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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Jun 12. 2018

모성애 부담② 모유수유vs분유수유

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7.09.25. 작성)

|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난, 출산 이후의 생활


우리나라의 교육이 엉망진창이긴 하지만, 임신/출산/육아에 대한 교육은 정말이지 훨씬 더 엉망진창이다. 임신 중에도 알아서 알아봐야 할 것이 많아서 힘들었는데, 출산 이후의 생활은 더 버라이어티 하다. 출산 이후의 생활이 힘들다는 건, 아가가 배속에 있었을 때가 좋다는 의미는 아니다. 나는 신 중일 때보다 출산 후에 아가의 실체를 보고 나서 마음이 더 편안해졌기 때문이다.



엄청난 양의 피


모유수유를 끊기 전에 생리를 시작했다. 모유수유를 하는 동안 생리를 하지 않는다고 하던데 그것도 아니더라. 첫 생리가 많이 나온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생리대 대형을 준비했는데, 그것으로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엄청난 양의 생리가 나왔다. 급한 대로 출산 전에 사놨던 성인 기저귀(출산 후에는 병원과 산후조리원에서 준비해준 기저귀로 충분)를 사용했다. 너무 많이 나와서 샐까 봐 이불 위에 제대로 앉을 수도 없었다. 아가를 돌보려면 가만히 있을 수도 없으니 어정쩡한 자세로 계속 움직였다. 원래 생리할 때 빈혈끼가 있는데 양이 많아서 그런지 증상이 더 심해져서, 앉았다가 일어나면 한동안 띵했다. 게다가 첫 생리의 양만 많은 것도 아니다. 임신기간 동안 하지 않았던 생리를 몰아서 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생리할 때마다 양이 많다.



계속 빠지는 머리카락


나는 머리숱이 많은 편이다. 그래서 별로 티 나지 않았지만, 머리 속이 휑해질 정도로 머리카락이 빠지는 엄마도 있다. 임신으로 성장기가 지연되었던 머리카락이, 휴지기로 들어가면서 한꺼번에 빠지는 것이라고 한다. 머리 감기 전에 빗질을 하면 머리카락이 한 움큼 빠지고, 머리 감고 나면 욕실 바닥에 머리카락이 또 한 움큼이다. 게다가 새로 나는 머리카락도 짧게 듬성듬성 나니, 머리가 굉장히 지저분하다.


집 바닥에도 내 머리카락이 없는 곳이 없다. 청소기로 빨아들이다가 청소기가 막힌 적도 여러 번이라, 청소기 대신 찍찍이(?)로 머리카락 청소를 하고 있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으니 남편이 발모약을 사 왔는데, 다른 곳에 털이 나는 부작용이 있다고 해서 먹기 꺼려졌다. 생각해줘서 고맙긴 하지만 앞으로도 먹지 못할 것 같다.



빠지지 않는 살


예전부터 출산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연예인들이,  완벽한 화장을 한 얼굴과 날씬한 몸매로 방송에 나오면, 그게 참 불편했다. 내가 출산을 직접 겪고 나니 더 불편해졌다. 자기들이야 아가를 맡기고 관리받으면서 활동하는 것이겠지만, 나 같은 일반인은 그렇지 않으니까. 뭐 그들도 그들의 삶이 있으니 그것 자체를 뭐라 하는 것은 아니다. 뭐라 할 필요도 없다. 다만, 그들을 보면서 잘못된 상식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으니 그게 문제라는 것이다.


tvN ‘로맨스가 더 필요해’라는 프로그램에서 출산 후에 살이 찐 아내가, 남편에게 구박받는다는 사연이 소개됐었다. 대부분 내가 별로 좋아하지 않는 출연자들(TV를 없애는 데 큰 역할을 해준 몇몇 연예인이 있다)이 나와서 볼 생각도 안 한 프로그램이지만, 돌아다니는 짤만 봤는데도 기분이 나빴다. “출산 후에도 날씬한 몸매를 유지하는 연예인들이 많다”, "아내가 자기 관리를 안 한 것일 수도 있다", "아내가 노력한 게 거의 없다", "아기 보면서 아기를 안고 앉았다 일어났다 하면 살을 뺄 수 있지 않나?"라는 등, 남자 출연자들(전현무, 조세호, 홍진호)의 발언은 참 어이없었다. 게다가 "여자 패널들이 예민하다", "남자 패널들이 틀린 말을 한 것은 아니지 않으냐" 등 일반 남자들의 댓글 또한 어이없었다. 모르면 배울 생각을 해야 하는데 우기기만 하니, 원. 그리고 좀 통통하면 어떤가.



