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저귀를 완전히 뗀 지 4개월 남짓. 늦게 떼서 그런지 자다가 실수하는 일이 적어서 이불 등의 큰 빨래를 한 적이 거의 없다. 그래도 혹시 몰라서 방수 패드를 깔고 재우고 있다.
새벽 4시경. 갑자기 화장실에 가고 싶어서 일어났다. 잠시 후, 나를 찾으며 우는 소리가 들렸다. 딸이었다. 처음에는 희미하게 들려서 환청인 줄 알았다. 가끔 무서운 꿈을 꾸다 깨는 경우가 있는데 엄마가 옆에 없으니 더 놀란 것이라 생각했다. 점점 커지는 울음소리에 "엄마 여깄어!"라며 급하게 나와서 토닥이는데 뭔가 이상했다.
"옷이 다 젖었어요."
위아래 옷은 물론, 방수 패드와 이불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이불은 뻥뻥 차면서 자기 때문에 젖을 일이 없는데 나를 찾다가 이불을 방수 패드 위에 놓은 거다. 얼마나 놀랐을까. 겁먹은 아이를 안아주면서 괜찮다고 하고 옷을 벗긴 후, 따뜻한 물로 헹궜다. 비누칠도 하려고 했는데 너무 흐느끼고 있어서 안아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축축하고 깜깜해요. 엄마가 없어서 무서웠어요."
스탠드를 켜놨는데도 깜깜하게 느껴졌나 보다.
"엄마가 어디가. 엄마는 항상 ○○이(아이 이름) 옆에 있어.
○○이 눈에 안 보여도 엄마는 항상 ○○이를 보고 있어."
젖은 이불 등을 세탁실에 옮겨놓고 새 방수 패드와 이불을 꺼냈다. 그러는 동안에도 계속 아이에게 말을 걸었고, 정리 후에 아이를 토닥토닥하면서 말했다.
"아가 때는 자다가 쉬해도, 쉬인지 물인지 모르고 그냥 쿨쿨 잤어.
이제 커서 찜찜하니까 깬 거 봐. 멋지다, 역시 엄마딸!"
아이는 그제야 방긋 웃으며, 이렇게 물었다.
"아가 때는 쉬인지 물인지 모르고, '그냥 잘래.' 했어?"
아가 때 이야기를 좀 해주면서 토닥이니, 어느 순간 잠든 아이. 잠든 아이를 보면서 이 생각, 저 생각 중이다.
아이는 자기가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만 하는 편이다. 그런 성격 때문에 기저귀도 늦게 뗀 것일지도 모른다. 뭔가 활동하고 있으면 엄청 집중하는데 쉬까지 신경 써야 하는 게 꽤나 스트레스였을 거다. 아이는 자기도 모르게 쉬가 나와서 옷이 젖어버리니 기저귀를 계속하고 싶어 했다. 가장 큰 사이즈의 기저귀가 쉬의 양을 감당하지 못할 정도가 됐을 때, 기저귀도 안심할 수 없으니 뗄 마음이 생긴 게 아닐까 싶다.
그리고 아이는, 노래도 조금씩 하지 않고 거의 완창(?)을 할 수 있을 때쯤 자신 있게 부른다. 하다가 막힐 때면 굉장히 부끄러워하고 자신 없어한다. 그때마다 안 그래도 된다고, 잘했다고 하는데도 와 닿지 않나 보다. 과하게 칭찬하면, 칭찬받으려고 쉬운 것만 하려는 건가 싶어서 결과보다는 과정에 대해 칭찬하고 있다.
실수했다고 화낸 적도 없고, 잘해야 한다고 한 적도 없는데 왜 그런지 모르겠다. 얼마 전에는 1등 하지 못했다며 속상해하길래 1등 하지 않아도 된다고 한참 이야기했다. 잘하는 게 있고 못하는 게 있는 거라고. 좋아하는 것을 하면 된다고.
아이가 크면서 엄마의 역할이 점점 더 어려워진다. 잘하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다만, 아이가 힘들고 지칠 때 기댈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실수했을 때 괜찮다고 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밑도 끝도 없이 '힘내.'라는 말로 부담을 주기보다는 이야기 들으면서 토닥토닥해주고 싶다.
아이가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실수해도 다시 하면 된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내겐 버팀목이 없어 힘들었지만, 아이에겐 꼭 버팀목이 되고 싶다.
그런데 이 와중에 계속 자는 저 사람은 뭘까. 아이의 울음소리에도, 아이를 씻기는 물소리에도, 젖은 이불 등을 옮기는 소리에도 그냥 잔다. 그런 큰 소리보다 코 고는 소리가 더 크다.
분주히 움직이는 엄마와, 자고 있는 아빠를 번갈아 보며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아빠는 그냥 자네. ○○이 아가 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