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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Jan 30. 2023

시니어 인턴에게 필요한 역량

시니어 인턴 일자리는 어디에

    나이 먹는다고 해도 노인은 절대 되고 싶지 않다. 노인이 되지 않기 위해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가. 첫 번째는 체력이다. 체력이 약하면 신체도 금방 늙는다. 나는 건강을 넘어 강한 체력을 유지하려고 하는 편이다. 매주 두세 번씩 뛰는 마라톤이 대표적이다. 체력이 강하면 두뇌도 역동적이다. 두뇌가 활발하게 움직이니 생각도 진취적이고 이런저런 계획도 세워 보고 필요하면 새로운 학습도 유튜브 등을 보면서 혼자 한다. 두 번째는 항상 뭔가를 하는 것이다. 할 일이 없으면 뛰기라도 하는데 강한 체력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을 부여하는 순간 뛰는 게 나의 job이 되어 더 열심히 뛴다. 하루를 아무 의미 없이 때우는 그런 삶을 생각해 본 적이 없다. 일이 없으면 공공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든 글을 끄적이든 뭐라도 한다. 그럼 나의 두뇌는 다시 움직인다. 컴퓨터로 새로운 정보를 써치하고 즐거운 상상을 하며 계획서 제안서 등을 만들기도 한다. 뚜렷한 목적 없이 작성하는 문서지만 나는 이런 과정도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세 번째는 돈. 액수가 적어도 일하려고 한다. 일을 한다는 거, 이건 사회로부터 튕겨져 나가 외계에 떨어지지 않으려는 몸부림이기도 하다. 시니어의 시곗바늘은 느리게 간다. 그래서 내가 일을 엄청 한다 해도 시간은 많이 남는다. 그러니 돈 액수가 뭐 그리 중요한가. 나이가 들어 일자리가 없다면 봉사활동을 하려고 한다. 가치를 느끼면 그 활동은 의미있는 job으로 된다. 마지막으로 혼자에 익숙해지는 것이다. 먹는 것도 혼자서 해결하고 여행 계획도 스스로 짜고 혼자만의 시간이 생겨도 그 시간을 즐기려고 한다. 혼자에 익숙해진다는 것은 관계에서의 소외감을 이해하는 것이고 자립을 통해 혼자 사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이것은 고독에서의 혼자와는 다른 의미다.


    시니어가 인턴으로 일하기 위해 필요한 역량은 무엇인가? 시니어의 과거 경험은 지금에서 볼 때 쓸모 있는 게 별로 없다. 과거 경험을 오늘날에 들이대서 맞지 않다는 것을 대부분의 시니어는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시니어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은 학습 능력이다. 과거의 경험은 융합을 통해 새롭게 변이, 창조했을 때 가치가 있다. 융합의 전제 조건은 빠르게 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이해하는 것이다. 디지털 환경에 모든 산업이 얽혀 있는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디지털에 대한 기본 지식이나 디지털 생태계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면 시니어 인턴으로 일하기 힘들다. 실제로 우리나라 시니어의 상당수가 디지털 문맹에 가깝다. 오늘날 아무리 작은 회사라도 디지털을 배제한 업무 환경은 거의 없다. 독수리 타법의 컴맹은 시니어 인턴으로는 빵점이다. 디지털 환경을 이해하며 비즈니스를 함께 토론할 수 있는 시니어라야 훌륭한 인턴이다. 

    디지털 환경의 이해는 광범위한 영역을 말한다. 하지만 협의적으로 보면 컴퓨터, 스마트폰을 다루는 능력(MS office, 앱 활용 능력), 웹 써치 후 분석 정리 기획하는 능력, SNS환경의 이해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된다. 실제로 시니어 인턴이 이 세 가지에 대한 이해나 활용이 가능하다면 인턴의 자질은 어느 정도 갖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현실은 도표나 그래프, 사진 동영상 등을 활용해 다이내믹한 파워포인트를 작성하거나 엑셀을 사용한 복잡한 업무 처리에 능숙한 시니어가 많지 않다. 단순한 문서조차 컴퓨터로 작성하지 못하며 개인 SNS를 사용하는 경우도 드물다. 재직 중에는 이런 게 필요 없었다고 항변하는 시니어도 있는데 그게 바로 자신이 과거에 머물러 있다는 징표다. 나도 많은 것을 퇴직 후 배웠고 지금도 학습하고 있다. 스스로 학습을 통해 배울 수 있는 여건은 주변에 많다. 일하고 싶다며 최소한의 역량도 갖추고 있지 않다면 학습의 게으름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을 수 없다. 


    회사가 크던 작던 직원을 채용할 때 가장 먼저 체크하는 것은 업무 능력이다. 채용의 본질은 업무를 하기 위한 사람을 뽑는 것이다. 시니어라면 많은 경험과 지식을 갖고 있을 거라는 기대감도 있고. 그런데 업무 처리 능력이 손으로 문서 작성하던 시대에 머물러 있고 새로운 트렌드에 무지한 채 과거의 경험만 내세운다면 그런 시니어를 누가 채용하고 싶겠는가?  기업이 시니어에게 큰 기대를 하지 않고 채용의 문(단순 노동업무 제외)도 거의 닫혀 있는 것은 시니어의 역량이 기대에 못 미치기 때문인 게 하나의 원인이라는 생각도 든다. 일부 시니어는 현실의 자기 실력을 모른 체 과거의 경험이나 지식, 지위를 내세우며 거드름만 피우니 조직 내 갈등만 생기고 골치 아픈 존재일 뿐이다.

    역량을 계발하기 위해서는 학습 능력만큼이나 학습 태도도 중요하다. 나는 새로운 시대를 쫓아가느라 늘 헉헉대곤 한다. 배우고 싶은 건 많은 데 그게 안 되니 답답한 때도 많다. 그래도 메모하며 해보고 또 해본다. 그래야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건 시니어라서 그런 게 아니다. 젊은이들도 마찬가지다. 자주 안 하면 금방 까먹는다. 나이 먹어 뭐 배우면 금방 잊어버린다는 시니어의 핑계는 게으른 자신을 변호하는 변명일 뿐이다. 시니어 인턴이 갖춰야 할 것이 인성이다 친화력이다 하는 말은 시니어 업무 역량이 갖춰진 다음에나 할 말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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