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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Jan 23. 2023

사회적 가치 실현과 함께 소소한 돈이 주는 행복

퇴직 후 보낸 5년의 시간들

    보수(酬). 일한 대가로 주는 돈이나 물품이라고 사전에 정의하고 있다. 직장 생활하다 보면 일한 대가에 비해 받는 돈이 적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다. 하지만 시니어는 받는 돈을 따지며 일자리를 고를 형편이 아닌 게 현실이다. 시니어가 아름다운 가치를 추구하며 노후를 보내고 싶다는 욕망은 돈이라는 놈 앞에서는 무용지물이다. 나 또한 노후에 가치 있는 삶을 추구하고 싶다. 하지만 인생에서 가치와 돈, 두 가지를 모두 취하며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현실적으로 퇴직 후 원하는 보수를 받는 직업을 얻기가 불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은 나는 가치는 조금 많이, 돈은 많이 적은 사회적 기업 경영컨설팅을 하는 일을 하기로 결정하고 지원서를 제출했다. 이런 결정에는 해외봉사단 캄보디아에서 느낀 2년의 시간도 영향이 있었다.

    사회적 기업은 '취약계층에게 사회서비스 또는 일자리를 제공하거나 지역사회에 공헌함으로써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등의 사회적 목적을 추구하면서 재화 및 서비스의 생산·판매 등 영업활동을 하는 기업'(사회적 기업육성법 제2조 제1호)을 말한다. 2022년 말 기준 3,500여 개의 사회적 기업이 있다. 그런데 이 많은 사회적 기업 중에서 기업의 규모를 갖추고 일정 규모의 매출을 달성하는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이 두세 명의 직원으로 하루하루를 버티는 게 현실이다. 자금력이나 인원(조직)의 문제 등으로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기엔 역부족이다. 이러한 기업을 위해 정부 관련부처는 기업에서 오래 일했던 퇴직자를 컨설턴트로 위촉, 컨설턴트는 경영관리·마케팅·매출 전략 등의 컨설팅을 해주고 있다. 나는 컨설턴트로 일하며 어려운 환경에 처한 기업에 자문하는 일을 시작했다.  


    사회적 기업 컨설팅을 하며 사회적 가치를 실현하는 일은 매우 의미 있는 일이다. 어려움에 처한 기업이 나의 자문을 통해 내부 진단을 하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발굴하며 나아갈 때 느끼는 보람은 컸다. 컨설팅을 위해서는 과거의 경험도 중요하지만 기업마다 다른 비즈니스 환경을 이해해야 하고 많을 걸 다시 배워야 하기에 나도 성장하는 기회였다. 무엇보다도 퇴직 후 밀려났던 사회에서 다시 그 언저리로 복귀했다는 안도감이 나를 뿌듯하게 만들었다. 이런 맘에서 컨설팅을 하고 얼마를 받느냐는 것은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컨설팅의 대가는 백만원이 조금 안되는 돈. 일주일에 두세 번 기업을 방문(지방에 있는 기업도 꽤 있다)하여 서너 시간 자문을 하는데 내 시간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어 시니어에게 적합했다. 결국 앞으로 내가 job을 고민할 때 일의 가치와 돈의 가치를 어떻게 생각하느냐의 문제였고 나는 그 답을 찾은 것이다.


    소득(월급)을 얻기 위한 job과 사회적 가치 실현을 위한 job은 방향이 정말 다르다. 소득 활동을 통해 생계를 유지해야 하는 시니어에게 사회적 가치 운운은 먼 나라 얘기긴 하다. 나도 소득 활동을 통해 지금보다 더 많은 돈을 벌고 싶었다. 하지만 내가 돈의 가치를 쫒는다고 해서 원하는 직업을 갖는 기회가 오는 건 아니었다. 그래서 시니어가 '어떤 일'을 구할 때 일의 가치를 중시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는 자기 합리화를 시키며 사회적 경제 분야에 입문했다. 사회적 기업의 컨설팅은 나의 재능기부를 통해 사회적 기업이 활로를 찾고 기업이 성장하며 저소득층 고용이 늘어나는 등 여러 방면에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하는 과정이다. 이런 과정을 통해 얻는 가치는 컨설팅의 대가로 받는 적은 돈의 가치와 비교할 수 없는 또 다른 개념의 큰 가치다. 그만큼 내가 받는 적은 돈이 크게 보이는 이유다. 나는 매월 말 적은 돈이지만 입금될 때마다 사회적 가치 실현의 노력이 포함된 돈의 의미를 알기에 함부로 사용하지 못하고 오랫동안 통장에 그대로 두고 정말 가치 있게 사용하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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