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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Feb 19. 2023

70살의 꿈

    60살을 넘기며 나는 비슷한 또래의 사람들에게 70살에 무엇을 하고 싶냐는 질문을 많이도 했다(지금도 가끔 하지만). 60대에게 지금 살고 있는 세대가 아닌 70대의 꿈을 물어보는 거니 어떤 사람은 '60대가 아닌 70대?' 되묻기도 하고 '70대는 생각해 본 적이 없어' '그 나이 돼서 건강하면 되는 거지'하며 건강한 것에 만족하고 다른 뭐 할 게 있기나 하냐는 대답이 많았다. 재산이 많아도 건강하지 못하면 있는 돈 쓰지도 못하고 죽는 거니 늙어 건강을 말하는 건 당연하긴 하다.

    나이 먹으며 모든 것은 건강과 연결되어 있다.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단 걸 뭐라 할 순 없지만 건강하다면 그다음엔 뭔가 할 게 있을지도 모르는데 70이라는 숫자는 모든 걸 접는 나이에 접어드는 거 같아 씁쓸하다. 70살이 되어 왕성한 체력을 유지하는 건강이라면 다른 꿈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그렇게 나는 늘 70살의 꿈을 꾼다. 그때 하고 싶은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돈이 좀 필요할 수도 있지만(나의 예를 들면 한국이든 해외든 몇 달 몇 천 km를 걷는 다던가) 그보다는 강한 체력이 선결 조건이다. 그런 목표로 살며 앞으로 6년 70살에 청춘 후기를 맞는다 좋은 거 아닌가? 70살, 진정으로 노인이라는 말을 들을 '나는 어떤 모습일까' 지금보다 더 늙고 싶지 않은 몸부림, 그것이 내가 달리는 이유다.

    마라톤 대회 참가해 보면 60대 잘 뛰는 시니어들 무지 많다. 하지만 70대는 많지 않다. 특히 기록을 의식하며 뛰는 노인은 거의 없다(그러다 잘못하면 진짜 죽을 수도 있으니까). 난 그 나이에도 지금처럼 뛰고 싶다. 70살의 꿈이 지금 삶의 동력이다. 

    지겹게 추웠던 올 겨울, 어떻든 뛰어야 한다는 의무감 거기에 70살의 꿈을 더해 좋은 핑계를 대며 주 2회는 꼭 달렸다. 이제 추위도 가는 듯하다. 한낮의 봄볕이 따스하다. 따스한 봄볕은 몸을 금방 이완시켜 달리기에도 좋다. 포근한 날씨와 햇살의 풍경, 한강 잠실까지 내달렸다.

     좋은 날씨에 기분 좋게 달리다 보면 기록 욕심도 나고 달리는 거리도 늘어난다. '그래 달려보지 뭐. 70살에도 지금의 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냥 되지 않지. 노화는 몸이 쉬는 순간에 빠르게 오는 거야. 그렇기에 지금 운동도 두배로 해야 '. 나의 우스운 건강 상식을 나는 맹신하는 편이다. 뛰다 힘들면 '70살, 70살의 꿈'을 구령처럼 외치며 다. 그만큼 70살을 기다리는 나다. 그렇게 오늘 23km 뛰었다.

    오늘 평소 기록을 유지하며 뛰었다. 기분이 up 되니 지친 기색도 없다. 물도 없이 뛰어 목이 말랐지만 참고 뛰었다. 맥도널드를 생각하며 참았다. 시원한 콜라, 그리고 햄버거에 감튀. 나는 편의점을 지나쳐  멀리 있는 맥도널드까지 다시 뛰었다. 다시 뛰는 몸은 무거웠지만 발걸음은 희망을 담고 있. 시원한 콜라로 갈증을 푸는 순박한 희망. 그건 내가 70살의 꿈을 기다리며 오늘 달렸던 2시간 12분의 시간과 같은 의미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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