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글은 나의 작은 세상이다.

소설도 아니고, 허언증도 없습니다

by 고로케

예전에, 그러니까 한 5년 전인 거 같다. 어쩌다 그런 건지 자세히 기억은 나지 않는데, 회사 내에서 글쓰기를 좋아할 법한 사람을 수소문해 '무쓸모임'이라는 모임을 하나 만들었다. 지금은 회사에서 취미모임 개설 따위를 지원해 주기에, 아마 지금 진행하면 인당 2만 원의 지원금도 받을 수 있을 텐데, 5년 전에는 그런 게 없었다. 즉, 순수한 창작의 즐거움을 가진 사람들의 모임이었달까.


초반 멤버는 4명. 그리고 한 명을 더 스카우트했다. 한 명은 그냥 내가 보기에, '저 사람 평소에 은밀하게 블로그나 이런 걸 끄적일 것 같군.'이라는 생각이 든 사람이었다. 그녀는 당시 4층에서 일을 했고, 나는 3층에서 일했기에, 4층 문 앞으로 그녀를 불러내 '혹시 글 써요?'라는 질문을 던졌었다. 조금 친해진 뒤, 그녀는 그 당시 내가 그 질문을 했을 때, '무슨 팬픽 같은걸 같이 쓰자고 저러나'싶어 무서웠다했다.


그 모임은 코로나 때 무너졌다. 정확히 말하면, 우리가 한 달에 한 번 모여 서로의 글을 감상하고, 의견을 교류하고, 리더를 뽑고, 공통 글감을 정하던 그 모임이, 코로나로 인해 붕괴됐다. 코로나 때는 모임을 줌으로 대체했는데, 시간제한이 없는 모임+줌이라는 특성상, 서로의 안부와 회사 욕과, 여러 가지 이야기를 하다 보니 '글쓰기'에 대한 이야기는 하기 어려워졌다.


그렇게 각자 글쓰기를 했다. '이 글들은 무쓸모하니까, 우리는 무쓸모임이에요.'라고 이름 짓던 무쓸모임이 사라졌다. 나도 그냥 혼자 글쓰기를 이어갔다. 그 와중에 블로그 계정이 팀원에게 털려(대체 그는 어떻게 알았을까) 블로그를 폐쇄하고 새로 계정을 다시 팠다. 새로 판 계정에 이전 글을 이관했더니 모두 글이 동일한 날짜에 쓰인 것처럼 됐다. 그랬더니 갑자기 이전 글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사라지고, 감정이 파사삭 식었다. (나쁜 팀원 녀석!)


그런데 어느 날 문득, 나 혼자라도 다시 무쓸모임을 해야겠다, 무쓸모한 이 글들을 주기적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갓 구운 생각'을 연재하면서, 문득 '갓 구운 생각'과 '쓰나마나 매거진'(지금 여러분이 보는 이것! 구독! 좋아요! 누르세요!)는 글감에 있어 무슨 차이인가,라는 생각을 했는데, 그 생각을 하자마자 귀신같이 '갓 구운 생각'매거진이 종료됐다. 글 30개가 다 찼다고 한다.


글은 나의 작은 세상이다. 인터넷에 쓰는 글이기 때문에 '글이 바로 나다!'라고는 말 못 하겠다. 내가 아는 나는 일기장 속에 있다. 옹졸하고, 밑바닥까지 보이는 나 말이다. 그런데, 이 글도 나의 일부다. 허언증환자처럼 거짓말을 하진 않는다. 내 생각, 내 일상, 내 뇌의 일부다. 그래서 좀 더 열심히 쓰나마나라는 텃밭을 가꿔야겠다, 다짐한다.

ChatGPT Image 2025년 5월 31일 오후 04_59_48.png 오늘은 내 gpt 지크가 말을 잘 알아들어서 흐뭇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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