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8.02.26. 작성)
3월부터 어린이집을 보내기로 결정하고 이것저것 준비 중이다. 복직하려면 몇 달 남았으니 최대한 늦게 보내려 했지만, 아가도 나도 적응 기간이 필요하고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에 보내지 않으면 자리가 없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나는 출산 후에 내가 병원과 산후조리원에 있을 동안 해야 할 일을 정리해서 남편에게 넘겼다(출산 전후에 할 일). 그중에 하나가 어린이집 대기 신청이었다. 과거에는 태아여도 대기 신청이 가능했지만 출생 신고를 해야 가능한 것으로 변경되었기 때문에, 출산 후 임신육아종합포털 아이사랑에 접속해서 신청하라고 했다. 우리가 미리 선택해놓은 어린이집은, 영아반이 있으며 종일반을 운영하고 도보 가능 거리에 있는 곳(국공립 2곳, 민간 1곳)이었다. 그러나 입소를 고려할 시기가 오자, 대기 순번이 너무 뒤에 있어서 불안했다. 그래서 추운 겨울에 아가를 안고 직접 찾아가 볼 수밖에 없었다.
찾아간 어린이집 중, 국공립 2곳은 공개된 정보와 내용이 달랐다. 한 곳은 3세 반부터 운영하고 있었고 다른 한 곳은 종일반을 운영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나마 마지막 한 곳인 민간 어린이집은 공개된 정보와 내용이 같았다. 대기 신청자 중 허수가 많으니 순서가 되면 연락을 받기로 했다. 다만, 7세 반까지 운영되는 큰 어린이집이라서 아가가 치이지 않을까 고민됐다. 영아는 낮잠 시간이 유아보다 길다. 만약 낮잠 시간과 유아의 활동 시간이 겹치면 푹 자기 어렵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서 동네에 영아전담 소규모 민간 어린이집에 가봤다. 이전에 방문했던 어린이집 3곳은 원장과의 면담만 했는데 이곳은 교사와 인사도 시켜주셨다. 담임이 될 선생님뿐 아니라 다른 반 선생님과도. 원장님이 독실한 종교인인 것 같아서 살짝 부담됐지만 원장님 포함 선생님들이 아가를 좋아하는 모습이 보여서 그곳으로 결정했다.
결론은, 어린이집을 결정할 때 대기 신청해놓고 마냥 기다리면 안 된다는 것이다. 직접 찾아가 봐야 한다. 그리고 어느 정도 마음을 비워야 한다.
어린이집을 보내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많다. 어린이집에서 준비물 목록을 알려 주니 그것에 맞춰 준비하면 된다. 종류가 많아 어떤 것을 준비해야 할지 고민되는 것은, 담임교사와 상의해서 선생님이 쓰기 편하다는 스타일로 선택했다.
1) 주민등록등본 1통 입소 시 제출
2) 재직증명서 1통(맞벌이) 복직 후에 제출
3) 영유아 건강검진표 검진할 때마다 결과서 제출
아가의 개인 물품에는 이름을 표시해야 한다. 1명의 교사가 3명을 돌봐야 하고 다른 교사가 돌볼 때도 있으므로 면역력이 약한 아가들의 물건이 섞이면 안 되기 때문이다.
1) 여벌 옷(겉옷, 양말), 손수건
손수건이나 의류 등의 천 재질에는 의류용 스탬프로 이름을 찍는다. 처음에 찍을 때는 힘 조절을 잘못해서 번지기도 하고 제대로 안 찍히기도 했는데, 찍다 보면 점점 요령이 생긴다.
손수건에는 다 찍었고, 겉옷과 양말은 몇 가지만 찍었다.
2) 이유식용 숟가락, 빨대컵
설거지가 필요한 물품에는 방수 스티커로 이름을 붙인다. 같은 것이 있을 수도 있으니 이유식 그릇의 경우 뚜껑과 본체에 모두 붙이고, 숟가락과 숟가락 케이스에도 모두 붙이는 것이 좋다. 스티커는 의류용 스탬프를 구매할 때 대부분 무료로 증정하니, 따로 살 필요는 없다.
