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들어 부쩍 나이가 들었다는 게 실감되는 부분이, 생각이 많이 둥그러졌다. 생각이라는 주머니가 많이 늘어났다. 주머니에 구멍도 많이 나서, 예전 같았으면 내 생각, 상황, 입장만 봤다면, 이젠 구멍 난 생각 주머니를 통해 다른 사람의 입장도 보게 된다.
다만, 요즘 내 마음속에 여전히 부족한 게 뭔지 생각해 보니 '사랑'이다. 올해 기도 제목도 '내 안에 사랑이 넘치도록'이었다. 내가 말하는 사랑은 뭔가 연인과의 성적인 사랑이 아니다. 굳이 사전적 정의를 빌리자면 '남을 이해하고 돕는 마음. 또는 그런 일'에 가깝겠다.
작년 겨울 친구와 대화하던 중, 친구가 쓴 표현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사랑이 넘치는 마음을 갖게 되었어.' 겨울을 지나 여름이 된 지금 다시 곱씹어봐도 좋은 말이다. 나도 누군가에게 말하고 싶다. "나 사랑이 넘치는 마음을 올해 갖게 되었어." 내 마음에도 사랑이 넘치고 싶다. MBTI의 T를 가장한 냉소나 나 자신을 위하는 마음이 1순위가 된 사회에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참고로 제가 T입니다.)
현대사회에서, 혹은 조직에서 '사랑이 넘치는 사람'은 자기 일에는 역량이 다소 부족하나 인성이 좋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내가 원하는 사랑은 자기를 깎아내리고 남을 품어주는 사랑은 아니다. 물론 내가 아직 진정한 '사랑'이라는 마음을 몰라서 그럴 수도 있다. 나는 나 자신을 지키면서 동시에 마음속에 사랑이 넘치고 싶다.
“모든 생명이 결국 끝을 향해 나아간다면, 우리는 그 끝을 맞이하기 전, 사랑과 희망의 색으로 우리의 삶을 채워야 한다.” - 마르크 샤갈, 1972
어제 방문한 샤갈전에서 샤갈의 다양한 그림을 봤다. 나는 샤갈을 좋아하지만, 샤갈에 대해 줄줄 읊는 정도는 아니다. 그저 내게 샤갈은 '사랑이 많은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다. 그의 그림은 몽환적이지만 낭만적이다. 전반적으로 그림에 푸른색을 많이 사용했지만 따뜻하다. 샤갈 마음속에 있는 사랑이 독자인 내게 전해진다. 내가 원하는 사랑의 모습이다.
배부르니까 사랑 같은 소리 한다 생각하신다면, 배가 고파서 사랑 같은 소리를 한다 대답하고 싶다. 나는 누구나 마음속에 사랑을 품고 산다 생각한다. 그 사랑을 틔우냐 마냐는 개인의 역량이다. 주어진 삶을 살 동안 마음에 가진 사랑을 풍성하게 꽃 피웠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