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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Dec 23. 2019

어디선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너에게

태사자 in the house!!

1990년대 말과 2000년대 초, 다양한 장르의 노래가 사랑받았고 1세대 아이돌이 뜨고 졌던 시절, 친구들은 대부분 HOT와 젝스키스, SES와 핑클의 팬이었다.


무한도전 토토가, 슈가맨 등의 방송으로 90년대 열풍이 불었고, 1세대 아이돌이 다시 뭉치기도 하면서 팬들의 마음을 설레게 한 것도 잠시, 그룹별로 한두 명씩 문제(인성, 범죄 등)가 생겨 팬들을 실망시키기도 했다. 그리고  배우병(아이돌 멤버라는 인지도로 주연을 맡게 되었으면서 아이돌 출신이라는 것을 꺼려하는 것) 걸린 멤버가 있어서 완전체가 뭉치기 어려웠던 그룹도 꽤 있었다.


그런 1세대 아이돌 중, 궁금했던 그룹이 있었다. 태사자. 다른 아이돌과 달리 세미 정장(물론, 힙합 유행으로 세상 넓은 통바지였지만ㅋㅋㅋ 통굽에 압정 꽂던 시절ㅋㅋㅋ)을 입고 활동해서 깔끔하고 준수한 모범생 이미지였 4인조 남성그룹. 최근 그들이 슈가맨3의 첫 출연자로 나와서 엄청난 파장을 일으켰는데, 슈가맨1부터 계속 섭외가 들어왔지만 고사했었다고 한다. 그러나 팬들에게 실망을 주고 싶지 않다며 멤버들 각각 10kg 정도 감량하고 연습도 많이 해서 너무나 멋진 모습으로 나타나버렸다.


▲ 이 영상을 얼마나 봤는지 모른다. 처음 봤을 때보다 광고가 많이 붙었네. 각자 사정이 있어서 쉽진 않겠지만 완전체로 활동했으면 좋겠다. ⓒJTBC 유튜브


▲ 스타일 리스트 김우리. 태사자의 스타일 담당이었단다. 그 의리로 이번 무대도 담당했다고. 의리 있는 모습이 너무 멋졌다. ⓒ김우리 유튜브


그들의 모습을 보면서 그들의 영상에 달린 댓글을 보면서 한 친구가 떠올랐다. 엄청난 팬덤 사이에서 태사자의 팬으로 자기 오빠들을 너무나 좋아했던 그 친구. 언제나 조용했지만 태사자 이야기를 할 때면 너무나 열정에 가득 찼던 그 친구. 그 친구 덕에 멤버 개개인의 매력과 팬클럽 이름도 알게 됐었다. 태사자가 소리 소문 없이 해체했을 때도 엄청 슬퍼해서 내 마음이 더 아팠던 기억.


어디선가 기쁨의 눈물을 흘렸을 그 친구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응답하라 1997(응답 시리즈 중 이것만 안 봄)에서 태사자 팬이 너무 적은 비중으로 나와서 속상했다는 댓글도 있었는데, 이번 완전체 모습을 보면서 태사자 팬들 속이 다 풀어지지 않았을까. 모든 것을 다 날릴 만큼 너무너무 멋지고 깔끔한 완전체였잖아. 완전체 활동 어려우려나. 일단, 댓글에 있는 쿠팡맨 인더하우스부터. ㅎㅎㅎ


다른 이야기이지만, 나는 어느 그룹의 팬은 아니었고, 노래가 좋으면 그룹도 좋아하는 편(이브, 체리필터, 더더, 듀스, 코요, 거북이 등)이었다. 그중에 나의 안목을 탓하게 한 스티븐 유도 있었는데, 그냥 그의 소식안 듣고 싶다. 최근에 아버지 인터뷰를 보면서 좀 쨘하기도 했지만(아버지가 그렇게 키웠고 그는 아버지 말에 '순종'하는 아들인 것 같아서), 어쨌든 성인인 그의 선택이었으니까.


아무튼, 내 추억을 소환해서 그 시절의 나를, 그 시절의 우리를 떠올리게 해 준 모든 이들에게 감사를. 시간 내서 슈가맨 몰아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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