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슬기로운 생활

by 고로케

한 달에 한 번 공통 주제로 글을 쓰는데 새해 첫 공통 주제는 '노하우'입니다. 제 기억엔 누군가가 던진 아무 말에서 시작된 것 같은데 분야에 상관없이 각자의 '노하우'를 말하는 게 생각만 해도 멋진 것 같네요. 데이터를 거침없이 분석하는 노하우, 영어를 모국어보다 더 쉽게 말하는 노하우 등 왠지 '노하우'라는 단어 속에 엄중한 무게가 느껴지지만 32년을 살며 터득한 제 노하우는 그렇게 대단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진짜 고수는 생활 속에 있잖아요? 무림고수를 만나러 갔더니 국숫집이나 만두 집에서 밀가루 반죽을 하고 있는 것처럼요. 실생활의 노하우는 아마 생활의 달인인 일반인들에게 있는 게 아닌가 잠시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여러분께 들려드릴 노하우는 두 개 입니다. 하나는 올해로 5년 차 짬밥을 먹는 직장인으로서, 아주 정직하게 집에서 문 열고 나와 왕복 출퇴근 시간 약 4시간 반인 사람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노하우입니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오랜 시간 수영을 하며 발차기를 하지 않고 손으로만 나아갔던 사람으로서 들려줄 수 있는 물잡이 비법이 되겠네요.


평일 기상 시 제가 허용하는 건 단 한 번의 알람입니다. 가끔 유머 사이트에 아침 기상 모습이라고 5분 단위로 맞춰놓은 알람 스샷이 올라옵니다. 저에겐 정말 공감할 수 없는 하이 개그죠. 집이 먼 사람은 알 겁니다. 내가 누린 5분의 행복이, 곧이어 아침을 뒤흔드는 재앙으로 다가온다는걸요. 저는 매일 아침 두 가지 생각을 하며 일어납니다. 아마 이 생각이 5년 동안 저를 한 번에 일으켜 세웠던 노하우가 되겠네요.


지하철 타면 50분을 잘 수 있어...


바로 정확하게 저 말입니다. 저는 매일 아침 저 생각을 하며 일어납니다. 회사까지 가려면 지하철을 총 3번 타야 합니다. 첫 번째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약 1시간 정도. 종점까지 가기 때문에 하차 걱정 없이 쿨쿨 잘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세 번째 지하철은 상황이 달라 서있어야 합니다. 그래도 50분 정도 정신없이 자는 저 시간이 있어 매일 아침 오뚝이처럼 벌떡 일어날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사실 사담을 덧붙이자면 추가로 하는 생각이 있습니다. 바로 "아침 먹고 출근할래"입니다. 저만 그런가요? 매일 먹던 아침을 시간 때문에 하루라도 거르게 되면 하루가 너무나도 급하고 엉망으로 시작된다는 기분이 듭니다. 생각해보니 2차적으론 먹으려고 일어나는 이유도 있는 것 같네요.


다음은 수영 이야기입니다. 수영을 해 본 사람만 공감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나중에라도 수영할 생각이 있다면 한 번쯤 제 노하우를 슬쩍이라도 들여다보는 게 좋을 것 같네요.


얼굴은 아래를 보지 않고 45도 정도 들어 앞을 본다. 발차기는 거들 뿐.

13살부터 수영을 했으니 이제 꽤 오랜 시간을 했네요. 물론 체력이 예전 같지도 않고 기술도 많이 녹슬었습니다. 겁도 많아졌고요. 하지만 자유영만큼은 항상 자신이 있었는데요. 그 덕분에 지금도 쟁쟁한 3-40대 남성과 여성 사이에서 1번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비법은 바로 고개를 푹 숙이지 않고 45도 정도 들어 앞을 보는 겁니다. 정면을 보면 안 됩니다. 그렇다고 바닥을 봐서도 안됩니다. 고개를 약간 들어 정면과 바닥 사이를 보는 거예요. 그것만으로도 좀 더 속도가 빨라지는 느낌이 드는 건 왜일까요? 고개를 약간 들면 자유영을 할 때마다 어깨가 좌, 우로 움직입니다. 물을 타는 것처럼요. 그 덕분에 손으로 물잡이를 더 잘 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단점은 손으로 물잡이를 어느 정도 해서 속력이 붙으면 발차기를 하게 되지 않습니다. 이 점 때문에 사실 혼도 많이 나는데요. 저 같은 사람은 발차기를 적게 하고 팔로만 수영을 하다 보니 오리발을 꼈을 때 가속도가 많이 붙지 않는 편입니다. 체육학계의 근거 없는 노하우지만 오랜 시간 저렇게 수영을 하고도 스피드 하나만큼은 지지 않는다는 자부심이 있는 거 보면 노하우가 맞는 것 같긴 합니다.


생각해보면 저는 전문가의 노하우보단 일상생활 속 노하우를 많이 찾았던 것 같습니다. 아마 생활 속에 깊게 스며든 노하우가 제게 있어서는 모방하기가 더 쉬워서 인건 아닌가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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