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까놓고 말하면, 이미지가 8할이다.
"요즘 배우들 다 연기 잘해요. 정말."
감독으로서 생애 첫 오디션이다 보니 현장서 맞닥뜨린 부분이 참 많았다. 그중 가장 큰 문제가 '배우 선정 기준'이었다.
작품에 걸맞은 배우를 뽑는다는 명제가 이미 머리 속에 박혀있다. 하지만 '걸맞은'이 무슨 단어인지 스스로 파악하기엔 경험과 지식이 전무했다.
오디션 심사 중, 옥 촬영감독님께 의견을 물었다. 옥 감독님은 영화판에 존재하는 암묵적 룰에 대해 설명해주시곤 했다.
"이미지를 먼저 보세요. 요즘 다 잘해요. 연기. 진짜요."
의아했다. 연기자를 연기로 뽑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로 뽑는다는 말이.
그는 이어 "어차피 영상물 작업이기에 볼 맛이 없으면 아무 소용없어요"라고 덧붙였다.
'볼 맛'이라는 뜻이 참 와 닿았다. 영화란 봐야 할 가치가 있어야 하는 창작물. 그 맛이 첫 번째 기준이 돼야 하는 거고, 그 중심에는 이미지가 최우선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얼굴은 '꽃미남'과 '꽃미녀'를 뜻하는 말이 아니다. 예를 들면, 깡패 얼굴, 찐따 얼굴, 엄마 얼굴, 회시원 얼굴 등등 콘셉트에 맞는 얼굴을 뜻한다.)
그럼 캐스팅에서 연기란 무엇일까. 나는 심지어 제작팀에 대한 '에티켓' 정도로 까지 생각했다. 마치 셰프에게 '조리사 자격증은 언제 따셨어요?'라고 묻는 듯한 느낌이랄까. 신선한 충격이었다.
이곳은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발버둥 치는 취업준비생만큼 경쟁이 심한 곳이다. 되려 스펙이라 말할 수 없는 것들이 줄줄이 필요한 미지의 세계인 듯하다. 숨소리마저 평가대상이 되곤 한다.
참으로 변태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