걷잡을 수 없는 우울함

 

순간순간 우울해진다. 하루 종일 말은 못 하고 울기만 하는 아가와 있다 보니 말을 할 수 있는 사람과의 대화가 필요하다. 아가의 말은 울음이라지만 알아들을 수가 있어야지. 아가도 나도 서로 답답해하고 있다. 그래서 남편이 퇴근하고 돌아오면 와다다 쏟아내기도 한다. 쏟아내고 나면 미안하기도 하지만, 남편에게 양해를 구하고 한동안 이래야 할 것 같다. 안 그러면 어디까지 우울해질지 무섭기 때문이다.



| 수유 방법도 주양육자의 선택일 뿐


이렇게 정신없는 상황에서, 엄마들에게 모성애를 강요하는 것이 있다. 바로, 모유수유다. 임신했을 때부터 꼭 모유수유를 해야 할 것 같은 부담스러운 분위기. 물론, 모유수유하는 엄마는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임신 기간에 참았던 것을 출산 후에도 참는 것이니까. 하지만 그것을 강요하는 사회 분위기는 잘못되었다. 출산 방법과 마찬가지로 수유 방법도 엄마의 선택일 뿐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모유수유를 권장하기 위한 여러 이미지들은 성스러워 보이기까지 하지만, 모유수유는 그리 아름답지 않은 무척 힘든 과정을 거친다. 그래서 예전부터 부유층들은 그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으려 유모를 고용해서 아가를 키웠는지도 모르겠다.


처음부터 분유수유를 하겠다고 생각하는 엄마는 별로 없을 것이다. 나 역시 당연히 모유수유를 할 것이라 생각했다. 내가 모유수유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엄마의 희생과 사랑 이런 게 아니라, 동물복지 문제 때문이었다. 이 문제에 대해 무지했을 때 나는, 젖량이 많은 소를 젖소라고 하는지 알았다. 젖소에게도 새끼가 있고 그 새끼가 먹을 젖을 짜내서 사람이 먹는다는 걸 알았을 때의 충격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유를 워낙 좋아해서 아예 끊을 수는 없었지만 먹는 양을 줄여 왔기 때문에, 그 연장선상에서 모유수유를 하려 했다.


산후조리원에 있을 때 의아했던 일이 여러 번 있었다. 나는 아침에 아가를 만나면 모유수유를 했고, 오후에는 쉬고 싶어서 분유수유를 해달라고 종종 요청했다. 그랬더니 어느 날 원장(직책이 가물가물)이 나에게, 엄마로서의 의지와 노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게으른(게으른 건 사실이지만) 엄마 때문에 아가가 받아야 할 것을 못 받는 것처럼. 또 한 번은 엄마들을 모아놓고 교육을 하는데, 모유수유를 하고 있는 한 엄마에게 원장이 이런 말을 했다. "OO엄마는 정말 잘하고 계시다"라고. 그 엄마는 의기양양해졌고, 그 자리에 있던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들은 한순간에 잘하지 못하는 엄마가 돼버렸다. 모유수유의 장점을 알리고 행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겠지만 모유수유를 하지 않는 엄마에게 부담과 죄책감을 주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


▲ 왼쪽이 분유, 오른쪽이 모유다. 분유는 모유보다 덜 달다. ⓒ고상(고양이상자)


나는 아가가 출생 후 60일 정도 됐을 때까지 모유수유를 했다. 완전 모유수유는 아니었고 혼합수유였다. 아가가 자주 직접 빨아야 모유의 양이 유지되는데 우리 아가는 빠는 힘이 약해 직접 빨기 어려워해서 낮에는 유축해서 먹이거나 분유를 먹였고, 밤과 새벽에는 직수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유축을 하다가 문득, 이게 뭐하는 짓인가 라는 생각을 했다. 모유를 먹이려면 내가 잘 먹어야 하는데 독박 육아 중이니 제대로 끼니 챙겨 먹기도 어려운 상황에서, 뭐하러 이러고 있는 건가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게다가 어차피 복직 전에 모유를 떼야하니, 아가의 선호가 생기기 전에 완전 분유수유로 바꾸기로 결정했다. 젖병 소독을 더 자주 해야 했지만, 결론적으로 나와 아가는 행복해졌다. 아가는 편안하고 배불리 맘마를 먹게 됐고, 나는 모유수유를 종료하면서 드디어 그토록 마시고 싶던 술을 한잔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그런 후에 주위에서 '모유가 아가한테 좋은 건데', '모유를 줘야지' 등의 말을 듣는다. 친척 어른이 하는 말씀이야 그런가 보다 하고 넘기는데, 오다가다 만나는 사람들이 왜 이런 개인사에 감 놔라 배 놔라 하는지 모르겠다. 아가를 안고 나가면 2~3명이 묻는다. '자연분만인지, 제왕절개인지', '모유수유인지, 분유수유인지' 말이다. 그러고 나서 자연분만과 모유수유의 좋은 점에 대해 말한다. 대체 왜 그러는 건지 모르겠다. 어련히 알아서 선택했을까. 가뜩이나 몸 상태도 안 좋고 신경 쓸 일 많은 엄마들한테 죄책감까지 느끼게 해서 얻는 것이 뭘까.  


