쾌함과 함께 사람이 없어 좋고, 길이 복잡하지 않아 보면서 느끼고 싶은 대로 뛸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사실 어딜 뛰든지 뛰면서 느끼는 것은 추상이라고 할 수 있다. 뛰면서 일별하며 보는 것이기에 전체를 담아 보는 마음의 추상적 행위라고 할 수 있다. 나는 그런 느낌이 좋다. 달리며 건강도 얻지만 감성도 얻는다고 확신한다. 이곳에서의 디테일한 느낌아내와 딸과 함께 방문할 스케쥴에 따라 다시 느끼게 되겠지. 그땐 이미 난 두 번째 방문이라 반가움이 배가  것이고. 뛰면서 먼저 느꼈던 감상에 더해 두 번째 방문에서 감성은 더욱 풍성해지겠지.

   프랑크푸르트는 마인강을 끼고 있다. 하얀 눈으로 덮인 마인강변을 뛰는 사람과 마주치며 가볍게 몰겐(독일어 아침 인사)하고 인사하니 그녀도 가볍게 손을 흔들어줬다.

마인강변

   이곳에서 마라톤을 즐기는 사람들이 꽤나 많이 있을 텐데 오늘 날씨가 좋지 않아 그런지 띄엄띄엄 보였다. 이런 강변에서는 나도 빨리 달리게 된다. 갑자기 한강변 달렸을 때의 기분이 느껴졌다. 어느 나라든 강변은 마라톤 최적의 장소다. 마인강변을 달린 온몸이 다시 땀에 젖었다. 아이젤너 다리를 건너기 전 잠시 쉬었다.

마인강

   이 다리는 보행자 전용도로다. 다리 난간에 가득한 자물쇠는 많은 사람들의 희망을 얘기하고 있었다.

아이젤너 다리

   여기까지 5.5 km, 기분도 상쾌하고 몸도 가뿐하다. 두발로 프랑크푸르트 웬만한 명소는 다 들렀. 다리를 건너니 박물관 지구로 표현되는 다양한 미술관 박물관이 있는 . 이번 여행은 독일 예술 세계를 보는 계획이 많은데 달리며 보니 옛 건물과 현대적 건물 자체의 예술성에 특히 눈이 많이 갔다.

박물관 지구 미술관 건물들

  박물관 지구의 아름다운 건물들은 그 자체가 예술이었다. 강과 조화를 이뤄 배치된 공간의 예술을 두발로 느끼며 달리는 것, 기다렸던 아름다운 달리기의 모습이었다. 

   저 멀리 대성당의 모습은 프랑크푸르트 모든 것의 결정판인 듯 뾰족한 첨탑을 도도하게 표현하고 있었다.

마인강에서 바라본 대성당

  호텔로 돌아가는 길, 독일에서 아침을 달리며 눈에 담은 이국적인 풍경들, 두발은 여전히 가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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