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오사카하프마라톤 참가 후기

2026.1.25

by 김쫑

여기는 오사카 간사이공항 탑승장. 탑승하려면 한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한다. 나는 어제 하프마라톤을 완주함으로써 2박 3일의 오사카 일정을 무사히 마쳤다. 어제의 여운이 가시지 않은 채 글을 쓰기 시작한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가는 비행기 안에서도 계속 글을 쓰고 있다. 해외 마라톤 참가는 무척 오래간만이다. 특히 한국에서 신청하여 참가는 처음이라 신경이 쓰였던 건 사실이다(이전에 참가했던 캄보디아 앙코르와트마라톤대회, 중국 상하이국제마라톤대회는 현지에 살면서 참가했었다). 무척 오랜만에 뛰어보는 해외마라톤, 오사카하프마라톤대회 참가 후기를 간략하게 써본다.


오사카하프마라톤대회를 접수한 건 작년 8월 말이다. 2026년 시작은 해외마라톤대회를 뛰는 것으로 정하고 인터넷 사이트를 뒤지며 1월에 개최되는 대회를 주로 중국이나 일본 마라톤사이트에서 찾았다. 그러다 찾은 게 오사카하프마라톤대회. 6,000명 접수에 선착순이었다. 접수와 결제까지 그날 마쳤다. 5개월 전 일이다. 접수하며 잠깐 망설였던 건 이 대회가 일본 학생하프마라톤대회를 겸하고 있어 일반 참가자도 기록 제한이 세다는 것이다. 엘리트 대학생 선수들의 기록이 1:00 전후로 1등이 결정되는 대회기에 일반 참가자들도 피니쉬라인인 얀마스타디움에 2시간 5분 안에 들어와야 한다. 주로에는 7개 관문(통과지점)이 있어 그 시간 안에 통과하지 못하는 주자는 bib을 떼고 인도로 쫓겨나가야 한다. 주로가 바로 해제되어 차도로 바뀌기 때문이다.

각 관문별 통과 제한시간

기다리는 시간은 꿈을 그리는 시간이다. 하프코스라서 큰 부담은 없지만 2박 3일의 호텔비 등과 참가비 15만 원을 생각하면 완주하지 못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시카 간사이공항에서 미리 예약한 특급열차 라피트를 타고 시내로 들어와 전철로 갈아타고 오사카성홀에 도착하여 해외에서 신청한 주자들을 위한 부스에서 bib를 수령했다.

bib 수령

bib를 보니 나는 C조. 일반 참가자는 A~F조로 나뉘어 있었다(아마도 제출한 기록에 의한 것이 아닌지.. 나는 접수 때 2024년 최고 기록인 1시간 45분의 기록을 제출했었다). 홀을 나오자 해자를 끼고 웅장하게 서있는 오사카성이 눈앞에 펼쳐졌다. 나는 내일 워밍업으로 오사카성을 한 바퀴 뛰기로 하고 호텔을 향해 전철을 탔다. 날이 어둑해지기 시작했다. 호텔로 가기 전 저녁은 먹어야 하기에 쯔루하시역으로 향했다. 쯔루하시. 30년 전 일본 출장에서 오사카를 오면 늘 들렀던 곳이 쯔루하시다. 한국인이 많이 사는 동네. 일제 때 징용으로, 또는 돈 벌러 왔다가 해방 후 이런저런 이유로 귀국하지 못하고 눌러앉아 살고 있는 사람들이다. 쯔루하시 시장은 여전히 한국 음식 천지다. 이것저것 고민하다가 고른 게 순두부찌개. 매콤한 맛이 딱이었다. 탄수화물 보충 겸 밥 한 공기를 더 시켰다. 호텔에 오니 저녁 8시. 내일 출발은 12:00. 낮 기온은 5°C지만 바람이 많이 불거라는 예보를 보며 옷가지를 챙겨 한편에 두고 잠을 청했다. 금방 잠이 들었다.


아침 일찍 눈이 떠졌다. 대회에서 뛸 복장으로 갈아입고 두툼한 점퍼를 그 위에 걸치고 호텔 주변을 가볍게 뛰었다. 아침을 먹어야 하기 때문에 일찍 문을 연 식당을 기웃거렸다. 그리고 한 곳에 들어가서 가볍게 식사를 했다. 식사량이 많지 않지만 10시쯤 바나나와 스니커즈를 먹으면 된다.

대회 당일 아침 식사

출발지에는 이미 많은 참가자들이 모여 있었다. 공원 운동장에 A~F까지 라인이 설치되어 있었고 출발 30분까지는 라인 안에 서 있어야 한다. 짐을 맡기고 30분 정도 여유가 있어 나는 오사카성을 향해 천천히 달렸다. 워밍업을 하며 풍경을 즐겼다.

오사카성

오사카성을 가볍게 달리고 와보니 이미 많은 주자들이 선에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C조 맨 뒤에 자리 잡았다. 눈대중으로 보니 내가 딱 중간이었다. A, B, C, D, E, F조가 각각 1,000명씩 6,000명의 주자들이 빽빽이 공원 운동장을 차지하고 있었다. 내 뒤에도 3,000명 정도의 주자들이 있었다. 11시 40분이 되자 앞의 주자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코스인 도로로 이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대한 용이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모습이었다. 6천 명의 주자들이 도로를 점유하고 서있는 모습은 거대한 포효 그 자체였다.

