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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쫑 Nov 13. 2017

내가 달리는 이유

달리면서 느끼는 철학

    나는 요즘도 한달에 150km 정도를 달린다. 한번 달릴 때마다 10km를 기본으로 뛰며, 한주에 한번 정도는 20km 이상을 달린다. 그렇게 달린 게 벌써 4년이 넘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내가 그렇게 미친 듯이 많이 달리는 걸 이해하지 못한다. 어떤 사람은 나의 무릎을 걱정해서 그렇게 말하기도 하고, 어떤 사람은 이 나이에도 그렇게 달릴 수 있다는 것에 대해 부러움반, 질투반으로 그렇게 말한다. 하지만 내가 달리는데 특별한 이유는 없다. 특히 건강 때문에 달리는 건 더더욱 아니다. 나는 건강에 크게 문제가 있는 사람은 아니었다.

    삶이란 무게는 어떤 땐 가볍게 느껴지지만 어떤 땐 그 무거움에 진저리 쳐질 때도 있다. 특히 아내를 평생 아껴주고 가족을 부양해야 하는 남자의 어깨란 영원히 내려놓을 수 없는 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게 다른 말로 표현하면 행복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거창하진 않지만 그 안에는 삶, 사랑, 가족, 인연이라는 철학이 있다.

    달리면서 느끼는 가장 큰 행복은 고독의 철학이다. 달리는 건 팀을 이뤄 하는 게 아니다. 그저 자기 달리고 싶을 때 혼자서 달리면 된다. 특별한 장비가 필요한 것도 아니다. 달리기에 적합한 운동화와 간편한 운동복만 있으면 다.    

   우리는 가정에서나 회사, 사회에서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관계를 갖는다. 그러다가 죽을 때 혼자로 돌아간다. 요즘 세상에 살면서 자기만의 시간이나 공간을 확보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달리는 건 철저히 혼자인 행위다. 혼자의 공간이나 시간이 확보됐을 때 우리는 뜻밖에도 또 다른 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래서 나는 혼자서 달린다.

    내가 달리기를 시작한 건 2013년 여름 즈음이다. 2012년이 시작되며 중국 시장 진출 업무가 시작 되었고 나는 몇 달은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업무를 시작했고 법인이 설립되고 조직이 세팅된 6월부터는 상하이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해외에 하나의 회사를 만드는 일은 쉽지 않다. 특히 현지인 인재를 찾는 게 쉽지 않다. 우여곡절 끝에 채용을 완료하고 같이 근무하는데 답답한 게 한두가지가 아니다. 회사 설립이나 조직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라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중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만족스럽지 못한 채용 후 해결 방법은 채용한 사람을 재교육시키거나, 자르거나 둘 중의 하다. 둘 다 비싼 대가를 치러야 하는 것이다.

    중국 시장을 공략하면서도 시행착오가 계속되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갔고 사업은 앞으로 계속 전진해 나갔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고비는 너무나 많았다. 해야 할 일은 산더미고, 지금 밀어부치고 있는 전략이 맞는 건지, 계속 앞으로 나가면서도 답은 쉽게 찾을 수 없었다. 혼자 감당하기에 점점 힘들어지면서 과중한 업무보다는 내 주변에 나를 도와줄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외로움이 나를 고립시켰다. 한국 본사에서 적임자라고 맡긴 해외 시장인데  자신감을 잃으면 안된다고 몇 번을 다짐했지만 정신력만으로 버티기에는 한계가 있었다.

