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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하지 못하는 지성은 죽은 지성이다

서마학에 보낸 글

by 허무

자본주의 이후를 상상하지 못하는 지성은 죽은 지성이다 - 허무


학벌 서열화와 계급 갈등의 시발점이라는 비판이 존재함에도 불구하고, 서울대가 대한민국 최고의 지성들이 모인 집합체임은 부인할 수 없다. 특히 경제학부는 국내에서 다소 저평가되어 있는 것이 현실이나, 세계 유수 대학이나 국가기관의 운영 원리를 살펴보면 경제학의 중요성은 의심의 여지가 없다. 경제학은 국가 정책과 제도 설계의 근간을 이루는 핵심 학문이며, 그만큼 학문적 다양성과 이론적 균형이 필수적이다.



이러한 점에서, 서울대 경제학과가 ‘마르크스 경제학’을 교육과정에서 배제하려는 시도는 이율배반적이며 학문적 퇴행이라 볼 수 있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단지 하나의 이론이 아니라, 자본주의 체제의 구조와 모순을 진단하고 대안을 모색하려는 역사적 노력의 결실이다. 현대 자본주의는 격차의 심화, 불평등의 고착화, 저출생 등 다양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러한 구조적 문제들은 단순한 자본주의 내적 조정만으로는 해결이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 경제학을 '실패한 이론'이라 치부하며 가르침의 장에서 제외하는 것은, 학문을 정치적 시각에 가두고 현재 체제를 절대화하려는 태도로밖에 볼 수 없다. 과연 어떤 이론이 실패했는지를 누가,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수 있는가? 오늘날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체제라고 해서 그것이 영원히 옳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만약 다음 세대가 자본주의의 실패를 선언하게 된다면, 그때는 지금의 교육이 얼마나 편향되어 있었는지를 똑같이 되묻게 될 것이다.



마르크스 경제학은 단순히 과거의 이론이 아니라, 현재를 비판적으로 성찰하고 더 나은 체제를 상상할 수 있게 하는 중요한 사상적 자산이다. 서울대 경제학과야말로 그 역할을 가장 충실히 수행해야 할 기관이다. 오히려 지금 같은 시기일수록 마르크스 경제학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다양한 경제 이론들이 자유롭게 논의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할 것이다.



나아가 마르크스 경제학은 단지 자본주의 비판에 그치지 않고, 역사 발전을 변증법적으로 이해하며 그 너머의 새로운 사회 체제를 사유할 수 있는 이론적 토대를 제공한다. 이는 단지 과거의 실패한 실험을 반복하자는 것이 아니라, 현실의 모순을 직시하고 미래를 능동적으로 준비하기 위한 지적 실천이다. 그렇기에 마르크스 경제학을 공부하는 일은 더 나은 사회를 향한 상상력과 가능성의 문을 여는 일이다.





서마학(서울대 내 마르크스경제학 개설을 요구하는 학생들)에 게시된 글 퍼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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