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딸과의 대화
2007. 4. 13
발신 : 아빠
수신 : 작은 딸
제목 : 고따구가 뭐냠마!!
예슬아! 아빠가 니 편지 보면 웃겨 죽겠어. 고따구가 뭐여 이 자슥아!! 간나쉐이.
우리 예슬이 갈수록 공부 량이 많아져서 힘들지?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괜찮겠어? 예슬이는 잘 해낼 거야. 영어는 예슬이가 원래 잘하지 ㅎㅎ. 뭐든 자신 있게 해. 미리 기죽을 건 없지. 해보고 모자라면 더 채우면 되는 거구. 자 이제 시작이야. 예슬이 파이팅! 아빠가 멀리 중국에서 예슬이 엄청 응원합니다.
여기는 요즘 바람이 많이 불어. 그래서 연날리기가 유명한 곳이야. 이 바람을 너에게 보내줄게 기운 내.
예슬아 아빠 많이 보고 싶지? 아빠도 그래. 곧 있으면 만나니 그때 더 기쁘게 만나게 자랑거리 많이 만들어와. 아빠랑 많이 사랑하고 열심히 하자 응? 아빠도 여기서 열심히 공부할게.
글쎄~~ 편지지가 맘에 안 든다니... 오늘은 예쁜 걸로 골라 보내마. 기대하셔.
>> 중국의 학교 생활이 어느 정도 안정되자 여름방학이 되면 온 가족이 베이징에서 만나자고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덜 외로웠다. 기다림은 희망이니까. 작은 딸에게 공부 스트레스에 대해 잘하면 잘될 거야 라는 정도로 위로한 것이 우습기만 하다. 작은 딸은 늘 아빠의 편지를 기다렸다. 우린 우스개 소리를 곁들여 사랑을 표현했고 친구 같은 맘으로 소통했다. 하고 싶은 말을 비교적 솔직하게 전했던 작은 딸, 지금의 우리 가족의 사랑은 그냥 시간이 지나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게 아니다. 다투고 싸웠지만 서로에게 관심과 애정을 주었고 아끼고 믿어주었던 결과였다.
PS : 딸이 둘이지만 작은 딸과 대화가 훨씬 많은 편이다 지금도. 작은 딸은 어렸을 때부터 시시콜콜한 얘기를 나에게 했고 가끔 고민도 털어놨다 엄마와는 비밀이라는 단서를 달면서. 작은 딸의 글은 천진난만해 보이지만 그 안에 진심이 묻어있다. 요즘 '작가'와 '어씨'로 대화할 때 깊은 신뢰감이 느껴지는 건 작은 딸의 이런 글의 연장선상이다. 우리 가족은 말이나 글에 진정성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가족이지만 깊은 이해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 가족이란 관계는 표면적인 관계일 뿐이기 때문이다.
독일에 사는 작은 딸의 앞날을 응원한다. 앞으로 작은 딸과 편안한(?) 대화를 하며 작은 딸이 더 좋은 작품을 만드는데 일조하는 아빠가 된다면 그런 기쁨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