가끔 분유수유하는 엄마들이 모유수유하는 엄마를 부러워하거나 자신을 무능한 나쁜 엄마라 여기는 것을 본다. 그럴 필요가 없다. 단지 수유 방법의 차이일 뿐이니까. 외출할 때 이것저것(분유, 젖병, 보온병 등) 챙기고, 아가한테 맞는 분유와 젖병을 찾으며, 매일 젖병 소독도 하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 않은가. 분유는 일반 소매점에서 구매하기도 어렵기 때문에 분유가 떨어지지 않도록 단계에 맞춰 신경 써서 주문해야 하기도 한다. 명절에 분유가 떨어졌을 때 아무 생각 없이 동네 슈퍼에 갔다가 대형 마트가 아니면 분유를 사기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얼마나 놀랐는지. 그런 여러 노력을 폄하할 권리는 아무에게도 없다. 엄마 자신에게도.


▲ 분유통에는 "모유가 아기에게 가장 좋은 식품입니다"라는 의미없는 문구가 삽입되어 있다. ⓒ고상(고양이상자)



| 분유수유의 장점 = 모유수유의 단


모유수유의 장점이라고 알려진 것은 많다. 신화라고 여겨질 정도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 좋다고 알려진 분유수유의 장점을 정리해봤다. 항상 강조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주양육자의 행복, 그리고 그 안에서 편안하고 배불리 먹는 아가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



엄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수유할 수 있다.


내가 분유수유의 장점 중 제일로 꼽는 점이다. 모유수유를 해야 엄마와 아가와의 애착이 잘 형성된다는 말이 있지만, 나는 모유수유가 분유수유보다 애착 형성이 잘 된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엄마와의 애착만 중요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이모, 삼촌 등 많은 사람과 애착이 형성되는 것이 얼마나 바람직한가. 이는 아가의 사회성 발달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그리고 엄마가 아닌 그분들이 주양육자가 될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너무나 오만한 말을 들었다. 자발적으로 분유수유를 선택한 엄마는 한 번도 본 적이 없고, 분유수유하는 엄마와 아가는, 모유수유하는 엄마와 아가의 강한 애착을 따라올 수 없다며, 완전 모유수유를 하지 않은 엄마들은 무능력하고 무책임한 사람이라는 것이 요지였다. 그 사람이 생각하는 엄마로서의 능력은 모유수유 한 가지인가 보다. 본인이 본 적 없으면 없는 사실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왜 이리 많은지. "저기요, 자발적으로 선택한 엄마, 여기 있어요!!"라고 말해줬다.


미국의 해리 할로우(Harry F. Harlow)는 애착 관련 실험을 했다. 갓 태어난 붉은 털 새끼 원숭이들을 어미와 격리시킨 다음(마음이 아프다), 어미만큼 큰 원숭이 인형이 있는 우리에 넣고 관찰했다. 하나는 차가운 철망으로 만든 인형에 젖병이 있었으며, 다른 하나는 따뜻한 헝겊으로 만든 인형에 젖병이 없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에 새끼 원숭이들은 어느 인형에게 가서 안겼을까. 후자였다. 철망 인형 우리에 들어갔던 새끼도, 헝겊 인형 우리에 들어갔던 새끼도, 모두 헝겊 인형을 선택했다. 젖보다는 안정감을 주는 스킨십이 중요한 것이다. 스킨십은 엄마뿐 아니라 다른 사람도 줄 수 있다. 아가에게 엄마만 줄 수 있는 것을 주기보다는, 엄마가 아닌 다른 사람도 줄 수 있는 것을 충분히 주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한 방법 중의 하나가 분유수유다.



모유수유보다 돈이 많이 들어가는 것도, 영양이 뒤처지는 것도 아니다.


