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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Aug 30. 2022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

건강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돈버는 행위와 같다

  퇴직 후 선택했던 캄보디아 코이카 해외봉사단의 길에서 많은 걸 얻었지만 귀국을 두 달 남기고 고민이 깊어졌다. 고민 많고 답답할 땐 그저 뛰는 거다 그것도 아주 넋이 나갈 정도로. 그러려면 아주 먼 거리를 뛰어야 한다. 나는 128km 앙코르와트 트레일런대회 참가 신청을 했다. 퇴직 후 새로운 도전의 상징으로 100km 마라톤 뛰어 본 후 두 번째 울트라마라톤대회였다. 이 대회는 세계인이 참가하는 대회로 앙코르와트 주변의 산악, 들판을 달린다. 28시간이 제한 시간이다. 코스에 안내하는 사람은 거의 없고 변변한 안내표시도 없는데다가 가로등은 고사하고 민가도 없어 깜깜한 길을 힘들게 달려 24시간에 완주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서너 번 길을 잃어 정글 숲 속에서 헤매던 기억도 있다. 물이나 먹을 것 등 보급도 형편없어 조금은 위험한 대회였지만 결과적으로 지금의 나를 있게 만들고, 가끔씩 그때를 회상하며 자신감을 채우는데 일조한 대회였다.

  이런 어마어마한 거리에서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은 (최소한 나에게는) 불가능한 것이다. 그래서 산을 오를 때나 정글 숲을 달릴 때는 천천히 걸으며 달렸다. 실제로 기록이 월등한 앞선 주자들(이 대회 1등은 프랑스인으로 기록이 13시간이었다니 정말 대단하다.)을 제외하고 대부분의 주자들이 뛰다 걷다 다. 이런 험난한 주로에서는 뛴다고 뛰지만 모습은 걷는 모양인 것이다.  

  나는 매번 달릴 때마다 천천히 뛰더라도 걷지는 말자며 달린다. 나도 2~3km 지나면 숨이 가쁘고 힘이 든다. 호흡의 루틴을 유지하면 일정한 속도로 달릴 때 백박은 140~150 정도다. 나는 숨을 헐떡일 정도(맥박 170)로 계속 뛸 수는 없다. 그래서 나의 기록은 크게 아지진 않는다. 하지만 아주 느려지지도 않는 편이다. 50대에 비해 몇 분은 늦어진 듯 하지만 쉬지 않고 달린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고 달리기를 계속하고 있다. 일주일에 두세 번 달리지만 기록을 의식하며 달리는 경우도 있다. 늘어지며 편하게 달리기 싫어서다. 시간을 내 운동을 하는데 만족감을 느낄 정도로 달리기 위해서는 일정 기록을 유지하며 달리는 것이 필요하다. 그러다 보면 쉬지 않고,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기 위해 스피드를 신경 써야 한다. 그래서 10km는 그렇다 치더라도 20km 이상을 꾸준히 달린다는 것은 강한 정신력을 필요로 한다. 그렇게 완주 후 내가 정신과 신체에 느끼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크다.

  8월의 마지막 주 선선한 날씨에 구름에 가려 해도 없어 오후에 집을 나섰다. 잠실운동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면 하프코스 거리다. 오늘 하프코스를 쉬지 않고 달린다면 기록이 얼마나 될까? 기록을 재보기로 했다. 사실 내가 아무리 열심히 달린다 해도 나의 기록에는 한계가 있다. 다만 쉬지 않고 달린다면, 일정한 스피드를 유지하며 달린다면 내가 생각하는 기록은 나온다. 일정한 스피드를 유지하며 달릴 때 힘들다는 걸 느끼는 건 두발은 빨리 뛰려고 하는데 상체가 따라가 주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 때다. 그래서 쉬지 않고 달리면서 꾸준히 스피드를 유지한다는 것이 아마추어 마라토너에게는 난도가 높은 달리기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록을 의식하며 달린다는 것은 시도하는 일에 정성을 다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힘든 만큼 성취 후 쾌감이 배가되는 것이다. 가끔은 달리며 스스로에게 도전의 스톱워치를 누르는 것도 좋다.

