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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Aug 14. 2020

유두래곤 이전에 유두초밥이 있었으니

제국의 아이들이여, 비상하라

난 아이돌에 관심이 없었다. 반 전체가 HOT와 젝스키스로 나눠 싸울 때도, 친구들이 핑클과 SES로 열변을 토해도 영원한 리베로 '홍명보'만 좋아했다. 가수 한 명에게 잠시 관심을 가졌던 적이 있지만 사람 보는 눈이 없다는 것만 알게 되어서 더욱 관심이 없어졌다. 왜냐하면 그는 스티븐 유.


그런데 허세를 싫어해서 그렇게 핫하다는 '1일 1깡'도 하지 않은 내가, 요즘 '1일 10아(제국의 아이들)'를 하고 있다. 처음부터 한가인 닮은꼴로 이슈 됐던 동준을 비롯해서, 예능에서 활약했던 광희, 빵 뜬 시완이나 형식에게도 관심 없었는데 이게 대체 무슨 상황인지 모르겠다. 이들이 출연했던 아주 오래된 영상까지 보고 있으니 말이다. 무려 10년 전에 데뷔한 아이돌을.


정말 지쳤던 날, 유튜브에서 웃긴 댓글이 달린 음악 영상을 하나를  게 처음이었다. 그냥 아무 생각 없이 웃다가 멤버 하나하나에 정이 들고 노래를 찾아 듣게 됐다. 정말 신기하게도 들어봤던 노래다. 그런데 제아 노래인 줄 몰랐다는 게 함정. 그나저나 왜 데뷔곡이 '마젤토브'였던 걸까. 순둥순둥한 훈남들 모아놓고 왜 그런 노래를. '후유증'은 파트 분배 엉망진창. 소속사도 나름 애썼겠지만, 많이 아쉽다. 패션에 문외한인 내가 봐도, 머리부터 발끝까지 총체적 난국. 그냥 흰 티에 청바지만 입혀도, 그냥 블랙으로 입혀도 멋질 것 같은 사람들을, 대체 왜. 기획의 중요성.


어쨌든, 새삼 제아를 알리며 여기저기에서 노력한 광희도 대단하고, 9명이나 되는 멤버 중에 교체는커녕, 단 한 명의 탈퇴자도 없다(소속사와는 모두 헤어졌지만)는 것도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연기자로 전환한 대부분 아이돌은, 그 시절과 선을 긋고 배우병에 걸리는데, 제아 멤버들은 그러지 않는다는 게 너무 멋지다. 멤버 시완은 2019년 팬미팅에서 제아 메들리 댄스를 췄을 정도니까. 최근 사생활로 큰 문제를 일으킨 유명 연예인들이 많았어서 그런지 더 대단해 보인다.



제아 멤버


참 신기하다. 다른 아이돌과 뭔가 다르다. 뭐라고 딱 집어 말할 수 없는데, 뭔가 다르다. 인원이 많으니 유닛 활동(제아 파이브 5명, 제아포유 4명, 제아제이 3명)도 했다. 활동을 좀 더 효율적으로 알차게 했으면 제아 자체가 살았을 텐데 아쉽다.


왼쪽부터, 희철, 케빈, 시완, 민우, 준영, 동준, 형식, 광희, 태헌 ⓒ스타제국


케빈

이번 현상의 최대 수혜자가 아닐까. 목소리 진짜 달달해서 듣기 좋다. 원래 이런 식으로 부르는 외국 출신 가수를 별로 안 좋아하는데 그들에게 느껴지는 이상한 거부감이 없다. 오토튠 소리까지 잘 내는 메인 보컬로, 마젤토브에서는 주말맨과 이집트 벽화라고 불렸다.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한국말 헷갈려하면서 말했던 '유두초밥'과 '애모호모' 때문에 빵 터졌다. 요리도 잘하고 자상한 스타일이라 알수록 매력 뿜뿜. 현재, 호주에 거주.


광희

매력 철철. 볼수록 좋은 사람이란 게 느껴진다. 위아래 없는 것 같아 보여도, 공격받지 않으면 먼저 공격하지 않는 것도 좋고, 선을 지키려 하는 것도 좋다. 무한도전에서 욕먹어서 주눅 들었던 거, 이제 다 푸는 건가 보다. 그때 광희 욕했던 사람들, 조금이라도 미안한 마음 가졌으면 좋겠다. 가수 생활에 미련 없어 보이기도 하지만, 그래도 하자고 하면 좋아하면서 하지 않을까. '바람의 유령' 때 진지하게 노래 부르는 거 보기 좋던데.


시완   

광채 CG가 전혀 어색하지 않던 미모. 천만 배우. 장그래. 누가 봐도 연기자인데, 연기를 준비하지 않았고 가수가 목표였다는 게 너무 신기하다. 그냥 모태 배우. 다만, 사복이 과했던 적이 많아 깜짝 놀란 적이 꽤 있는데, 스타일리스트라는 직업이 꼭 필요한 연예인 중에 하나인 듯. 시완이 비주얼 디렉터를 맡았다는 '이별드립'을 보면 취향을 좀 알 수 있다. 아무튼, 키 작은 게 흠이라지만 요정 중에는 큰 편이라고 한다.


준영

연습생 시절부터 리더. 멤버가 모여야 데뷔할 수 있을 것 같아서 멤버 모으느라 많이 노력했다고 한다. 요즘 핫한 '후유증' 때는 다리 부상으로 활동하지 못 영상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현재, 엔터테인먼트 사업과 함께, 멤버 민우와 카페 슈퍼멤버스 운영 중이다. 이번 현상으로 제아가 검색어에 오르자, 멤버 중에 사고 친 사람이 있는 줄 알고 놀랐다고 한다. 광희는 멤버 중에서 가장 잘 생긴 멤버로 준영을 꼽는다.


