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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r 14. 2021

'육아 예능'하는 연예인이 부러워서

'내 인생의 참 스승', '너에게 배운다'

무언가를 부러워하는 편이 아니다. 현실  때문에 목표도 높게 잡지 않고 포기도 빨리하는 편이라서 그런가 보다. 결혼하고 나서 아이를 낳고 기르며 친정에 대한 부러움이 있긴 하지만 그건 내가 어쩔 수 없는 문제고.


특히, 연예인은 나와 상관없는 '그들만의 세상'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그랬. 그런데 그들이 부러운 게 한 가지 생겼다. 바로 아이의 순간순간을 남길 수 있다는 거다. 아이와의 추억  영상을 남길 수 있다는 건 큰 복다. 돈도 받고 여행도 가고 전문가의 편집 영상도 생기고, 얼마나 좋아. 물론, 그것도 선택받은 일부 연예인에 해당되긴 하지만, 누군가의 자녀라는 것만으로도 사랑받는 아이들을 볼 때면 딸에게 가끔 미안해진다. 나의 부러움은 곧, 딸에 대한 미안함이다.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딸에게 미안한 일이 하나둘 생길 때마다 한없이 작아진다.


'아빠 어디 가'로부터 시작되어 인기를 얻은 육아 예능. 물론 그전에도 육아 예능은 있었지만, 이 프로그램만큼 폭발적이진 않았다. 이후에 생긴 비슷한 프로그램은 비호감 출연진도 많고, 제작진(과한  PPL, 사교육 조장, 오글거리는 편집 등)도 그리 마음에 들지 않아보다 말았는데, '아빠 어디 가'는 후, 준수, 준, 그리고 이조녁의 매력이 엄청나서 챙겨봤다. 2기로 넘어가면서 다른 예능처럼 되어가길래 1기만큼 챙겨보진 않았지만 그래도 가끔 찾아 정도로 좋아했던 프로그램이다.


유튜브(정기적, 지인 5명 정도에게만 알림)에 기록 차원으로 아이 영상을 올리고 있긴 하지만, 남기지 못한 순간순간이 너무 많아 아쉽다. "이건 찍어야 해."라는 생각이 들어 누구보다 빠르게 폰을 집어도 그 순간을 놓치고 만다. 다시 한번 해달라고 해도 절대 해주지 않는다(아가와 고양이의 공통점 10가지). 영상을 겨우 찍었다 해도 기획부터 업로드까지 할 일도 많고 시간도 부족하다.


육아 예능에 나오는 아이들만 특별히 귀여운 게 아니다. 아이들은 모두 귀엽고 놓치기 아까운 시간이 존다. 보육 봉사할 때도, 아이들을 가르칠 때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그런 생각이 더해졌다. 아가들은 모두 사랑받으려 태어난 존재다. 나도 너도 그렇다. (아동학대 소식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 ㅠㅠ)


누군가 촬영해서 편집까지 해준다면 할머니 되어서도 보면서 기뻐할 텐데. 아니, 할머니까지 갈 것도 없이, 아이의 사춘기(나의 갱년기) 때 보면 화를 삭일 수 있을 것 같은데(지금도 그럴 때가 있...). 영상 편집을 종종 하던 남편에게 기대했지만, 아이 사진도 잘 찍지 않아서 포기했고, 영상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내가 버벅대 하기 시작했다. 이 부분만은 남편이 알아서 잘할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예전에 남편이 나한테 계속 거절당하면서도 잊을만하면 고백했던 게, 진짜 날 좋아해서 그런 게 아니라 습관이었나 싶을 정도다. 마지막까지 받아주지 말았어야 하는데. 쳇.


아무튼, 카메라를 세팅해놓고 다 촬영해서 편집할 시간은 없으니 아이가 특별한(모든 말이 특별하긴 하지만) 한 마디를 했을 때, 잊지 않기 위해 바로 휴대폰에 써놓고(바로 안 하면 생각 안 남), 시간이 날 때 그 상황을 기록하고 있다. 아이의 말에 감동받고 상처 받은 그 순간을 남기는 것도 꽤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거라도 해야지.


무엇보다 나중에 나중에 아이가 많이 커서 내 기록들을 보면서, 정말 많이 사랑받았다는 걸 느껴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를 사랑하고 사랑받으면서 행복한 인생을 살아가길.


아이의 말 한마디에 내 행동이 변하기도 하고, 아이로 인해 많이 성장하고 있다. 기나긴 학창 시절 동안, 기억에 남는 교사가 거의 없는데, '내 인생의 참 스승'이 바로 딸이라는 생각이 든다. 앞으로도 기록을 남기면서 딸에게 많이 배우고, 딸과 함께 성장하고자 한다.




<브런치북> 내 인생의 참 스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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