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과거. 지금 베이징은 화려한 도시가 되었다

작은 딸과의 대화

by 김쫑

2007. 06. 22

발신 : 작은 딸

수신 : 아빠

제목 : 영어 공부


아빠! 영어 공부하다가 갑자기 아빠 생각이 나서 컴퓨터를 켜봤더니 아빠가 있네용 ㅋㅋㅋㅋ. 오늘 너무 더워요. 참고로 저는 중국 골동품시장 가고 싶어요. 짝퉁 시장이요. 네이버에 쳐봤더니 거긴 없는 게 없어요. 진짜 가고 싶더라고요. 그리고 이건 비밀인데 언니는 중국에 가기 싫다고 그랬어요. 지저분하고 별로 안 좋다고. ㅎㅎ 근데 저는 좋으니깐 걱정 마셔요!!!!!!!

할 일이 많아서 저는 이만 빠이빠이~~~


>> 작은 딸은 살가운 편이다. 아빠와의 사랑을 드러내며 표현하곤 했다. 그래서 아빠의 빈자리가 더욱 크게 느껴졌을 것이다. 작은 딸은 늘 아빠의 소식을 기다렸다. 그래서 오래된 메일에서 작은 딸과의 글이 많다. 내가 브런치 글을 올리면 독일에 살고 있는 작은 딸은 글을 보고 중 1 때의 힘들고(?) 아름다웠던 추억에 빠진다고 했다. 그리고 오래된 메일을 보며 지금 아빠와 이런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것이 무한 행복하다고 말한다. 무엇이 부녀사이를 이렇게 끈끈하게 만들었나? 그게 뭔지를 단정지어 말하긴 쉽지 않다. 하지만 오랜 기간 쌓아온 사랑과 믿음이라고 생각한다. 딸을 생각만 해도 절로 미소가 지어지는 푸근한 정감...


PS : 엉뚱한 면이 있는 작은 딸은 두 달 뒤 아빠를 만나며 뭘 할지 찾아보다가 베이징의 짝퉁시장을 발견했다. 지금 기억에 베이징 秀水街라는 짝퉁시장을 방문한 기억이 있다. 뭘 샀는지는 기억에 없고. 자금성을 돌아보는데 무척 더웠던 기억도 있다(그 기억 때문에 우리 가족은 중국의 여름을 무척 싫어한다). 큰딸이 중국 오는 걸 주저했다는 건 당연히 아빠를 만나러 가고 싶지만 불결한 식품위생상태나 화장실(그 당시는 진짜 그랬다)등을 찾아보고 그랬던 거 같다. 귀여운 불평이었지만 2007년 당시 베이징 중심가만 벗어나도 화장실 문제가 가장 큰 일이었던 게 지금도 기억에 생생하다. 공용화장실은 냄새가 진동했고 화장실 자체에 문이 없고, 어떤 화장실은 넓은 바닥에 구멍만 있어 엉덩이를 까고 서로 얼굴을 쳐다보며 큰 거를 봐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는 아내와 두 딸은 참고 있다가 빨리 호텔로 돌아오는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글을 쓰며 화장실 그림이 떠오르니 절로 웃음이 난다. 그땐 베이징도 시내를 조금만 벗어나면 그런 모습이었다. 20년이 지난 지금은 글로벌 도시가 되었는데 중국의 화장실 문화는 많이 나아졌을 거라 믿고 싶다. 베이징에 다녀온 게 8년 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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