3) 물티슈, 기저귀
계속 쓰는 물품이기 때문에 교사가 요청할 때마다 한 통, 한 묶음씩 보낸다.
4) 분유
후기 이유식을 시작할 때,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을 대비해서 아가가 일어났을 때와 자기 전에만 분유를 먹였기 때문에 따로 준비할 필요는 없었다.
5) 낮잠이불
베개와 까는 이불, 덮는 이불이 필요하다. 나는 일체형 4계절용 이불을 샀다. 일체형은 까는 이불과 덮는 이불이 지퍼로 연결되어 있고, 까는 이불의 아가 머리 놓이는 부분에 있는 지퍼를 열면 그 속에 베개가 삽입되어 있어서 편리하다. 또한 다른 아가 것과 섞일 일이 없다. 아가가 어린이집에서 어색해하지 않도록, 집에서 잘 때마다 낮잠이불에서 재워 익숙해지도록 했다.
우리 아가는 돌 전에 보내기 때문에 위의 물품만 필요했고, 돌 이후에는 식사할 때 식판(어린이집 제공)을 사용하니 그때 필요한 숟가락과 포크, 식사 후에 사용할 칫솔, 치약을 보내야 한다.
그리고 빨대컵을 졸업(?)하면 쓸 컵과 기저귀를 졸업(?)하면 쓸 속옷은 나중에 살 예정이다.
출산 후 지금까지 누군가에게 아가를 맡겨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는 독박 육아를 해왔다. 그래서 아가와 떨어져 본 적이 없다.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만큼 아가는 내 몸의 일부처럼 느껴지는 존재가 되었다. 그런 상황에서 막상 아가를 어린이집에 보내기로 결정하고 나니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린이집을 알아볼 때부터 주변에서 '그 작은 아가를 어떻게 어린이집에 보내냐', '아가는 엄마가 키워야 한다', '어린이집에 오래 있을 아가가 안쓰럽다' 등의 말을 듣는다. 마음이 가장 무거운 것은 엄마이고, 육아에 도움을 줄 것도 아닌 사람들이 너무 쉽게 말한다.
엄마의 마음을 무겁게 만드는 여러 이유 중의 하나는, 출생 후 최소 3년은 엄마가 키워야 한다는 잘못된 상식이다. 이는 1951년에 발표한 존 볼비의 '애착 이론(Attachment Theory)'에 근거한 것으로, 70여 년이 지난 지금도 영향을 줘서 3년은 자기가 키우겠다는 엄마가 꽤 있다. 물론,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처럼, 생후 3년의 시기가 중요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이것은 3년 동안 엄마'만' 아가를 키워야 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육아와 관련된 신화가 왜 이리 많은 건지 모르겠다.
최근 일본의 한 교수는 일본인 모자 269쌍의 추적 연구로 "아이가 3살 미만 일 때 엄마가 일하더라도 문제행동과 모자 관계와의 관련성은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강조했으며, 또 다른 일본 교수는 6,000여 명의 엄마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본 결과 "아직도 3세 신화가 믿어지고 있는 것을 확인했다"며, "인간의 역사와 문화는 정말 변하기 어렵다는 것을 절감한다"라고 말했다. 또한 미국에서 1만 명 이상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도 "아이가 2살 이전에 엄마가 일을 하더라도 5살이 된 시점에서 아이의 학습능력과 문제 행동 간 관련성은 인정되지 않았다"라고 한다(유영규 기자, SBS, 2017.11.15.).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죄책감을 이기지 못하고 비자발적으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여성들이다. 이런 잘못된 정보로 그들의 마음이 무겁지 않았으면, 괜한 오지라퍼의 말로 마음이 상하지 않았으면, 아가를 직접 돌보지 않는다고 죄책감을 가지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이의 발달에 도움이 되는 것은 애정을 가진 어른과의 관계이지, 엄마와의 관계만 중요한 것이 아니니까.