출발 전 도로에 늘어선 주자들

스타트 라인과 멀어서 그런지 총성은 들리지 않았다. 앞선 주자들이 서서히 움직이는 것을 보며 엘리트 학생 선수들은 이미 출발했고 A조가 출발선을 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번 대회는 건타임(Gun time)으로 맨 앞의 선수가 출발한 시각부터 시작이다. C조 후미에서 천천히 달리던 나는 드디어 출발선을 밟고 힘차게 앞으로 나아갔다. 제한시간이 타이트한 걸 알고 참가한 주자들이어서 그런지 무척 빠르게 앞으로 나아갔다. 그들을 보며 긴장이 몰려왔지만 내 페이스를 유지하자며 맘을 다잡았다. 05:30/1km, 오늘 내가 잡은 페이스다. 최소한 이렇게는 뛰어야 2시간 안에 넉넉하게 들어오고 중간 관문 통과시간에 쫓기지 않기 때문이다. 중간에 나도 앞선 주자를 제치고 싶은 욕심에 한두 명을 추월해 보기도 했지만 만만치 않았다. 내 페이스를 잃지 않는 것이 더 중요했다. 그렇게 달려 10km 지점을 통과하면서 나는 1km를 5분 15초 속도로 달리고 있었다. 이 정도 기록이면 관문 통과시간에 걸려 인도로 쫓겨날 일은 없을 테니 안심이 되었다. 맘이 조금 편해지자 두발도 가볍게 느껴졌다. 11km 지점 첫 급수대에서 목을 축였다. 날씨가 차갑게 느껴져 땀이 많이 나지는 않았다. 인도에는 많은 사람이 나와 '간빠레(파이팅)"을 외쳤다. 오사카 시내를 달리며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이런 느낌을 갖는다는 건 아직은 잘 달릴 수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16km 두 번째 급수대까지는 그랬다. 속도도 05:16/1km. 완주는 문제없지만 이렇게 달리면 1시간 50분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았다. 나는 고민하면서 달릴 수밖에 없었다. 좀 더 빨리 달려봐? 하지만 여기는 일본이다. 마지막 스퍼트에서 호흡이 망가지면 그땐 2시간에 겨우 맞출까 말까 할 것이다. 점점 두 다리에 피로가 느껴지기도 했다. 17km 지점을 지나며 나의 스피드는 05:19/1km로 느려지고 있었다. 이때 나는 결정했다. 남은 4km는 05:30~05:40/1km로 뛰자고. 그러자 맘이 좀 여유로워졌다. 완주는 문제없으니 편하게 달리자며 달렸다. 그렇다고 힘들지 않은 건 아니었다. 19km 지나면서 무거워진 두 다리는 천근만근이다. 괜히 뛴다고 했네, 하는 후회가 밀려오는 때가 이만 때다. 하지만 이 정도도 못해내면 앞으로 뭘 하겠냐,며 나를 채찍질하며 두 다리를 질질 끌면서라도 달렸다. 나는 뛰려고 참가했다. 당연히 걸으면 안 된다. 얀마스타디움 트랙에 들어서서 마지막 한 바퀴를 힘껏 달렸다. 드디어 끝났다. 해냈다는 성취감에 하늘을 쳐다보며 깊은 심호흡을 했다. 하늘에는 맑은 구름이 밝게 펼쳐져 있었다. 완주의 기쁨에 내 얼굴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주최 측에서 나누어준 수건을 들고 완주 기념사진을 찍었다.

완주 기념사진

트랙에서 사진을 찍고 잠깐의 시간이 지난 것 같은데 얀마스타디움의 문은 잠겨 있었다(이 문은 마지막 관문으로 통과 제한시간이 2시간 5분이었다). 내 뒤에도 많은 주자들이 있었을 텐데..

짐을 찾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피로가 몰려왔다. 전철은 사람들로 북적였다. 전철 안에 서있는 30분이 무척 길게 느껴졌다. 호텔에 오니 4시 반, 씻자마자 바로 침대에 누웠다. 그렇게 자고 깨어보니 밤 8시. 그 시간에 어디 구경가기도 그래서 편의점에서 도시락을 사 와 먹고 또다시 잤다. 오사카에서의 둘째 날은 그렇게 끝났다.


비행기가 곧 김포공항에 착륙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오고 덜컹거리며 의자가 흔들린다. 기내에서 오사카하프마라톤대회 참가 후기 글쓰기를 거의 마무리하던 찰나였다. 한해를 해외마라톤으로 시작하자는 결심은 이루어졌고 나는 완주를 통해 긍정의 힘과 자신감으로 한해를 맞이할 준비를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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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 1시간 54분 56초의 기록은 결코 빠른 기록은 아니다. 하지만 시니어의 나이대에, 일본의 생소한 코스에서 6,000명 중 3,967등을 했다는 것에 자부심이 느껴진다. 내가 달리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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