흔히 모유수유는 들어갈 비용이 별로 없어서 경제적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겪어보니 그런 것도 아니었다. 모유 성분 좋아지라고 이것저것 챙겨 먹어야 하는 것도 많고, 가슴 마사지나 병원비도 만만치 않다. 모유가 계속 나오기 때문에 양쪽 가슴에 생리대와 비슷한 수유패드를 대고 있어야 하고, 유축을 해놓을 모유 저장팩도 필요하다. 분유수유는 젖병과 소독용품, 분유 가격이 들어가는데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가격 차이가 있다. 그리고 완전 모유수유가 아닌 이상 분유수유를 병행한다면 어차피 들어갈 비용이다.


모유수유를 할 때는 엄마의 건강상태가 양호해야 한다. 그에 비해 분유수유는 엄마의 건강상태와 상관없이 일정한 영양분을 아가에게 공급할 수 있으며, 모유에 부족한 철분 등도 섭취할 수 있다. 생후 6개월 정도 되면 엄마로부터 받았던 철분이나 칼슘 등이 부족해진다. 그래서 그즈음에 이유식과의 병행으로 부족한 것을 보충해야 한다. 하지만 최근 모유수유가 강조되면서 이유식 병행을 늦게 하는 경향이 있어, 생후 6개월 이후 아가들이 영양 부족(철분 부족 빈혈, 비타민D 부족 구루병 등)으로 병원을 찾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국민건강지식센터). 그리고 아가가 자라면 자랄수록 모유를 끊는 것이 어려워지기 때문에 개인적으로 생후 6개월 전후로 분유와 병행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복직이 예정된 엄마라면 더더욱.



엄마가 아플 때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다.


원래 나는 자연치유 능력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기 때문에 아플 때 앓고 마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아가를 돌보려면 앓고 누워있을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빨리 나으려고 약을 먹는다. 하지만 이는 분유수유를 할 때 가능한 일이다. 모유수유를 하는 엄마는 아파도 약을 먹기 어렵다.



가슴이 아프지 않다.


가슴에 젖이 찼을 때 제때 빼주지 않으면 가슴이 땡땡해져서 엄청 아프다. 아가의 배고픔과 타이밍이 맞지 않으면 가슴이 아파서 유축을 할 수밖에 없다. 나는 유축하는 과정이 너무 싫었다. 그리고 모유수유할 때 젖꼭지 껍질이 몇 번 까졌는데, 엄청 따갑지만 계속 물려야 젖량이 줄지 않기 때문에 꾹 참았다. 젖꼭지 균열에 바르는 약도 있지만 수시로 물려야 하는 신생아 때 약 바르면서까지 직수를 하고 싶지는 않았다. 아무리 아가한테 무해하다고 해도 약 바른 젖꼭지를 빠는 것보다는 소독한 젖병의 젖꼭지를 빠는 것이 낫다고 생각했다. 젖병의 젖꼭지에 난 이 자국을 보면 괜히 내 젖꼭지가 아픈 기분이 든다. 지금까지 모유수유를 했으면 내 젖꼭지 상태가 저 젖병 젖꼭지 상태겠지라는 생각에.


▲ 젖꼭지가 까져서 떨어진 껍질. 이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다. ⓒ고상(고양이상자)

  


먹고 싶은 것을 먹을 수 있다.


나는 술 마시는 분위기를 좋아한다. 임신 기간 동안 한여름에 벌컥벌컥 마시는 생맥주가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하지만 모유수유를 할 때는 당연히 마실 수 없었다. 술을 마신 후에 유축해서 버리고 하루 정도 지나면 모유수유를 해도 된다고 하지만, 앞에서 말했듯이 나는 유축하는 과정이 너무 싫어서 술을 마시지 않기로 했다. 완전 분유수유를 결정하고 나서 남편과 맥주 한 모금을 마셨을 때의 기분은 뭐라 설명할 수 없다. 너무 오랫동안 마시지 않아서 한잔 마시고는 알딸딸했지만 너무 행복했다.



수유할 때 시간과 장소의 제약이 적다.


아가를 데리고 다녀보면 출산율과 모유수유를 강조하는 정부의 목소리가 얼마나 허무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공용 화장실에 기저귀를 갈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된 곳을 찾기 어렵고, 아가를 진료하는 소아과조차 이유식을 데울 수 있는 간단한 집기가 없는 곳이 많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에서 모유수유할 공간을 찾아 헤매는 엄마들의 고생이란. 그에 반해 분유는 어느 곳에서든 수유할 수 있다. 너무 답답했던 어느 날, 동네 공원 벤치에서 아가에게 분유를 먹인 적이 있다. 물론, 아가한테 모유수유가 좋은데 왜 안 하냐는 오지라퍼의 말을 듣긴 했지만.



