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들 제주를 찾을 때 기대하는 그림이 있죠. 산이나 바다에서 한가로이 힐링하는 자신의 모습. 그.러.나. 그러기엔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관광객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점. 여기도 우글, 저기도 우글. 차 세울 곳이라도 있으면 다행입니다. 오늘은 제주에서 조용한 시간을 보내고 싶은 여행자에게 딱인 제주 숨은 명소 <하논분화구>를 소개합니다.
지도에 '하논분화구 방문자센터'를 검색해 출발해봅시다. 도심 가운데 뜻밖의 풍경이 도사리고 있을 겁니다. 강소형 잠재관광지인 하논분화구는 올레길 7-1코스이자 5만 년 자연의 보고입니다.
도착하면 분화구를 한눈에 내다볼 수 있는 전망대부터 모습을 드러냅니다. 위가 아닌 아래를 향해 내려가야 하는 분화구의 특성상 전망대부터 시작하게 되는 독특한 코스입니다. 전망대에서 하논 전경을 감상한 뒤 우측 계단을 따라 아래로, 아래로 내려갑니다.
서귀포시 호근동과 서홍동에 걸쳐 있는 하논분화구는 한반도 최대 규모의 마르(marr)형 분화구로, 크기가 꽤 큽니다. 마르형 분화구는 용암 또는 화산재 분출 없이 깊은 땅속 지하의 가스나 증기가 지각 틈을 따라 모여들어 한 번에 폭발하면서 생성된 분화구입니다.
제주어로는 '큰 논'이라는 의미의 하논은 남북 간 거리 1.3㎞, 동서 간 거리 1.8㎞에 이르는 타원형 화산체입니다. 한라산 백록담의 규모보다도 훨씬 커다랗다고 하니 그 거대함을 엿볼 수 있습니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녹음 짙은 이곳이 생성 초기에는 물이 가득 찬 거대한 마르 호수를 이뤘을 것이라고 추정됩니다. 마르 호수는 전 세계에 몇 곳 없을 정도로 희귀한 지형에 속합니다. 학계에서는 국제 심포지엄 등을 통해 하논분화구의 가치를 확인하고, 이에 대한 연구 보존의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 왔습니다.
하논분화구에는 기후, 지질, 식생 등 지난 5만 년 동안의 환경 정보가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생태계 타임캡슐이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이지요. 그만큼 보존 가치가 높은 강소형 잠재관광지입니다. 한국관광공사에서 지정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으나 매력적이며 성장 가능성이 큰 국내 관광지를 말합니다.
하논분화구 안을 거닐면 어디서든 물이 흐르는 소리를 쉽게 들을 수 있는데요. 하루 1000~5000ℓ에 달하는 맑은 용천수가 땅속에서 끊임없이 솟아난다고 합니다. 제주에서 거의 유일하게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것도 이 용천수 때문입니다.
이곳에서는 약 500년 전부터 벼농사가 이어져 내려왔는데요. 예전에는 100여 명 정도의 주민들이 하논 마을에서 농사, 축산업 등에 임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4·3사건을 기점으로 사라진 마을이 되었지요. 현재는 작은 규모로 벼농사, 감귤농사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마을 옛 터에는 4·3사건 당시 전소되었던 봉림사가 복원되어 있습니다. 마을의 흔적인 올레, 대나무숲, 팽나무와 더불어 서귀포 지역 천주교 선교의 산실이었던 하논 성당 옛 터가 아픈 역사의 유물로 남아 있습니다.
하논분화구는 계절마다 다른 색깔로 물드는 이색 명소입니다. 봄, 여름, 가을, 겨울 각각의 빛을 입고 평화로운 풍경을 연출합니다. 맑은 날에는 분화구 너머로 한라산이 보이고, 좀 더 멀리 바라보면 바다와 섶섬까지 보입니다.
전망대 왼쪽으로 돌아가면 방문자센터가 나옵니다. 리플릿, 동영상, 사진 등으로 하논분화구에 대한 정보를 알아볼 수 있는 공간인데요. 자연 프로그램이 계절별로 운영되고, 전문해설사가 상주해 있어 보다 자세한 설명을 들어볼 수 있습니다.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출입이 불가하지만 리플릿은 요청하여 받을 수 있습니다.
하논 주변으로는 천지연폭포, 새연교, 이중섭거리, 외돌개, 쇠소깍 등의 명소가 많으니 하루 정도 여유 있게 시간을 잡고 천천히 거닐어 보시기 바랍니다. 색다른 느낌의 제주를 품은 하논분화구에서 유유자적한 휴식을 누려 보세요.
<하논분화구 방문자센터>
주소 : 서귀포시 일주동로 8823
이용시간 : 09:00~18:00 / 코로나로 인해 미운영
문의 : 064-733-2912
예비사회적기업 '고르라제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