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만 해도 일본 문화가 정식으로 수입이 안 됐었다. 그래서 만화도 해적판이 많고... 그래서인지 모르지만 여하튼 옛날 유명한 만화들 주인공은 다 한국 이름이잖아요! 그게 다 해적판 이름에서 온 게 아닌가?? (해적판을 먼저 읽었으니, 그 이름이 친숙하니까)라는 생각을 저는 합니다.
여하튼 그래서 그 당시에는 일본 음악 cd도 구하기가 힘들고, 설령 인터넷에서 수입판을 구한다 쳐도 가격이 진짜 비쌌다. 그 때문인지 몰라도 여전히 나에겐 일본 문화는 약간 신비로운 느낌이 있다. 약간 얇은 벽이 있는 느낌이랄까. 일본어를 열심히 공부하는 지금도, 일본 문화는 왜인지 모르겠지만 내겐 약간 어려움이 있다. 그리고 그 신비로움과 어려움을, 색다른 즐거움으로 느끼게 해 준 것이 정규영 작가의 『한 줄 카피』라는 책이다.
작가는 그동안 아카이브했던 일본 광고 카피들을 풀어 놓는다. 그리고 그 카피들과 본인의 삶을 적절히 녹여 한 권의 책으로 냈다. 훌륭하다. 이런 아이디어가 가득한 글을 볼 때마다 '이런 사람들은 평소 뭘 보고, 뭘 할까?'라는 생각이 든다. (참고로 정규영 작가는 광고 대행사의 대표로 보인다. 언젠가 꼭 같이 한 번 일해보고 싶다.)
일본 광고는 서정적이다. 일본인들 그 특유의 정서가 있다. 그 정서가 나는 때로는 너무 지나친데,라고 느낄 때도 있고,(약간 감정을 쥐어짜는 느낌이랄까) '아, 아직도 일본은 참 감성적이야.'라고 느낄 때도 있다. 약간 우리나라로 치면, 한화나 이전의 두산 같은 TVC 느낌이다. 스토리에 인간사를 담으려는 노력이 있다.
아주 좋은 광고들이 많았지만, 흥분을 가라앉히고. 그중에 베스트는 '산토리 홀딩스'의 광고들.
人生には、飲食店がいる。
인생에는 음식점이 필요하다.
산토리 홀딩스 캠페인. 2021
1번의 경우, 산토리 맥주와 함께 한 그동안 일본 방송들의 드라마&영화 장면들을 함께 보여준 듯 하나, 나는 모르니까.. 제3자인 내게 느껴지는 감동이 없지만 2번은 다르다. 아버지의 날에 맞춰 나온 오구리 슌의 광고는 산토리 홀딩스 2021 캠페인의 내용과도 맞닿아 보인다.
'인생에는 음식점이 필요하다'는 말은 우리의 인생은 누군가와의 음식, 술, 그리고 그 안의 대화로 구성되어 있다는 이야기 아닐까.
광고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추천. 일본광고를 접하고 싶은 사람들은 더 추천. 굳이 광고나 이런 것들에 대해 관심이 없는 사람일지라도 작가가 풀어쓴 글들을 통해 생각할 것이 많을 것이므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