아가가 먹는 양을 알 수 있기 때문에 수유 텀을 계획할 수 있다.


앱을 이용해서 수유, 기저귀, 수면 등을 적어 놓고 있다. 아가의 상태를 체크하기 위해서다. 모유는 먹은 시간으로 체크하고 분유는 먹은 양으로 체크하는데, 분유는 모유처럼 수시로 먹지 않고 먹은 양을 확인할 수 있어서, 수유 텀 계획이 가능하다. 그래서 아가의 규칙적인 식습관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되며, 이 장점은 이유식을 시작한 후에도 이어진다. 또한, 어느 정도 수유 텀이 일정해지면 그에 따라 일과를 계획할 수 있어서 아가와 함께 조금은 마음 편히 활동할 수 있다.



밤중 수유를 일찍 끝낼 수 있다.


100일의 기적이라는 말이 있다. 신생아는 2~3시간 간격으로 깨기 때문에 그때마다 맘마를 줘야 하는데(밤중 수유), 100일 즈음이 되면 밤부터 새벽까지 길게 자게 되는 것(통잠)을 말한다. 분유수유를 하면 아가가 배불리 먹게 되기 때문에 모유수유보다 밤중 수유를 일찍 끝낼 수 있다. 우리 아가는 완전 분유수유를 한 이후 10일 정도 지난 후에 나에게 통잠을 선물해주었다. 생후 70일 경에 6시간을 푹 자고 일어났을 때 정말 행복했다.



짐은 줄이면 된다.


외출할 때 모유수유하는 엄마의 맘마 짐은 단출하다. 그에 비해 분유수유하는 엄마의 맘마 짐은 엄청나다. 젖병, 분유, 따뜻한 물을 담은 보온병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좋은 세상이다. 일회용 젖병과 액상분유 등이 잘 나와 있어서 조금만 익숙해지면 짐은 충분히 줄일 수 있다.  



| 분유수유할 때 신경 써야 할 점


분유수유를 할 때 신경 써야 할 것이 많다. 아가에게 맞는 분유와 젖병을 선택하는 것과 위생은 기본이고, 물의 온도 및 양 등도 신경 써야 한다. 아가가 먹다 남은 분유는 아깝지만 변질되기 때문에 (분유탄 사람이 먹거나) 버린다.



분유 타기


우리나라 분유와 외국 분유는 분유 타는 법이 다르기 때문에 선택한 분유에 설명되어 있는 내용을 잘 읽어 보고 그대로 탄다. 분유의 농도가 진하면 아가가 소화하기 어려워해서 설사를 할 수도 있고, 묽으면 충분한 영양 섭취를 못할 수 있으니, 동봉된 전용 스푼을 사용해서 정량으로 잘 타야 한다. 특히, 새벽에 비몽사몽 하면서 탈 때 주의한다. 그리고 분유에 다른 것을 섞어서 먹이는 것은 좋지 않다고 한다. 만약 약을 섞어서 줄 경우 분유의 맛이 변해서 분유 자체를 거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단, 의사의 처방을 받았을 경우에는 섞어서 먹일 수 있다.


분유 타는 방법

- 100도로 끓인 물을 70도 정도로 식혀서, 전체 분량의 절반을 젖병에 넣는다.

- 전용 스푼을 사용해서 젖병에 분유를 넣는다. 이때, 스푼을 수평으로 깎아서 정량을 넣어야 한다.

- 젖병을 양 손바닥으로 잡고 비비듯이 섞어 분유를 녹인다. 위아래로 흔들면 거품이 더 많이 생기기 때문이다.

- 나머지 물을 넣고, 손등에 분유를 떨어뜨려 따뜻한 정도일 때 아가에게 먹인다.


▲ 분유 종류에 따라 타는 법에 차이가 있다. ⓒ고상(고양이상자)



트림시키기


분유수유할 때 꼭 해야 하는 것은 트림시키는 것이다. 단, 트림을 시키는 것은, 분유 탈 때 생기는 거품 때문에 하는 것은 아니며, 아가가 젖병을 빨 때 공기를 같이 흡입하는 경우가 있으므로 그 공기를 빼내 주기 위한 행동이다. 트림 소리를 싫어하는데 아가가 배부르게 맘마를 먹고 시원하게 하는 트림 소리는 얼마나 시원하게 들리는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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