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지난 시간을 되짚어 봤다. 굉장히 지난했다.
화병이 날 뻔했다. 그동안 글을 쓸 수 없었던 것은 현 상황을 어떻게 진단해야 할지 갈 피를 못 잡아서였다.
먼저 다짜고짜 본론부터 말하자면, 지난 한 달 여간 많은 일들이 벌어졌다. 영화를 제작하는 데 있어 참으로 '쓸데없는' 상황들이라 불리는 것들과 마주쳤다. 지금부턴 그 결론들을 적어 내려 가겠다.
나는 '쓸데없는' 것들이라 여겼던 가치들을 '쓸데없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그것은 암적인 존재로 여겼고, 도려냈다. 스트레스 수치가 상당했다. 아무리 생소한 영화판이라도 '인간이 하는 집단 행위'란 명목 하에 차이가 없을 거란 생각이 오판이었다.
이 곳은 정말 쓰레기 더미다. 쓰레기들이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낼 때마다 신경이 곤두섰다. 쓰레기들은 점점 엄습해 들어왔다.
내가 경험하고 있는 영화판은 '규칙은 없지만 관행이란 것이 존재하는 곳'이다. 규정된 룰이 없는 곳이다.
현장에선 각 포지션별 업무영역과 그에 따른 자존심이 존재했다. 처음엔 신선하게 느껴졌지만 알고 보니 그것은 '아집'을 '명예'로 오역한 결과물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만큼 '짬밥'이 판단과 결정을 좌우하는 곳이다.
또한 '똥오줌 못 가리는 곳'이라고 말하고 싶다. 이곳은 기술 쟁이가 곧 예술쟁이로 치환되더라. 내가 제일 화가 난 부분이기도 했다. 기술 쟁이는 테크니션이지 아티스트가 아니다. 예술혼이 없으면 감히 '예술'이란 단어를 집어넣어선 안 된다.
'예술'을 논하려면 그에 따른 열정과 끈기가 필요하다. 20세기 중반, '똥통을 샘'이라고 칭한 마르셀 뒤샹(Marcel Duchamp)의 끈기가 필요하다. 똥을 싸대는 뒷간을 고요한 샘으로 여긴 그이 병맛같은 사고관(?)은 예술계를 뒤집어 놓았단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내가 직접 겪어보는 영화판은 위에 언급한 내용들이 제작 곳곳에 엉망진창 섞여있었다. 모두가 헛된 꿈을 꾼다. '내가 상업으로 넘어가면'이란 엿같은 잣대를 꺼내 든다. 처음에는 희망찬 메시지로 해석했으나 훗날 '패배주의자'의 훌리건 정도로 기억되더라. 지금도 여전히 난 그런 말을 하는 사람들을 이해하지 못한다.
약 한 달 여간의 노력 끝에 영화를 엎었다. 이젠 정말 열정을 가진 사람들'만' 모아서 영화를 준비하려 한다. 내가 꾸리는 영화식구들이 '오합지졸'로 보일 무렵에 내린 특단의 조치였다. 후회는 없다.
영화를 만들겠다고 시작할 때 그리고 퇴사를 결정했을 때 가장 중요한 가치는 '멋'이었다. 남들 앞에서 '나' 답게 살아가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오늘, 다시 한번 확인했다. 내 팔자와 내 소신을.
(PS: 처음부터 영화제작에 대한 글을 올리겠다고 말했기에 '독자'로서 내 영화 관계자가 존재할지도 모르겠다.
그들이 이 글을 읽고서 오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난 그들의 사고방식과 인격을 존중한다. 단지, 내가 원한 사람은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