희철

정말 차갑게 잘 생긴 (전)래퍼 (현)회사원. 원래 연기자가 꿈이었고 제아에서 연기 담당 멤버였다고 한다. 오히려 연기자보다는 가수가 목표였던 다른 멤버들이 그 길로 가서 승승장구하는 것을 보면서, 마음이 어땠을지 상상할 수도 없다. 아쉬움이 많을 것 같다. 그런데 차가운 외모와 달리, 입 열면 캐발랄 하더라. 멤버들 모여서 이야기 나누는 걸 봤는데 술 취한 줄 알았다. 신선했다.


태헌

격투기도 했을 만큼 돌쇠처럼 강한 이미지인데 순딩순딩하다. 그런 반전 매력이 있어서 제일 눈길이 간다. 활동했던 예전보다 지금이 더 눈에 띄는데 나이 들수록 멋있어지는 스타일인가 보다. 예나 지금이나 착해 보이는 건 달라지지 않았다. 멤버들 말로는 실제로도 착하고 팬 서비스가 제일 좋은 멤버라고 한다. 민우 유튜브에 특별 출연해서 반가웠는데, 그 영상 조회수가 폭발했더라. 처음엔 셀카가 좀 부담스러웠는데, 나 이 사람 좋음.


민우

JYP에도 붙었었고 '365일 춤만 추겠다'라고 했지만, 준영과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이름만 걸어놓은 가게가 아니라, 메뉴 개발도 열심히 하고 직접 만들면서 운영한다. 성실함이 보여서 좋더라. 연예계 활동에 많이 지쳐 보이면서도 애정이 느껴진다. 유튜버로도 활동하는데 현 상황에 대해 멤버 중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반응하고 있다. 1년 전에 스브스뉴스 숨듣명(숨어 듣는 명곡) 마젤토브 편에서도 당사자로 출연, 각종 인터뷰에도 나온다.


형식

아기병사로 빵 떴고, 연기자로도 자리 잡았다. 연기하는 것을 본 적은 없어서 약간 어리바리한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데, 요즘 정말 인기가 많다고 한다. 생각했던 것보다 노래도 잘하고, 집에서 많은 사랑을 받으면서 자란 게 티 난다. 멤버 형들에게도 사랑받았는지 키도 무럭무럭 자랐다. 뭐든 맛있게 잘 먹는 게 보기 좋던데, 그래서 무럭무럭 자랐나 보다. 현재는 군 복무 중.


동준

제아 막내. 리얼리티 프로그램에서 사투리 쓰는 게 무척 귀엽더라. 한가인 닮았다는 것으로 많이 이슈 되어서 실제 매력 발산 기회를 놓친 것 같지만, 웃을 때 진짜 이쁘다. 이쁜 걸 어째. 이쁜 얼굴로 상상이 안 될 만큼 운동을 잘한다. 못하는 운동이 없더라. 이것저것 많이 활동하고 있고, 내년에 군대 간다고 한다. 요즘 맞춰가기도 하던데 형식이랑 같이 가.


그나저나 난 왜 멤버들 이름과 특징을 다 알고 있는 거니. 이게 대체 뭔 일인지 정말 무섭. 멤버들 인스타그램도 모두 팔로우했다는 건 안 비밀. 정말 진심이 되어 버렸나 보다.



놀면 뭐하니


요즘 유일하게 찾아보는 예능은 <놀면 뭐하니>다. '싹쓰리'에서 광희가 '수발놈'으로 가끔 나왔는데, 제아 스페셜하면 좋겠다. 다들 뿔뿔이 흩어졌으니 완전체 컴백은 어렵겠지만, 그래도 프로젝트 형태로 모이는 건 괜찮지 않을까? 지금 시기에 확 불붙어야 하는데 '환불원정대'가 유력하니, 현실 가능성은 없겠지. 게다가 한참 활동할 때 상처 받은 게 많을 테니, 섣불리 뭔가 시작하기도 힘들겠지. 그래도 지금 이 상황을 멤버들도 유쾌하게 즐기고 있는 것 같아서 다행이다. 핫한 영상의 댓글을 읽으면서 리뷰 영상도 올리고, 직접 댓글도 다는 거 보면.


불후의 명곡이나 아이돌 체육대회에서는 1위 해봤지만, 음악방송에서는 1위를 못해봤다고 하는 제아. '싹쓰리'에 이어 제아 1위 만들기를 해보는 건 어떨까. 망상은 계속된다. 노래 제목처럼 '후유증'이 기네. 원래 팬이었던 사람들은 정말 기분이 미묘할 듯.


한주가 다시 시작됐다. 제아 한번 더 보고 일 시작해야지. 최애곡은 '바람의 유령'. 그중에서도 최애 영상은 이거!!! 내가 좋아하는 고급진 블랙골드(블랙호피인 거 같기도)!! 특히, 이 영상은 멤버 하나하나 매력이 잘 보여서 더 좋다. 카메라 감독 최고!! 다른 영상에서는 바이올린 연주하는 시완도 볼 수 있다. 이 노래가 그룹명과도 찰떡인데 이렇게 데뷔하지. 넘나 아쉽. 그룹명 이상하다는 사람들도 많은데 나는 외래어 섞인 것보다 이런 이름이 훨씬 더 좋다.


SBS 인기가요(2013. 8. 11) '바람의 유령'. 카메라 감독 일잘러!!! ⓒSBS


아무튼, 제국의 아이들 화이팅!!

아쉽게 꿈을 접을 수밖에 없던 모든 사람들 화이팅!!

지금도 꿈꾸는 사람들 화이팅!!

나도 이제 일하자. 일!!! 화이팅!!


참 발랄해. 모두 다 잘 되길. ⓒ오마이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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