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쫑 Jan 16. 2023

현실 자각, 사회적 경제 분야 입문

퇴직 후 보낸 5년의 시간들

    2020년 새해를 맞는 느낌은 달랐다. 코이카 해외봉사단 2년이 거의 끝나가고 있었다. 귀국은 3월 14일. 이젠 귀국 후 내가 해야 할 일, 나의 미래를 구체적으로 생각해야 했다. 사실 틈틈이 생각하긴 했지만 뾰족이 답은 없었다. 귀국 한 달 전부터 재취업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는 막연한 자신감으로 여러 군데 이력서를 넣었다. 그즈음 코로나로 전 세계가 들끓기 시작한 때였다. 그러나 이력서 회신이 없는 것은 코로나 때문은 아니었다. 내 나이에 경력에 맞는 재취업 기회가 없다는 걸 깨닫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나는 지금도 말하고 싶다. 시니어라는 말을 듣기 시작하는 나이가 되면 퇴직 때와 같은 능력을 인정받으며 취업할 기회는 전혀, 전혀 없다고.

    코로나가 뒤덮기 시작한 전 세계의 현실은 예상보다 심각했다. 귀국하고 보니 한국도 모든 분야의 시스템은 정지되기 시작했고 그것은 3년 코로나 시국의 서막이었다. 코로나 봉쇄는 세계적 불황을 가져왔고 우리나라도 대기업조차 생존을 걱정해야 했다. 고용시장은 당연히 한파였다. 시니어 재취업 동향 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말하고 있었다. "55세 이상 구직자들은 막연하게 은퇴 전과 비슷한 일을 하고 임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한다"며 "그러나 현실은 저임금 직종 종사자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현 고용시장과 자신을 냉정하게 평가해 현실적인 기대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코로나는 나에게 현실을 정확히 보라고 말하고 있었다.



    '가난한 사람들을 위한 은행가' 내가 사회적 경제 분야에 몸담는 계기가 된 책이다. 이 책에서 나오는 그라민 은행은 1984년 방글라데시의 무하마드 유누스 교수가 돈을 빌리지 못해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만든 은행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담보나 보증인 없이 빌려준 150달러, 그라민 은행에서 대출받은 사람들은 빌린 돈을 이용해서 장사를 하거나 돈을 벌었고 그 결과 대출받은 600만 명 중에서 절반 이상이 극심한 가난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건 2009년, 그 당시 나는 이 책에 크게 공감받았던 기억이다.

    나는 사회적 경제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자료를 찾기 시작했다. 사회적 경제는 공동이익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해 사회적 경제 조직이 상호 협력과 연대를 바탕으로 수행하는 경제적 활동을 의미한다. 자본주의 시장 경제가 발전하면서 나타난 불평등과 빈부격차, 환경파괴 등 다양한 사회문제에 대한 대안으로 등장했다. 이 얼마나 멋진 문장인가? 사회적 경제가 활성화되면 모든 불평등이 해소되고 많은 사회 문제도 해결된다? 하지만 사회적 경제 조직(사회적 기업)의 현실은 냉혹하다. 대부분의 사회적 기업이 생존을 걱정할 정도로 영세하고 경영이 어렵다. 사회적 기업도 엄연히 기업인데 시장에서 경쟁력이 없으니 당연한 결과다. 사회적 기업이 추구하는 가치에 비해 성장은 무척 더딘 편이다. 그래서 정부(혹은 지자체)에서 사회적 기업을 지원하는 많은 제도(자금과 인력, 컨설팅 등)를 시행하고 있다. 인력과 컨설팅 지원 제도 가운데 시니어 인턴이 있다.


    사회적 경제 분야는 정부 기관이나 지자체가 선도하고 있지만 일자리가 많은 편은 아니다. 정부 인력지원금을 받아 사회적 기업이 채용하는 1년 계약 시니어 전문인력(혹은 일자리 창출사업 인력)은 급여 200~250만 원을 정부가 지원한다. 그리고 준 정부기관(사회적기업진흥원 등)의 컨설턴트와 서울시 50플러스 재단의 펠로위쉽 등이 있는데 이 일은 주관 기관에서도 시니어 재능기부 활동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을 정도로 적은 대가를 받는다. 생계를 위해 월 200만 원 이상의 급여가 필요하다면 사회적 경제 분야가 아닌 다른 직업을 찾아야 한다. 슬프게도 돈이란 놈은 시니어의 취업 방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인 것이다.

    직업(흔히 말해 4대 보험이 적용되는 직장)을 가질 것인가 아니면 놀 수는 없으니 어떤 일(?)이라도 할 것인가? 이것이 내가 선택해야 할 길이었다. 물론 직업을 갖고 퇴직 전에 받던 월급의 반에 반만 받아도 만족할 텐데 그런 일자리는 없었다. 나는 '어떤 일'이 내 인생에 어떤 가치를 주고 어느 정도의 돈을 주는지 그리고 시니어에게 중요한 여유의 시간을 얼마나 주는 지를 고민했고 그 '어떤 일'을 할 곳으로 사회적 경제 분야를 선택했다. 사회적기업진흥원이나 사회적 기업 상상우리에서 하는 사회적 경제 강의를 듣고 관련 정보를 찾으며 나는 사회적 기업이 처한 현실을 구체적으로 알기 시작했다.



이전 04화 캄보디아에서의 2년-KOICA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