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니지만 몇 년 전 많이 썼던 말이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이었다. 최근 들어 다시 이 말을 쓰게 될 일이 있었는데 혼자 기획안을 보다 '일상'이라는 게 뭘까,라는 생각도 들었다. 그리고 최근 심각해진 코로나 19 때문에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이라는 말이 주는 느낌과 무게와 간절함을 새삼 깨닫게 되니 뭔가 '일상'이라는 단어의 그 애틋함과 평범치 않은 평범함과 따뜻함과 지루함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언니, 우리도 재택근무해야 하는 거 아냐? 이러다 경제가 마비돼서 우리 모아둔 돈으로 먹고살아야 하거나.. 나라가 잘못되면 어떡해?"
"나 모아둔 돈 없는데"
코로나 때문에 휴가를 낸 건 아니지만 지난주 금요일부터 휴가를 내고 집에서 뒹굴뒹굴하고 있을 때 온 문자였다. 뉴스에 너무 동요되지 말고 잘 씻고 따뜻한 물이나 많이 마시자고 언니 다운 말을 했지만 내심 찜찜했다. 옘병, 정말로 이러다 모아둔 돈으로 먹고살게 되면 어떡하지, 등 갑자기 이전 소비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며 너무나도 후회가 됐다. 맨발로 걸어 다녀도 좋으니 그동안 사제낀 운동화를 다 처분하고 싶다는 충동과 엊그제 배달시킨 빳빳한 새 책들도 머리 텅텅이가 돼도 좋으니 당장 모두 반품하고 싶었다. 책이 살면서 뭐가 중요한가, 80% 할인하는 패딩이 뭐가 중요한가. 그랬다. 살면서 처음 겪는 이런 재난상황이 나는 참 서툴렀다.
원래는 주말을 낀 4일이라는 휴가 기간 동안 아파트 내에 있는 헬스클럽을 가서 새로 산 나이키 런닝화를 신고 좀 뛰어볼까 했는데 밀폐된 공간은 너무 위험해 보였고 마스크를 끼고 런닝을 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래서 차라리 탁 트인 공간인 뒷산이나 오르자는 마음으로 산을 오르는데 나도 모르게 사람들이 근처에 오면 주머니를 뒤져 마스크를 찾았고, 왜 등산까지 와서 저렇게 침 튀게 떠드나 그들이 미웠고, 공기 좀 쐬자고 나온 산에서도 마스크나 뒤집어써야 하는 현실이 참으로 서글펐다.
어제는 자려고 누웠는데 우리 집 둘째 강아지가 내 몸을 타고 올라와 늘 그렇듯 내 가슴뼈 위에 앉아있다 재채기가 났는지 에취 하는데 내 눈에 그의 침이 튀었다. 평소 같으면 '뭐야, 드럽게시리'하고 끝냈을 일에 '이 더러운 녀석, 당장 꺼지지 못해' 등 못된 말을 퍼붓고 그를 완벽히 퇴치한 후에야 누울 수 있었다. 하지만 '애완견에서 옮은 바이러스' 등 온갖 가지 상상이 이불에 싼 쉬야처럼 머릿속에 퍼져 잠을 쉽게 들지 못했다.
이런 갖가지 고민을 몇 날 며칠 진지하게 하게 된다. 목이 조금만 아파도 코로나인가 생각하게 되고, 뭘 잘못 먹었는지 설사가 줄줄 나와도 혹시나 감염될 까봐 병원에 안 가게 된다. 죽은 발톱을 뽑을지 말지 결정하러 가는 피부과도 단지 병원에 간다는 이유로 방역 마스크를 끼고 방문했다. 조금만 으슬으슬 추워도, 몸이 조금만 쑤셔도 '혹시'라는 생각이 부풀어난 술빵처럼 커져 이성적인 생각이 들어올 틈이 없다.
그렇게 좋아하던 영화관에 가지 못한지 어언 두 달이 되어가고, 아침나절 사람 없는 고즈넉한 카페에 앉아 책을 본 지도 오래다. 토요일 아침마다 하던 척추 운동도 못 간지 두 달이고 수영장도 문 닫은지 한 달째다. '아, 너무 가기 싫어. 괜히 등록했나 봐'라는 말은 이제 사치다. '언제 다시 갈 수 있을까?'를 혼자 생각한다. 비누 거품이 물에 씻겨내려 가는 것처럼 이 시기도 곧 매끈하게 지나갈까. '평범한 일상'이 뭔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해준 이 사태가 빨리 걷혀졌음 좋겠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맴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