  나는 오늘 달리기에 만족한다. 앞으로도 이 정도 기록으로 달리기를 계속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달리는 운동을 꾸준히 해야 한다. 앞으로의 내 인생을 가면서도 어그적 걷는 것이 아닌 빠르고 역동적인 모습으로 나아가고 싶다. '시니어가 되면 당연히 그렇게 변하는 거고 다 받아들여야 한다'는 무기력한 정신을 일깨우고 늘 새로운 걸 배우려는 나의 정신은 100% 달리기의 결과에서 온 것이다. 달리기를 통해 얻는 신체의  역동성은 내가 젊은이 못지 않은 뇌를 움직이며 이것저것 생각하고 계획을 하는 원동력이다. 시니어라는 여유가 무기력한 노년으로 바뀌는 과정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달리기로 경계하고 있는 것이다.  몸이 빠른 맥박으로 한시간 두시간을 뛰면 혈액순환도 빨라지고 뇌는 젊은이의 활력으로 용솟음친다. 오랜 시간 오니와 같이 뇌 한구석에 쌓여 있는 구식의 경험들이 노폐물처럼 빠져 나간다.

  '달리면 건강해진다.' 다 아는 상식이지만 실천이 쉽지 않은 일이다. 우리는 건강 문제가 가정의 경제적인 부분에도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잘 모르는 듯하다. 일상생활에서 약값이나 병원 치료, 건강보조식품 등에 소비하는 금액을 계산해 보면 건강해서 얻는 경제적인 소득이 얼마나 큰지를 금방 알 수 있다. 쉽게 말해 건강하면 돈을 버는 것이고 아프면 돈을 쓰는 것이다 나의 소득을 갉아먹는 것이다. 어떤 사람은 건강을 유지하기 위해서 또 돈을 쓴다 동호회 활동, 장비 구입 등등. 하지만 달리기는 돈이 들지 않는 운동이다. 자연을 품으며 달리면 정신건강에도 좋다. 그리고 가끔 극한의 달리기 상황까지 달려보면 더욱 달리기의 가치를 느낀다. 그래서 나는 달린다.

  부가적으로 달리면서 얻는 신체적 변화의 한 가지. 나는 오늘 21.87km를 2시간 8분에 뛰며 5:53/km 유지했다. 근데...위 표에서 보면 5km 구간은  9:01/km에 뛰었다. 3분 이상을 지체했다. 이때 나는 탄천 주로변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었다. 점심을 포식한 후 소화가 안된 상태에서 뛰기 시작했는데 5km 구간에서 나는 더부룩했던 뱃속을 다 비웠다. 대장에 똥이 듬뿍(?) 담겨 있다고 생각해 봐라? 뱃속에 담고 있는 똥의 무게를 상상해 본 적이 있는가? 내가 달리기 중간에 배출하는 똥의 량을 보면 큰 그릇 하나는 된다. 사람들은 그 많은 똥의 일부를 늘 몸속에 담고 산다. 생각하면 끔찍한 일이다. 그런게 만병의 원인이다. 오래 달리면 대장이 출렁거리며 운동해서 배변으로 다 빠져나오는 걸....뛰면서 대장의 운동으로 배변활동이 활발해 속이 편해지니 나는 뭔가 먹고 체한 느낌이 들면 어김없이 달리기를 한다. 오늘 기록에서 3분을 화장실에서 소비했지만 그것이 뭐 중요한가? 뱃속의 나쁜 이물질(?)을 다 빼내면 몸이 가뿐해지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나는  속의 변을 다 빼버리고 가벼운 몸이 되어 나머지 16km를 잘 뛰었다. 며칠 전 대장내시경을 했는데 대장이 아주 깨끗하단다. 다 달리기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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