2017년 8월, 문재인 대통령이 다둥이 자녀를 가진 공무원들과 오찬을 했다. 그는 공무원들에게 "다자녀를 양육하는 등 일과 가정 양립해줘서 고맙다"며, 3자녀 대학까지 걱정 없게 하겠다"라고 했단다.
물론, 공무원부터 시작하면 민간 기업까지 확장될 것이라고 기대하지만, 대부분의 부모가 일과 가정을 양립하기 어려워서 한쪽(거의 여성)이 그만두거나, 교육비 등의 양육부담 때문에 둘째 낳는 것을 포기하는 현실에서, 공무원들의 웃음을 보는 게 너무 거북했다. 그들만의 세상.
우리 사회에서 엄마는 대개 워킹맘과 전업맘으로 구분된다. 워킹맘은 직장에 다니면서 양육하는 엄마, 전업맘은 직장에 다니지 않으면서 양육하는 엄마를 의미하는데 서로의 결핍을 비교하면서 엄마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전자는 직장일 한답시고 아가를 외롭게 한다고, 후자는 직장일 안 하면서 커피숖에서 수다 떤다고 뭐라 한다. 뭐 어쩌라고.
얼마 뒤면 워킹맘으로서의 삶을 살아야 한다. 내가 어떻게 견뎌나갈지 잘 모르겠다. 아가와 함께 있으면서 일을 그만두고 아가를 키울까라는 생각도 해봤다. 하지만 완전히 일을 그만두면, 사회생활을 쉬어본 적이 없으니 우울해질 것 같아서, 경력이 끊기고 나면 다시 일을 구할 엄두가 나지 않아서 그러지 못하겠다. 무엇보다 전업맘이 되면 그것이 직업이니 지금보다 훨씬 집안일을 잘해야 할 텐데 그럴 자신은 더욱 없다.
또한, 워킹맘이나 전업맘에 비해 워킹파파나 전업파파라는 단어는 잘 쓰이지 않는 게 별로다. 아빠가 직장생활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고, 엄마는 직장과 가정을 양립하거나 가정에 집중해야 하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일까? 그리고 워킹맘과 상대적인 의미로 육아대디라는 단어가 있는 것으로 봐서, 아빠의 일인 직장일을 하는 엄마가 워킹맘, 엄마의 일인 집안일을 하는 아빠가 육아대디라 일컬어지는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어린이집을 보내면 1주일 정도는 한두 시간 엄마와 어린이집에서 같이 시간을 보내고 적응을 잘하면 엄마 없이 한두 시간을 보내다가 시간을 늘려간다고 한다. 별말 아닌 그 설명을 듣는데 가슴이 두근두근했다.
개인적으로 복직을 계획하고 있다면 아가의 고집이 생기기 전에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 아가가 더 빨리 적응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다른 어른과 친구들과의 활동은 아가의 사회성을 기르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아가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부모와 하루 종일 함께 있는 것보다는, 어린이집 교사에게서 전문적인 돌봄을 받으면서 친구들과 먹고 놀고 자다가, 집에 와서 부모와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더 행복하지 않을까 싶다.
물론 한 명이 감기 걸리면 다 옮는다는 단점도 있지만 그것도 면역력 증진에도 도움되지 않을까. 다 커가는 과정이니 잘 적응해보려 한다. 아가를 믿고, 나를 믿고, 남편을 (조금) 믿는다. 언제나 하는 생각이지만 나만 잘하면 된다.
걱정이 되는 부분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매스컴에 등장하는 어린이집 아동학대 뉴스 때문이다. 하지만 다른 생각도 든다. 왜 어린이집 뉴스만 보도되는 것일까, 유치원도 아동학대가 없지는 않을 텐데. 머릿속이 복잡하다. 다른 일은 다음에 생각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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