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쓰나마나

온화한 표정

by 고로케

어제 비가 많이 왔다. 퇴근한 나를 보며 아빠는 "비가 이렇게 오는데 용케도 회사를 갔네?"라고 했고, 나는 "이것이 K직장인의 모습이다."라고 대답했다. 장마도 아닌 것이 비가 왜 이리 쏟아지는지, 조금 짜증이 났으나 먹고살려면 빗속을 헤치고 나가야 한다.


나는 7시 출근자로 비교적 일찍 출근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내가 회사에 들어갈 때는 청소하는 선생님만 계신다. 어제도 여느 때와 같이 별생각 없이 지문을 찍고 문을 여는데, 청소하시는 선생님과 우연히 마주쳤다. "안녕하세요." 모기만 한 목소리로 짧게 인사를 건네니 돌아오는 대답은 예상 밖이었다.

"이렇게 비가 많이 오는데, 출근하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멋쩍은 웃음을 짓고 안으로 들어갔는데, 왠지 그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아침부터 찾아온 편두통으로 그다지 컨디션이 좋지 않았는데, 말 한마디가 뭐라고 내 몸에 생명력을 불어넣어줬다. 육체 자체보다 마음이라고 봐야 할까. 마음이라기보다 정신이라고 봐야 할까. 딱히 고생한 것도 없지만 아침 첫 듣는 인사가 위로에 가깝다 보니 마음이 많이 물렁물렁해졌다.


올 초, 악셀 피케의『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라는 에세이를 읽은 적이 있다. 개인적으로 책은 정말 지루했지만, 저 제목이 나는 너무 좋았다. ''삶'은 당신의 '표정'을 닮아간다.' 어제 내 표정은 어땠을까? 선생님에게 받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나는 다른 누군가에게 돌려줬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따뜻한 말 한마디를 누군가에게 건네줄 걸 후회가 된다.


하루에 한 명씩, 따뜻한 말을 건네서 잠시라도 우리의 순간이 따뜻해지고, 잠시라도 우리의 마음이 물렁해지고, 잠시라도 삶이 온화한 표정을 짓도록 노력해야겠다. 남은 하반기의 매일은 누군가의 마음을 물렁하게 만들도록 노력해야겠다.


KakaoTalk_20250814_205814128.jpg 여름엔 너무 밝아 놀라고, 비올 때나 겨울엔 너무 어두워 놀라는 새벽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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