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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Feb 22. 2021

첫 학습지 선택?

가끔 또래 엄마에게 아이가 무슨 학습지를 하냐는 질문을 받는다. 처음에는 정보 공유 차원에서 묻는지 알았는데 한 엄마의 말이 좀 묘했다.


"혼자만 시키지 말고, 같이 좀 시켜요."



또래에 비해 말이 조금 빠른 편이니, 뭔가 학습시켜서 그렇다고 생각했나 보다. 똘똘하게 봐줘서 감사한 마음이 드는 한 편, 나와 아이의 노력이 평가절하된 것 같아 기분이 좋진 않았다. 어린이집 교재 외에는 학습하는 게 없다고 해도, 믿지 않는 눈치. 책 읽거나 대화하는 게 전부라서 너무 안 하는 건가 싶을 정도인데.


아이가 한글과 숫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해서 틈틈이 학습지를 살펴보긴 했다. 그런데 다들 자기 학습지가 최고라고 하니 어떤 게 좋은 건지 모르겠다. TV 연계 프로그램은 TV가 없으니 패스, 개인 태블릿을 제공하는 곳은 물건 늘리기 싫어서 패스, 1학년 2학기 교과서를 보여 주면서 취학 전부터 준비해야 한다며 불안감을 조성하는 곳도 패스. 하버드 출신 연구원이 만든 프로그램이며 구성원 대부분이 서울대 출신이라고 홍보하는 곳도 있던데 그렇게 학벌에 의존하는 홍보는 별로 신뢰하지 않는 편이라 패스.


유튜브를 보게 하느니, 기기를 활용한 학습을 하게 하는 게 나을 것 같다가도, 기기를 사용해서 퍼즐을 하는 것보다 실제 퍼즐을 만지면서 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싶어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도 못하지 않을까 싶다. 괜히 시작했다가 그 학습지 시켜서 말이 빠르다는 오해를 받기도 싫고.


아이가 어린이집에서 받아온 학습지를 넘기면서 이것저것 끄적이고, 내가 책상에서 일을 하고 있을 때면 자기도 엄마처럼 공부(뭔지 모르겠지만)하고 싶다고 하는 것을 보면서, 서점에서 판매하는 낱권 학습지도 생각해봤다. 괜찮을 것 같다가도, 아무래도 유아에게 학습지는 적절한 도구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다니는 어린이집은 만3세까지만 다닐 수 있는 곳이라 내년에는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에서 선택해야 하는데, 그때도 과한 학습을 하는 곳은 피하고 싶다.


기기 반납이 가능하다며 체험할 수 있는 업체들이 있어서 몇 가지 신청해볼까 생각해보기도 했는데, 딸려오는 교재도 많고 물건이 오가는 게 귀찮다. 교육 박람회라도 있으면 체험해보면서 마음을 정할 수 있을 텐데 이놈의 코로나는 사라질 생각이 없으니, 참. 그리고 체험판만 괜찮게 만드는 곳도 있다. 본품보다 샘플이 더 좋은 화장품이 있는 것처럼.


그나저나 육아는 정말 산 넘어 산이다. 알아보고 선택해야 할 일이 왜 이렇게 많은 거야. 앞으로 더 많아질 텐데 정신 똑바로 차려야지, 그렇지 않으면 교육에 대한 내 신조가 무너지는 건 한 순간일 것 같아서 무섭다. 아이가 하고 싶은 걸 지원할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지만, 현실은 정말 너무 어렵고 복잡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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