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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Feb 04. 2021

어린이는 어린이집에

코로나 상황이지만, 일을 해야 하니 긴급 보육을 신청하여 어린이집에 계속 갔던 아이. 친구들이 많이 오지 않아 심심해도, 가장 늦게 데리러 가도, 미안하다는 엄마에게 괜찮다고 말해주는 고마운 아이. 하지만 어린이집에도 일주일간의 여름 방학과 겨울 방학이 있다. 바로, 가정 보육 기간.


남편은 휴가를 내지 못하는 상황이라서 학기 마감을 한 내가 아이를 맡기로 했다. 모든 업무는 가정 보육 기간 후로 미뤘다. 초반 3일 동안은 퍼즐도 맞추고 그림도 그리고 역할 놀이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키즈 영상을 자주 보여주지 않는 편인데, 하루 종일 아이와 있으니 놀이에도 한계가 있더라. 낮잠도 안 자고 밤잠도 늦게 자는 아이라서 힘들었다. 나는 수면교육 실패자. 아무튼, 그래도 아이에게 영상을 틀어준 상태로 다른 일을 하지 않고, 같이 이야기 나누면서 함께 다. 


4일 째 아침, 간단한 식사를 하고 오늘은 뭐하고 놀까 생각하고 있는데, 딸이 말했다.

 

엄마, 날씨도 좋은데 바깥에 나가볼까?



어린이집에서 교육을 잘 받아서 코로나의 위험성을 너무나 잘 알고 있고, 평소에 안전을 중요시하는 아이가 그런 말을 할지 몰랐다. 정말 답답했나 보다. 그냥 나가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놀고 싶다는 것도 아니고, 날씨가 좋으니 나가자는 말이 너무나 신선하고 웃겼다.


결국 가정 보육 기간 동안 나갈 생각을 하나도 하지 않았던 겁쟁이 엄마는, 딸의 한 마디에 외출 준비를 했고, 사람들 없는 곳 위주로 동네 한 바퀴 돌았다. 아무도 없는 길에서 신나게 뛰는 딸을 보며, 어서 빨리 마스크 벗고 뛸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간절하게 바랐다.


햇님있을 때 엄마랑 나오니까 좋아.



겨울이라 해가 짧아져 깜깜할 때 어린이집에 도착하다보니, 햇님있을 때 산책하는 게 좋았나 보다.


풀타임 직장에 다닐 땐 칼퇴근 후 서둘러 도착해도 오후 7시~7시반 사이에 도착했다. 도저히 안 될 것 같아 업을 바꾼 후에는 오후 6시~6시반에 도착하는데 그래도 가장 마지막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에 보냈던 터라 아이에겐 익숙한 일상이 되어 버렸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엔 언제나 미안함이 가득하다. 조부모 찬스나 도우미없이 맞벌이 부모가 6시 전에 하원하는 건 불가능하니까. 


그나저나, 유치원은 초등학교처럼 방학이 길다는데 6세(만4세)가 되면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에 어디를 보내는 게 나을지 모르겠다. 강의 시간만 일하는 것이 아니라, 강의 전후로 해야하는 일이 많은데도 불구하고 나같은 강사는 맞벌이로 인정받을 수 없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게다가 맞벌이어도 방과후 교실에 모두 보낼 수 있는 게 아니라는데 정말 고민이다. 아이들을 사교육으로 돌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맞벌이 유무 상관없이 방과후와 돌봄은 학교에서 맡아주면 좋겠는데 쉽지 않다. 학교에서 맡아둔다고 해도 학원을 선호하는 부모가 있을테니 모든 아이를 맡게 되진 않을텐데. 그냥 어린이들은 다 어린이집에 다니면 얼마나 좋을까.


저출생 극복 정책은 하나 밖에 없다. 방과 후에도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는 돌봄 공간을 마련하여, 보육을 가정의 역할로 국한시키지 않는 것, 그것뿐이다. 아이를 키울 수 있는 환경이어야 애를 낳을 것 아닌가. 이래저래 머릿 속은 복잡하고 마음은 답답하다. 얼마 전에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아동학대가 맞벌이 때문이라는 말을 들어서 기분도 별로고, 아이 돌봄을 위해 '일을 그만둬야하나.'라는 등의 고민을 대부분 엄마들이 한다는 것도 너무 속상하다. 잘 버텨온 엄마들이 초등학교 돌봄 공백 때문에 일을 그만두는 경우를 너무 많이 봤기 때문에.


마지막 날 아침, 잠에서 깬 아이에게 오늘은 뭐하고 싶냐고 물었다. 아이는 내 품에 파고 들며, 이렇게 말했다.

  

엄마가 하고 싶은 거



아.. 너무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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