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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Feb 06. 2023

힘들수록 더 의미 있는 장거리 달리기

달리며 꿈을 꾼다

    올 겨울 지독한 추위가 오래 지속되다 보니 뛰긴 뛰는데 자꾸 핑계가 많아졌다. 장거리는 추위 핑계로 뛰지도 않고. 내가 가끔 장거리를 뛰는 이유는 꼭 강한 신체를 만들기 위함 때문만은 아니다. 힘들어 헉헉대며 억지로 두발을 내딛으면서도 그만두지 않고 달리는 이유는 힘들수록 잡념이 사라지고 머릿속이 맑아지기 때문이다. 풀코스 42.195km를 완주했을 때 대부분의 주자들이 이런 느낌일 것이다. 풀코스 뛰어 본 지도 1년 반이 된 거 같다. 지금은 4시간 반에 완주하지만 그것도 버거운  사실이다. 그래도 힘들수록 얻는 진리에 매혹되어 또다시 풀코스 출전을 꿈꾼다


    집에서 출발하여 탄천에 접어드니 햇살이 마치 봄날 같이 따스하다. 모처럼 느끼는 따스함이라 뛰는 두발이 가볍다. 아침을 든든하게 먹은 지라 좀 멀리 뛰자고 생각하며 긴 호흡으로 뛴다. 내가 생각하는 장거리는 하프코스 이상이다. 일요일 낮 탄천에는 햇살을 맞으면 걷는 사람들이 많다. 라이더들도 많고. 날씨가 좋으니 핑계 댈 게 없어 일단 하프코스는 뛰자고 출발했지만 6.5km 지점 가까이 가니 또 갈등한다. 내가 가장 짧게 뛰는 13km 지점의 반, 가락동 헬리오시티아파트 좀 지난 지점이다. 거기를 지나 석촌까지 갔다가 돌면 17km, 더 뛰어 잠실운동장 입구에서 돌면 21km, 그리고 뛰어 시원한 강변을 달려 잠실대교에서 돌면 28km다. 6.5km 지점에 다가가면 더 뛸 수 있는 체력이 남아 있는데도 밥을 안 먹고 나와 배가 고픈 거 같다든가, 다른 날보다 몸이 쳐지는 거 같아 기록이 나쁘니 그만 뛰자든가 온갖 핑계를 대며 갈등에 빠진다. 하지만 나는 6.5km 지점의 갈등을 이겨내고 잠실운동장 방향으로 내디뎠을 때 완전히 새로운 기분이 든다는 걸 안다. 그건 달리 말하면 완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다. 완주하기 위해서는 일부러라도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스스로 나에게 부여하는 의무가 나를 활기 넘치는 시니어로 만든다. 그리고 하나가 즐거운 상상을 하며 뛰는 것. 올해는 어떻게 마무리하고 내년에는 무엇을 하고 60대 후반은 뭘 하겠다는 꿈을 그리며 달린다. 두세 시간 혼자 달리지만 많은 생각을 하진 못한다. 두발이 천근만근이 되면 내 몸 하나도 성가시게 느껴진다. 그 순간부터는 잡념이 없어지고 생각이 단순해진다. 나는 복잡한 머릿속을 정리하고 싶을  장거리를 뛰는데 에서 가장 좋은 습관 중 하나가 되었다. 달리며 상상하고 달리며 꿈꾸고 그러면서 강한 체력을 얻는 거니 왜 아니 달리겠는가. 체력에 대한 자신감이 있으니 나이를 따지지 않고 뭘 배워도 열심이고 그 어떤 도전도 두렵지 않다. 몸이 지치는 데도 일정한 페이스를 유지하며 두발을 내디디는 것이 강한 신체를 만들기도 하지만 나에게 자신감을 부여하는 한발한발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한발한발이 어느덧 종합운동장을 지나친다.


    잠실운동장에서 잠실대교 경치는 언제 봐도 아름답다. 나는 이곳을 달릴 때만은 잠실의 아파트가 비싼 이유를 인정할 수밖에 없다. 잠실대교 14km에서 턴하며 시간을 보니 3시간이면 출발지인 집 근처에 도착할 거 같다. 돌아가는 길의 페이스는 그날의 컨디션도 중요하지만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마치 세상살이 같이. 힘든 건 당연하다. 어떻게 마인드 컨트롤 하면서 달리느냐 하는 것이 중요하다. 마인드 컨트롤이 된다고 해서 두발이 가볍다는 말은 아니다. 일정한 호흡을 유지하며 즐거운 상상을 하며 꾸준히 달려야 한다는 책임감(?)을 잃지 않아야 한다. 마인드 컨트롤의 중심에 즐거운 상상이 있다. 이건 긍정적인 사고를 말한다.

    오늘도 달리며 한 즐거운 상상, 세 시간의 달리기를 마치니 상상도 멈추고 시원한 아이스아메리카노 생각이 난다. 집 앞 커피숍으로 향했다. 땀냄새를 덜 풍기려고 구석에 자리 잡았다. 커피숍 안의 커피 향이 전신에 퍼진다. 몸이 축 늘어져 커피도 나오기 전 스르르 눈이 감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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