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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Apr 29. 2017

제6화, 시간개념 없는 배우와 함께하고 싶진 않아

따지고 보면 배우에겐 영업의 시간, 시간 약속은 기본 중으 기본

 

 출처: 매거진 에스콰이어 
"배우님, 어디쯤 오셨나요?" 


캐스팅 오디션에서 몇 분들이 오디션 시간을 안 지켰다. 


회사원이었던 내가 보기엔 이해하기 힘든 상황이었다. 시간을 지키지 않고서 비즈니스를 하고 싶은 사람이 정말 존재할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배우들의 라이프 스타일은 회사원과 다를 것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월급쟁이를 갖 뗀 신인 감독인 '동지호'를 만난 것을. 나는 시간을 지키지 않은 배우들에게 가차 없이 좋은 점수를 주지 못했다. 그 혹은 그녀의 연기가 어떠하든 간에 상관없었다.

  

개인적으로 예의를 지킨다는 것은 밝은 미소와 따듯한 한 마디 따위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예의란 옳고 그름과 좋고 싫음에 대한 명확한 전달에 더욱 얽혀있는 것이다.


늦는다고 그 사람이 잘못한 것이 아니다. 단, 설명해야 했다. 왜 늦었는지에 대한 설명을 사전에 전했어야 했다. 그게 내가 배운 사회의 룰이었다. 늦잠을 잤다면 신뢰는 그 자리에서 깨질 것이다. 하지만 교통체증이나 우발적인 사고로 인해 시간 약속을 못 지키게 됐다면 혹시 모를 '아이스 브레이킹 타임'의 소재가 될 수도 있지 않은가. 시간 약속을 지키지 않는 배우들이 많아서 조금 놀랐다. (아예 오디션 현장에 말없이 오지 않는 배우들도 있었다) 


저도 사실 이해가 안 돼요. 근데 어쩌면 더 쉬워요. 그런 배우는 실력도 보통 없거든요.

함께 오디션을 심사했던 베테랑 연출진이 내게 말했다. 이 분의 말을 듣고 보니 내 판단이 그리 잔인하다고는 생각지 않게 됐다. 이곳도 사회생활이니까. 


사실 시간 엄수라는 것이 이렇게 민감하게 느껴질지는 몰랐다. 그런데 10여 명의 배우들을 만나다보니 굉장히 민감해지더라. 


연기를 보는 것도 에너지가 필요하다. 배우들이 어떤 특색을 갖추고 있는지 빨리 캐치해야 한다. 나 같은 경우는 직감적으로 판단했지만 카메라 감독님은 카메라 앵글을 살펴보고 클로즈업과 바스트 그리고 전신 샷을 번갈아보며 검토했다. 때문에 정해진 룰을 지켜줄 배우들의 자세가 필요했다. 


프로 대 프로로서 서로 마주치는 느낌이 필요했다. 특히 나 같은 초짜에겐 더욱더 그런 자세가 중요했다. 프로로서 상대를 대하는 느낌을 원했다. 물론 배우와 감독의 위치가 다소 편견이 있겠지만, 생각해봐라. 나 같은 무명 감독일수록 더욱더 실력 발휘를 하기 쉽지 않을까. 


하지만 시간 약속부터 깨 버린 배우 같은 경우는 쉽게 말해 우리와 함께할 자세를 느끼지 못한 것이다. 


시간 엄수에 관한 이야기로 1000자를 넘게 쓸지 몰랐다. 그만큼 중요하다는 얘기이기도 하다. 


배우나 감독이나 모두 비즈니스 관계다. 프로의 느낌으로 상대를 대할 때, 좋은 에너지가 나온다. 날이 섰지만 서로 동기부여가 되는 그런 에너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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