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은 부모에게 훈육을 받는다. 나는 한 인간의 아주 세부적인 성격들은 유치원을 시작으로 한 사회생활에서 결정되지만, 큰 틀에서의 성격이나 취향은 가정에서 결정된다 생각한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깔려있는 예의나 사상은 대체적으로 집안 분위기나 가정교육에 의해 결정되는 거 아닌가 싶다.
그런데 사회적인 요소들은 조금 다르다. 가령 '첫 사수가 중요하다.'는 말이 왜 있겠나. '나 사회적 응애예요.'하고 갓 발을 뗀 사회인이 처음 보고 배우는 사람이 직속 사수이니, 그만큼 '첫 사수'가 중요하다는 말 아니겠나. 그렇다. 나는 그래서 회사에서 내가 오랜 기간 보고, 그 행동을 모방하는 사람을 '사회적 어머니'라 호칭한다.
내 첫 사수는 다소 신경질적이고 예민했다. 나보다 4살 정도 많았던 사람인데, 예의와 성실함을 중시했지만, 너무나도 예민했다. 뒤돌아보면 장단점이 너무 뚜렷한 사람이라 보고 배울 점이 있었는데, 예를 들어 그녀의 성실함과 예의는 마땅히 보고 배울만한 점이었고, 그녀의 히스테릭한 모습은 절대 닮지 말아야지 하고 느꼈다.
그리고 내 두 번째 사수이자, 내 담당 일진은(...) 나와 거의 8년을 같이 일했다. 그녀가 과장에서 팀장으로, 팀원이 꼴랑 네 명이었는데 어느덧 아홉 명의 팀원으로 늘어나 내가 뒷전이 됐을 때도 나는 그녀와 함께였다. 팀원이 늘어날수록 나는 그녀에게 어떤 신선한 자극도, 새로울 것이 없어 뒷전이 될 수밖에 없었지만 그게 너무나도 서운했다. 그래도 사회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그녀에게 많이 배웠다. 아직도 나는 그녀가 한 말들을 어린아이가 규칙을 외우듯 가끔 되뇐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1. 좋은 것은 따라 해라. 모방해야 빨리 는다.
2. 기쁨은 안 나눠도 슬픔은 반드시 나눠라. (결혼식과 장례식이 그 예다.)
3. 세상에 영원한 것은 없다. (이건 무슨 용한 병원 이야기를 하다 나온 명언이다.)
4. 매일 야근하는 건 나쁜 버릇 중 하나이다.
5. 회사에서의 짜증과 분노를 집 안까지 끌어들이지 마라.
6. 광고에 정답은 없다. (해봐야 안다.)
7. 이미 데이터가 있는 일들은 결정하기 전에 데이터를 먼저 봐라.
8. 후임과 무거운 이야기를 할 땐 메신저, 메일 금지. 무조건 대화로 할 것
9. 피드백을 줄 때는 개인적으로 줘라. (받는 사람 체면을 생각해 cc를 걸거나 하지 마라)
10. 협업 시에는 가급적 납작 엎드려라. 기세워 봤자 좋을 게 없다.
무슨 성경의 십계명 같다. 저거 외에도 무수히 많은 말들이 있었다. 이제 후임이 한 명, 두 명, 세 명 늘어나다 보니, 그녀가 한 말들의 대부분이 공감된다. 지금은 되려 내가 저런 말들을 후임에게 하고 있다. 나는 이런 게 '사회적 엄마'라 생각한다. 핏줄로 이어진 어머니가 성격과 태도의 골자를 만들어줬다면, '사회적 엄마'는 사회 속에서의 애티튜드를 다듬어 준다. 몰랐던 것들, 알아야 하는 것들을 알려준다. 그런 면에서 정말 '사수'나 '선임'이 중요함을 새삼 느끼고 있는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