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로깅은 달리기(조깅)을 하며 눈에 띄는 쓰레기를 줍는 것으로 '이삭을 줍다’는 뜻인 스웨덴어 plocka upp과 영어 jogging의 합성어로 한국에서는 '줍다'와 '조깅'을 결합한 '줍깅'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운동으로 건강을 챙기는 동시에 환경을 지키는 작은 환경보호운동이라 할 수 있다. 2016년 스웨덴에서 에릭 알스트롬(Erik Ahlstrom)이 제안하여 북유럽을 중심으로 확산되었고, 2018년 무렵부터는 유럽 전역과 아메리카, 아시아 지역 등으로 퍼져나갔다.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은 플라스틱 폐기물이 초래할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부터이다. 쓰레기를 줍기 위하여 무릎을 구부렸다 펴거나, 쪼그려 앉았다 일어서는 동작이 하체 근력운동인 스쿼트나 런지의 자세와 비슷하여 일반 조깅보다 운동효과가 더 좋다고 알려져 있다.플로깅은 특별한 준비물필요 없이쓰레기 담을 봉투와 장갑을 챙겨 달리면서 눈에 보이는 쓰레기를 주워 분리수거를 하면 된다.
꽤 오랜 기간 취미로 달리며 길가의 쓰레기를 많이 봤다. 인적이 드문 자전거, 보행자 도로나 차량통행만 있고 사람이 거의 안 다니는 국도 갓길은 더 많은 쓰레기가 보인다. 그런 곳을 달릴 때 쓰레기가 눈에 거슬리지만 그냥 외면할 수밖에 없다.
올해 나는 환경부 국민평가단의 일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환경부의 정기적인 교육에 참여하며 민간평가위원으로 환경부 정책에 대한 평가를 하며 활동이 마무리되는 과정이다. 평소 환경에 무관심했던 나는 이번 활동을 계기로 집안의 폐기물이나 재활용물품 분리수거 등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게 되었다. 길가의 쓰레기도 더 눈에 잘 띄는 거 같다. 그때마다 플로깅 생각났다.
플로깅. 이건 아주 작은 환경운동이다. 내가 쓰레기 줍는다고 지구가 깨끗해지지는 않는다. 하지만 나는 달리며 보던 눈에 거슬리던 쓰레기 일부라도 직접 줍기로 했다. 한 달에 열 번 정도 달리는 중에서 한두 번은 쓰레기봉투를 메고 달리기로 했다.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오르는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차량 전용 도로다. 나는 한 달에 서너 번 이른 아침 차량이 거의 없을 때 도로 갓길을 달리곤 한다. 그때마다 갓길에 쓰레기가 많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이 길은 사람이 다니지 않는 길이기에 쓰레기 치우는 게 쉽지 않다. 나에게는 이 길이 플로깅에 제일 적합한 길이다.
플로깅을 위한 준비물은 간단했다. 종량제 봉투와 장갑 그리고 집게. 나는 종량제 봉투를 메고 달리기 위해 끈을 부착했다. 마라톤 복장에 약간은 어색한 장비가 추가되었지만 개의치 않고 남한산성 길로 향했다. 장갑을 끼고 한 손엔 집게를 들고 어깨에 종량제 봉투를 메고.
플로깅을 위한 준비물
이른 아침이라 남한산성을 오르는 차량이 거의 없다. 매번 이 길을 달릴 때 눈을 멀리 두고 풍광을 즐기며 달렸지만 오늘은 바닥을 보고 달려야 한다. 역시 쓰레기가 심심찮게 눈에 띈다. 특히 담배꽁초가 많다. 담배를 피우고 차창밖으로 던진 게 틀림없다. 불이라도 나면 어쩌려고 이런 짓을 했나 생각하니 화가 치민다.
담배꽁초들
집게로 집어 봉투에 담고 오르막을 달렸다. 플로깅도 달려야 의미가 있으니까.
플로깅 달리미 1
하지만 달리기를 계속할 수 없을 정도로 중간중간 쓰레기가 눈에 띈다. 어차피 플로깅은 환경보호운동이니 기록은 의미 없다. 나는 눈에 띄는 쓰레기를 주워 담았다. 수풀에 스타벅스 플라스틱 잔이 거꾸로 처박혀 있다. 이 잔에서 향기로운 커피를 상상할 정도로 지금 나는 낭만적으로 쓰레기를 볼 수가 없다.
갓길의 쓰레기
달리다 서다를 반복하며 쓰레기를 줍다 보니 달린다는 느낌이 안 들었다. 그래도 달려야 하기에 쓰레기 없는 구간에서 종량제 봉투를 메고 빠르게 달렸다. 산성역에서 남한산성 행궁까지는 5.5km. 길가 쓰레기는 산성역에서 4km 구간에 많다. 길가의 쓰레기는 주웠지만 길가 낭떠러지 밑의 쓰레기는 주울 수가 없다. 어떻게, 누가 버렸는지 줍기도 힘든 낭떠러지 산에 정말 쓰레기가 많다. 차를 타고 가다 차창 밖으로 던져 버린 거 같은데 이런 사람들이 많다는 것에 새삼 놀랍다. 주울 수는 없고 안타깝게 쓰레기를 쳐다만 보며 지나쳤다.
갓길 낭떨어지 숲속에 버려진 쓰레기
3.5km 왔는데 이미 쓰레기봉투 2/3가 찼다. 맞은편 길에서 쓰레기를 주으며 내려가기 위해서 되돌았다. 이제부터 내리막 길이니 발걸음이 빨라진다. 둘러맨 쓰레기봉투 안에서 찌그러진 음료수캔이 부딪히며 괴상한 소음을 연출한다.
플로깅 달리미 2
종량제 봉투는 금방 찼다. 산성역에 도착하여 둘러맨 봉투를 내려놓으니 봉투 안은 이런저런 쓰레기가 뒤엉켜 진짜 쓰레기봉투로 변했다. 역한 담배냄새가 코를 찌른다. 오늘 내가 주운 것 중 가장 많은 것이 담배꽁초다. 담배꽁초는 줍기도 어렵고 냄새도 고약하고... 인간에게도 위해하지만 자연에게는 더위해한 것이 담배꽁초였다.
쓰레기로 꽉 찬 봉투
오늘 처음으로 한 플로깅. 쓰레기를 줍는다는 것이 이렇게 뿌듯한 행위인 줄 처음 알았다. 남이 알아주던 못 알아주던 그런 건 상관없다. 가볍게 생각하며 시작한 플로깅 달리기를 마치고 엄청난 뿌듯함을 느꼈다. 오늘 나의 플로깅은 인간이 자연에 저지른 많은 나쁜 행위에 대한 작은 사과의 행동이었다. 분리수거를 위해 쓰레기봉투에서 쓰레기를 꺼내 펴놓고 보니 인간이 저지른 나쁜 짓들이 더 명확하게 보였다. 입에서 저절로 욕이 나온다 '에이 나쁜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