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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톱을 먹은 쥐 Aug 12. 2021

고구마 좋아하세요?

김민하, 냉소 사회, 2016

5년전에 나온 사회 분석 책을 이제야 읽은데에는 큰 이유가 있지는 않습니다. 처음 출간 소식을 들었을 때 언젠가 사봐야지 하고 마음먹고는 실행을 미뤘던게 여기까지 온 것이죠. 5년치 게으름으로 얻은 것도 있는데, 책이 쓰여지고 5년동안 바뀐 사회와 책이 말하는 바를 비교해가며 읽을 수 있었다는 점이죠. 5년동안 저자가 제시한 해결책은 이루어지지 못했고, 사회가 획기적으로 나아지진 않았던것 같습니다. 사회를 살아가는 구성원으로서는 안타까운 일이지만, 책의 내용이 여전히 유용하므로 가치는 여전했으니 소비자로서는 참으로 다행스런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학생 때 독후감을 쓴 이후 처음으로 브런치에 첫 책 리뷰를 쓰게 되었는데 안타깝게도 이 책은 힙스터 소굴 브런치와는 대단히 어울리지 않는 책일 것이란 생각이 듭니다. 5년 전임을 감안해도 표지는 세련되지 못했고-게임을 언급했다고 팩맨을 표지 컨셉으로 쓴 것은 너무 안일한 생각이 아니었을까요? 출판 외길! 현암사는 책 표지에도 신경써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테크 힙스터처럼 멋진 비전을 제시하지도, 신나거나 감동을 주지도 않습니다. 내용은 대단히 '정치'적인데, 욕이라도 시원하게 하면 어떻게든 재미라도 있었겠지만 그렇지도 않습니다. 답답한 세상을 답답하게 분석하고 답답한 해결책을 내놓습니다.


누가 이 책을 좋아하겠습니까? 아마도 물없이 밤고구마 먹기를 좋아하는 사람일 것입니다. 목구멍이 좁아지는 느낌이 들면서도 어떻게든 다음 고구마를 입안에 가득 물고서는 이맛이지 하면서 먹는 사람 말이죠. 악평처럼 써지고 말았지만 이 글의 목적은 한번쯤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하기 위함입니다. 여기를 들여다볼 정도로 읽을 거리를 찾아다니는,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재밌게 볼 수 있지 않을까요? 목이 메다 못해 삼키는 능력을 잊어버린게 아닌가 싶은 상태가 된 와중에도 저자는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이 과정을 지켜보면 진흙 속에서 꽃을 피우는 연꽃을 목격한 듯한 느낌을 받게 될지도 모릅니다. 물론 정신을 차리고 다시 보면 그 연꽃은 밤고구마 세 개 입니다. 


좋은 요약은 이미 책 소개란에서 볼 수 있으니 어설픈 요약을 더하지는 않으려고 합니다. 조만간 저자가 새 책을 낸다고 들었습니다. 내용에 관심이 가시는 분은 새 책을 읽을 때 함께 읽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냉소 사회 - 김민하 지음/현암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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