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가 선택한 환상
이젠 별 감정이 없어진 시무식. 설렘을 안고 있는 사람이 있을까 싶기도 하다. 오늘은 퇴사를 앞둔 동료와의 저녁식사가 있다. 새 시작을 알리는 신년과, 끝을 앞둔 동료. 아이러니하다.
스키야키(すきやき)는 처음이다. 날계란을 먹지 않는데 일단 매뉴얼대로 해본다. (참고로 나는 먹는 방법이 있는 식당을 좋아한다.) 휘휘 저은 날계란에 고기를 푹 찍어 먹는다. 첫 스키야키의 맛은?
“짜다.”
야채도 넣고, 두부도 넣고. 물이 적은 샤브의 느낌. 어묵이 있었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잠시 생각해 본다. 생각보다 날계란 맛이 고소했다. 새로운 한 해. 새로운 음식 도전. 나쁘지 않다.
“직급이 올라갈수록 우리도 변하는데. 변화를 받아들일 줄 알아야지, 언제까지 사원시절의 모습만 볼 거야?” 맞는 말이다. 나는 왜 저 생각을 못했을까.
2025년 1월 1일부로 7년 동안 붙어있던 팀장과 헤어졌다. 나의 응애시절부터 봐왔던 그는 변하는 나를 보려 하지 않았다. 나 역시 그랬다. 변한 그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우린 현실을 외면하고, 각자가 선택한 환상을 쫓았던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