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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Jan 04. 2023

30년의 회사 생활을 마치다

    2017430일, 30년의 직장 생활을 마쳤다. 58살. 누구는 기업에서 그만큼 한 것은 나름 잘한 거라 했고 누구는 왜 더 다니지 그랬냐고 했다. 누군들 60살 넘어까지 더 다니고 싶지 않았겠나. 50대 초부터 임원으로 있으며 지위를 내세우기보다는 좋은 직원들과 함께 어려움을 극복해 나간다는 생각으로 소통했다. 그리고 중국으로 발령받고 법인 설립부터 중국 시장을 개척하는 과정까지 쉼 없이 달려온 시간들에 후회는 없다. 퇴직 전 중국 법인의 책임자로 5년을 근무하며 마냥 좋은 실적만 낼 수는 없었지만 글로벌 성장의 기반을 다진 보람 있는 시간이었다. 퇴직 서너 달 전 한국 본사로 귀임하여 퇴직을 준비하며 업무 마무리와 함께 앞날에 대해 고민하며 시간을 보냈다. 마지막 날도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하여 애써 태연하게 하루를 보냈다. 그렇게 나는 30년의 긴 세상과 이별했다.


    퇴직하며 이 회사가 나 없어도 잘 돌아갈까 하는 걱정은 할 필요가 없다. 회사는 나 말고도 인재가 차고 넘친다. 그리고 회사는 시스템이 일하는 거고. 다만 직원들이 나를 오랫동안 기억해주기를 바라는 맘은 있다. 사실 이것도 착각이다. 차를 몰고 회사를 빠져나오자 나의 눈에는 방금 마지막 인사를 했던 직원들이 아무 일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아 컴퓨터 키보드를 두드리는 모습이 어른거렸다. '그래 빨리 잊는 게 상책이야.' 억지로 콧노래를 부르며 액셀러레이터를 팍 밟으니 차는 굉음과 함께 순식간에 내달렸다. 요란한 차의 기계음은 마치 회사와 나의 오랜 인연을 끊어내는 절단기 소리 같았다. 그렇게 회사 건물은 내 눈에서 사라졌다.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 어느 가수의 노래. 입에선 노래를 부르지만 맘 한편에는 가사 그대로 아쉬움은 어쩔 수 없었다.

    그날 저녁 집에서 나는 아내와 둘이서 평소와 똑같이 마주 앉아 식사를 했다. 아내는 애써 화제를 돌리려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나는 그저 고개만 끄덕이니 아내도 더 이상 말이 없다 그리고 긴 침묵의 식사 … …. 아마도 아내는 내게 이 말을 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래서 앞으로 뭐 할 거예요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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