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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우라 고리유 May 08. 2017

제15화, 잘난 사람들의 공통점 (下)

모든 것이 여의치 않지만 '조팝정신'으로 견딘다.

 

출처: panduhm0n1um  / thumblr


쌍욕이 나오지만 기어코 뭐라도 만들어 내는 중이다.




이번엔 내 케이스. 영화 만드는데 정말 많은 우여곡절이 있더라. 기본적으로 영화를 만들 스태프들이 턱없이 부족했고 배우들을 케어링할 시스템이 여의치 않다. 나는 24시간 중 6시간은 연출자, 3시간은 시나리오 작가, 2시간은 카메라 감독, 2시간은 조연출, 1시간은 미술감독, 1시간은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되곤 한다. 


멀티플레이어라는 말이 아니다. 영화 만들 때 구분 짓는 역할들을 고용할 수 없으니 직접 하는 것이다. 흔한 인디 감독의 하루일지도 모르겠다.


어색한 손재주 발 재주 말재주를 다 빌려 업무를 수행하다 보니 여러 가지 핸디캡이 생긴다. 사실 모든 것이 돈 문제다. 더 좋은 장비와 더 좋은 메이크업과 더 멋진 분장 등을 고민해야 하는데 여간 쉬운 해결책이 없다.

 

가장 괴로울 때이자 반가울 때는 시나리오 작가로서 빙의가 될 때 어느 정도 해결책이 보인다. 슬프기도 한 부분이지만 나는 특정한 장소를 빌릴 조건을 갖추지 못하기 때문에 시나리오를 몇 번 고치곤 했다. 분에 차지만 고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면서 '조팝정신'이 발동 걸리며 더 좋은 연출 방식을 택하게 된 것 같다. 힘들지만 생산적이라 딱히 스트레스라고 느끼진 않는다.


진짜 스트레스를 받는 순간은 '비평'을 들을 때다. 제작회의를 하다 보면 작품에 관해 '난도질'을 당할 때가 있다. 참으로 견디기 힘든 상황이지만 동시에 반드시 거쳐야 하는 시간이기도 하다. 


아이러니하게도 나는 이 상황을 가능하면 많이 겪으려고 한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은연중에 발견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무조건 받아들이지 않는다. 나는 비평이란 소리가 얼마나 '낭만에 찬 개똥 철학'인지 또한 알고 있다. 비평은 책임을 지지 않는 가벼운 소리다. 


비평을 흔히 좋은 지적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개인적으론 동의하지 않는다. 비평은 매우 엔터테인먼트 적인 요소가 강하다. 굉장히 정리된 주관적 서술이자 위선의 언어다. 비평은 절대적으로 경험의 산물이라 때에 따라 가치가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다.


예컨대 이런 것이다. 좋은 와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했을 때, 본인이 먹었던 것이 달달한 '모스카토' 뿐이라면 그는 모스카토에 관한 이야기밖에 할 수 없는 것이다. 물론, 그는 아마 모스카토만 먹었다고 말하진 않을 것이다. 와인을 즐긴다고 말할 것이다. 이어 쇼비뇽이나 말벡 혹은 쉬라즈 품종에 대해선 회의적으로 말할 것이다. 

또 다른 예로는 정치에 대한 것이다. 정치사를 몰라도 호불호를 선택할 수 있다. 막연한 대선주자들의 공약들을 보고서 누가 옳고 그름인지 판가름할 수 도 있다. 또한 대선주자들의 최근 토론회를 보고서 누가 더 좋은 리더십을 가졌는지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모두 다 본인이 가진 경험의 유산이기에 비평할 수는 있는 것이다. 


때문에 모든 키는 수화자의 태도에 있다. 무시할 것은 무시하고 담아낼 것은 담아야 한다. 이것 또한 경험의 유산으로서 가능한 일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과 이야기를 해 보았는지, 토론이 무엇인지 겪어보았는지, 발화자의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를 감안하면 꽤나 생산적인 부분이 많이 보일 수 있겠다.


때문에 나는 비평 시간이 되면 흥분한다. 상대방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어서 알게모르게 혼자 즐거울 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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