중국 상하이

     책임자로서 혼자 나가 있던 나는 퇴근하고 집에 오면 무기력감으로 그냥 잠만 자고 싶어졌다. 뒤척이다 자정을 넘기기 일쑤고 그러면 다음날 또 피곤하고. 혼자 술을 먹으면 그 순간은 잊을지 모르나 다음 날의 생활은 엉망이 되고 머리 속은 더 엉켰다. 나는 뭔가의 전환점이 필요했으나 그게 뭔지는 알 수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내가 이러다 죽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2013년 54살 여름 즈음인 것 같다. 금요일 퇴근  혼자 한두잔 먹던 술이 자정을 넘겼다. 다음날 10시 넘어 깨어보니 해는 이미 중천에 떠있었다. 무기력하게 누워 있는 내가 싫었다. 옷장을 져 대충 입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태양이 내리쪼이는 한낮 상하이 길가를 걷기 시작했다. 그러다 땀이 범벅인 상태로 뛰어보고. 그렇게  상하이 한낮 태양 아래를 미친 놈처럼 걷고 뛰었다.  온몸에 비오듯 땀이 흐르는데 나는 그 땀을 닦지 않고 걸어서 집에 되돌아 왔다. 머리가 너무나 개운했다.

    전환점이 필요했던 나에게 달리기가 그 답이었던 것이었다. 처음에는 오백여 미터를 달려도 헉헉댔다. 하지만 나는 포기하지 않고 일주일에 세번 이상을 달렸다. 내 몸의 변화와 머리 속이 맑아지는 걸 느꼈기에 나는 계속 달렸다. 아니, 내가 살기 위해서 나는 달려야 했다.  달리는 거리를 늘리면서 세달 째부터는 10km를 달렸다. 많이 달리는 날 나의 머리 속은 더 맑아졌다. 달리면서 흘리는 땀이 많으면 많을수록 그 땀이 내 머릿속 불안정한 생각들을 깨끗이 씻어 주었다. 그러니 더 달릴 수 밖에 없었다. 달리기 시작하면서부터 체력이 좋아져서 거리가 늘어난 건 아니다. 달리면 머리 속이 개운하고 그 속에 생각의 외연이 확대되어 가는 걸 느꼈기 때문에 더 생각하고 싶어서 달리는 시간이 늘어난 것이었다. 나는 어느덧 달리면서 업무를 구상하고 아이디어를 찾는 좋은 버릇이 생겼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달리면서 생각한다는 이해하지 못한다. 하지만 달리면서 하는 생각은 집중력이 매우 높다. 달리면서 반복적으로 생각할  있기에 판단력도 좋다. 나는 달리면서 하루를 정리하고, 내일의 할 일도 생각하고, 그런 생각을 넘어 삶에 대해서, 인생에 대해서 생각하게 되었다. 나는 생각할 게 있으면 달리는 사람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中国 上海 근무 시절 살던 아파트

     사람들은 중국의 공기오염이 심하다는데 그렇게 달려도 되냐고 묻는다. 上海北京보다는 공기오염이 심하지는 않다. 공기오염은 일반적으로 공기오염지수(AQI-air quality index)로 표시하는데 베이징의 공기오염은 나쁘기로 전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난방이 가동되는 베이징의 겨울에는 AQI가 200이 넘는 날이 한 달에 보름 이상이고 심할 땐 400 이상인 날도 많다(AQI 150 이상일 때는 외출을 삼가야 할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니 400은 어마어마하게 나쁜 수치). 하지만 상하이는 연평균 AQI가 50~100 사이로 달리기에는 크게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아마도 바닷가를 끼고 있어서 그런지도 모른다. 나는 중국에 있을 때 주변 사람들로부터 달리더라도 자주 달리지는 말라는 말을 너무 많이 들었기에, 알았다고 하면서 달리기 전 핸드폰으로 뛰는 지역의 AQI를 점검해 보는 성의는 보였다. 하지만 AQI 수치 때문에 달리는 걸 포기한 적은 다. AQI보다는 내가 달리면서 생각해야 할 게 너무나 기 때문이었다.

실시간 핸드폰으로 검색 가능한 중국 AQI 수치

  나는 신체 건강보다는 정신 건강을 위해 달리는 편이다. 나에게 달린다는 것은 생각의 시간이고 어떤 계획을 구상하는 시간이다. 힘들어서 살기 위해 달렸던 상하이에서의 시간들이 이어져 달리기는 어느덧 지금  생활의  부분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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