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의 대화
2007. 6. 1
발신 : 미미
수신 : 김쫑
제목 : [RE] 어느덧 5월도 가고...
어제 친구들과 오랜만에 만나 저녁을 먹느라고 늦었어요. 어제는 애들도 네이트온 못했나 봐요? 저녁 먹으면서 맥주도 한잔 했어요. 그냥 먹고 싶더라고요. 못 먹는 술 먹었더니 집에 와 바로 잠들어 버렸어요.
날씨가 더워지고 있어요. 항상 음식 조심하고. 특히 혼자 다닐 때 조심해서 다녀요. 그게 제일 신경 쓰여요. 예슬이가 학원을 안 다니겠다고 해서 걱정이에요. 기말고사 끝나고 바로 가라고 했는데 시큰둥... 아침에 그거 때문에 좀... 자신감이 없어져 다른 애들하고 경쟁하기 싫은 건가? 괜한 걱정이 되더라고요. 암튼 내가 맘이 편하지 않아요... 내 얘기 너무 신경 쓰지 말고 잘 지내요. 오늘 하루도 Have a good 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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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중국으로 떠나고 아내는 절약하며 살았다. 남편이 없는 집에서 불안한 미래를 기다리는 것은 아내를 불안하게 했음이 틀림없다. 그래도 아내는 가장의 빈자리를 잘 메꾸며 생활했다. 특히 두 딸의 교육. 사춘기 중학생 두 딸의 일상을 곁에서 지켜보며 신경 썼던 시간들이 아내에게 많이 힘들었을 텐데 남편인 내가 일부러 그건 아내의 몫이라며 치부해 버렸던 건 아니었는지... 특히 예슬이는 중3으로 고등학교 진학을 앞두고 고민하기 시작한 때였는데 말이다. 외고 진학을 목표로 하니 아내는 학원을 권했지만 예슬이는 학원까지 가며 학생들과 경쟁하는 것이 싫었던 모양이다. 중학교 내내 좋은 성적이었기에 본인은 필요 없다고 생각했던 거 같다. 하지만 부모맘은 어디 그런가. 떨어져 있어 나는 이런 부분에 대해 당시 애들과 깊은 얘기를 나누지 못했다. 귀국 후 미래에 대한 불안감, 당장은 돈벌이 못하고 있는 가장의 경제적 무게가 나에게 이런 생각의 여유조차 주지 못했다. 지금 두 딸은 훌륭하게 자랐다. 너무 고맙고 대견할 뿐이다.
PS : 아내는 술을 거의 못 먹는다. 맥주 한두 잔 먹으면 머리가 핑 돈다고 했다. 내가 떠나고 혼자 지내며 느꼈을 쓸쓸함, 불안감이 이 한 문장에 들어있었다. "맥주 한잔하고 싶더라고요." 이 글을 읽는 순간 나의 가슴은 철렁 내려앉았다. 아내의 메일을 읽은 그날 밤 나는 밤새 잠을 설쳤던 기억이 난다.
또 하나. 아내 글에 제발 혼자 다니지 말라는 말은 그 당시 중국은 그렇게 발전한 나라가 아니었기에 치안이 불안한 상태였다. 범죄도 많고. 나는 귀국 후의 미래를 계획하며 주말 시간을 내어 중국 사회(마켓)를 알자고 재래시장이나 시골 같은 곳까지 혼자 가보곤 했다. 현지인과 대화하며 중국어도 익힐 욕심으로. 아내는 그런 걸 걱정했다. 하지만 그런 결과로 나는 중국을 좀 더 깊숙이 알게 되었고 나중에 중국법인장으로 근무하는 기회를 갖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