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보 같고, 멍청하게 잔인하다.
한국인들 사고방식이 비슷함을 오늘 뼈저리게 느꼈다. 갑자기 추워진 날씨에 다들 속을 덥히고 싶었던 거다. 뜨겁고 칼칼한 국물로. 나도 그랬다.
회의가 늦게 끝나 조금 뒤처져 갔더니 식당은 이미 만석. 내게 주어진 선택지는 김치찌개 하나였는데, 나는 김치찌개를 싫어한다. 나는 된장 파다.
헤매다 들어간 곳에서 정갈한 식사를 찾았다. 같이 간 동료는 ’레토르트 음식을 먹는 기분‘이라며 언짢아했다. 이런 걸 볼 때마다, 나는 내가 생각보다 둔하고, 아무거나 잘 먹는 사람이라 느낀다.
소고기 하이라이스에 새우튀김. 그리고 자율배식으로 먹을 수 있는 해물전. 새우튀김은 약간 눅눅했다. 좀 불은 거 같다. 그래도 꼬리까지 싹 다 해치웠다.
하이라이스는 약간 3분 카레 느낌도? 해물전은 오징어 맛이 강하게 났다. 덕분에 씹는 재미도. 밥풀 한 톨 안 남기고 깨끗하게 해치웠다.
추석 때 봤던 콘텐츠 이야기를 했다. 평소 드라마류는 잘 안 보는데, ‘은중과 상연’이라는 드라마를 봤다. 극 속에서 은중은 상연을 보며 해맑은 표정으로 말한다. (비슷한 류의 대사다)
“내가 널 얼마나 부러워했는데. 나는 네 모든 게 부러웠어.”
극 중 상연은 은중에게 말한다. 진짜 열등감이 있는 사람은 그렇게 말할 수 없다고.
맞다. 나는 상연의 말에 동의한다. 나는 저 장면에서 은중이가 너무 싫었다. 바보 같고, 멍청하게 잔인하다. 같이 밥을 먹으며 우리는 은중과 상연의 심리를 더 깊게 파헤쳐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