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우면 성공해야 한다. 어쩌겠는가. 사회가 그렇다.
조팝처럼 살기 싫어서요. 그런 거 느끼면 너무 화가 나거든요.
<도너츠와 커피>팀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내게 물었다.
"왜, 갑자기, 영화를 만드세요?"
"조팝처럼 살기 싫어서요."
"네?"
"섹시한 감독이 되고 싶어요. 근데 평생 그런 감독들 부러워하며 살고 싶진 않아요. 부러우면 지는 거잖아요."
마치 초등학생의 패기 어린 소리였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조팝정신은 내게 영화를 더 집중하게 만드는 요인이 됐다.
연영과 출신이 아닌, 연출 경험이 없는 30살 남자가 만드는 마조히즘 이야기. 상상하기 힘들다. 상상조차 되지 않기 때문에 상상하기 힘들다.
그럼 이런 소개는 어떠한가?
작가를 꿈꾸며 직장을 때려친 남자기자청년...꿈의 무대서 맞짱 대결 펼친다. 전자보단 미사여구가 많이 들어간 건 사실이다. 허나, 이 소개 또한 사실이다.
나 같은 조건서 영화를 만드는데 많은 핸디캡이 있다. 일단 영화 제작비를 지원받기가 굉장히 아주 엄청 매우 어렵다. 경험이 없고 학력이 없기에 어느 기관에서 주최하는 지원사업에 신청할 수 조차 없다.
'이런 띠바, 누가 이기나 보자. 반드시 복수한다'라며 스스로를 위로한다. 복수를 누구에게 할 것이며 누구를 이길 것인지 알지 못한다. 대상이 없다.
'조팝정신'은 이런 상황서 발생한다. 나이키 광고처럼 나와의 싸움을 위한 투쟁과 오기가 생긴다.
'칼을 뽑았으니 뭐든 다 썰어버리리'라는 에너지가 생긴다.
결핍에서 나오는 분노가 성장동력이 되는 셈이다. 신기하게도 분노의 힘이 어느 것보다 강렬한 동기 부여를 주더라.
결국 '조팝정신'은 스스로에 대한 비명이다. 답은 정해져 있다. 꼬우면 성공해야 한다. 결과가 모든 걸 말해줄 것이다. 그러니 닥치고 영화를 만들어 보여줘야 한다. 조팝들이 뒤집은 영화 <도너츠와 커피>라는 타이틀을 구현해야 한다.
어느덧 촬영 전 작업이 대략 90%정도가 완성됐다. 다 '조팝정신' 덕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