튼튼한 엄마

by 고로케

내가 어렸을 적 엄마는 많이 아팠다. 크게 병이 있다기보다는, 우울증이나 신경쇠약, 편두통, 불면증 등이 있었던 것 같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엄마가 입원했던 적도 꽤 있었고, 내 눈앞에서 쓰러져 고사리 같은 손으로 엄마 얼굴에 찬 물을 끼얹은 적도 있었다.


호르몬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유독 '봄'에 아팠다. 매년 봄이 오면 어지럼증을 호소했고 이 때문에 입원도 하고. 그래서인지 우리 가족은 모두 봄을 두려워했다.


내가 20대 중후반에 들어설 무렵, 엄마의 심장에 문제가 생겼다. 긴급 입원을 했었는데, 당시 나는 취준생의 어두운 시절을 보내던 때라 한껏 우울했었다. 병원에서 하루 종일 지내며, 인스타에 올라오는 친구들의 밝은 모습과 나를 비교하니 내 우울도 한 겹 더 두꺼워졌다.


젊은 시절에 많이 아파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엄마는 갱년기 이후 나보다 더 건강해졌다.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다. 사람이 아픈 건 물려받은 유전이나 체질 때문일 수도 있고, 환경 때문일 수도 있다. 요즘 가끔 생각해 보면 지금 내 나이보다 15살 더 어렸을 때, 엄마는 두 아이를 키우고 있었다. 이건 정말 대단한 일이다. 우리 아빠는 정말 보수적이고 가부장적이라 한 번도 우리들과 놀아준 적이 없다. 이것에 대해 딱히 불만은 없지만, 내 기분이 어떻던 365일 '독박육아'를 했을 엄마를 생각하면 마음 한편이 좋지 않다. '그때 아빠들은 다 그랬어'라는 말이 있지만, 안 그런 사람도 분명 있었을 거다.


여하튼 나이가 들 수록 엄마를 더 이해하게 된다. 뱃속에서 같이 나온 오빠는 이런 생각을 안 하는 걸 보니, 내가 딸이라 그런가 싶다가도. 아니면 내가 여자라 조금 더 엄마에게 공감하나 싶기도 하다. 여자들은 안다. 생리 기간에 몸이 얼마나 지치는지. 배란기며 뭐며 뭐 이리 호르몬적으로 내 몸을 괴롭히는 게 많은지. 나는 홀 몸임에도 내 몸하나 간수하기 힘든데, 엄마는 얼마나 힘들었을까?


점심까지 밖에서 잘 드시던 엄마가 갑자기 가슴뼈가 뻐근하다 했다.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비상약으로 받은 니트로 스프레이를 뿌리고 낮잠을 청하러 간 엄마를 보며 불현듯 '나는 튼튼한 엄마가 되어야겠다.' 다짐이 들었다. 어린 시절 엄마가 아프고 입원할 때마다 나는 늘 혼자 남겨질까 봐 두려웠다. 그래서인지 서른 후반이 된 지금도 홀로 남겨진 애들에게 관심이 많다. 당장 먹고살 것이 없는 아이들보다(이것도 가슴이 아프지만), 혼자 남겨질까 봐 전전긍긍하는 아이들에게 눈길이 간다.


그런데 나 역시 하루 걸러 하루 아픈 사람이라 '튼튼한 엄마'가 될 수 있을지 걱정이다. 주 3회 운동을 해도 비실거리는데... 그래도 지금 편두통이며 디스크며 이런 식으로 하나씩 정복?을 하다 보면 나중에 어떤 상황이 와도 대처 노하우가 생기려나. 오늘 운동이 너무 가기 싫지만 '튼튼한 엄마'가 되려면 가야겠지... 여러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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