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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y 25. 2018

아가와 고양이의 공통점 10가지

육아휴직 - 출산 후, 1년의 시간 (2017.08.07. 작성)

                                       

난 예전부터 아이를 좋아했다. 나를 잘 모르는 사람 중에서 나에 대해 마음대로 판단하고 결론 내리는 사람이 가끔 있는데, 그들은 내 성격이 까칠하기 때문에 내가 아이를 좋아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내가 융통성이 부족할 정도로 원칙주의자여서, 사회생활을 하면서 독하다는 소리도 드세다는 소리도 많이 듣는 편이지만, 그저 공사가 확실하며, 약한 사람이나 내 사람에게는 누구보다 따뜻한데 말이다. 내가 귀여운 것을 얼마나 좋아하는데. 


20대 중반에 유아를 대상으로 한, 교육기관에서 근무를 한 적이 있다. 그때 학부모들은 나중에 내가 아가를 낳게 되면 너무 잘 키울 것 같다고 하셨다. 잘 키우고 있는 것인지 모르겠고 힘든 일도 많지만, 행복한 마음으로 육아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아가와 함께하면서, 그동안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는 경우가 있다. 그중에 하나는, 내가 좋아하는 고양이와 아가의 공통점이 의외로 많다는 것이다. 그런 일을 발견할 때마다 피식피식 웃게 된다. 그리고 우리 아가가 유난히 고양이랑 비슷한 점이 많다. 내가 고양이를 너무 좋아해서 고양이 같은 아가가 태어난 것인지도 모르겠다. 


은근히 많은, 아가와 고양이의 공통점. 그중에서 10가지를 추려 봤다.



하나, 순간 포착이 어렵다.

너무너무 어렵다. 너무 귀여운 행동을 하는 순간, 휴대폰을 들고 나면 이미 그 순간은 지나가 버리고 만다. 운 좋게 휴대폰을 들었다 해도 그 순간을 놓치기 일쑤다. 놓치고 나서 혼자 안타까워한 적이 얼마나 많은지. 그래서 동영상 촬영을 선호하지만, 그마저도 여의치 않다. 아무리 잘 찍어도 실물보다 더 귀엽게 찍히지 않는다. 


▲ 몇 년 전, 한 유기묘 카페에서 찍은 사진. 찍힌 사진을 보고 한참 웃었다. ⓒ고상(고양이상자)


, 사진으로는 처절함이 보이지 않는다.

사진에서 보이는 아가와 고양이의 모습은 너무나 귀여운 모습이다. 하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엄청난 처절함이 숨겨져 있다. 고양이 사진에서는 집안에 가득한 털, 긁어놔서 엉망이 된 가구, 뛰어다니면서 넘어뜨려 뒹굴고 있는 물건 등이 보이지 않고, 아가 사진에서는 이유 모를 울음소리, 기저귀를 벗어난 응가, 옷을 갈아 입힌 후에 하는 토 등이 보이지 않는다. 그래도 귀여우니까 괜.. 찮.. 다..  


, 손톱으로 뭔가를 긁는다.

우리 아가한테만 해당하는 것일 수도 있지만, 손톱으로 자꾸 뭔가를 긁는다. 고양이야 길게 자라는 손톱을 갈기 위해서 스크래쳐가 필요하지만, 아가는 대체 왜 긁는 것인지 모르겠다. 긁는 소리가 좋은 건지, 그 감촉이 좋은 건지 모르겠지만, 기껏 조심히 깎은 손톱이 찢겨서 날카로워지면 속상하다. 손톱이 뒤집어지기도 해서 자기도 아플 텐데 긁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 손가락의 움직임이 현란해질 뿐이다. 그 손톱으로 나를 긁으면, 정말 아프다. 작디작고 얇디얇은 아가 손톱인데도 엄청 아프다. 나만 긁는 것도 아니고 자기도 긁는다. 손톱은 또 얼마나 빨리 자라는지 모른다.


▲ 오동통한 아가 손. 손톱가위로 손톱과 발톱을 처음 깎았을 때 벌벌 떨었다. ⓒ고상(고양이상자)


, 실수하면 원래 그 행동을 하려고 했던 것처럼 한다.

이것도 우리 아가한테만 해당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아가가 분명 나를 보면서 내가 있는 쪽으로 기어 오다가, 아직 방향을 잘 잡지 못해 다른 쪽으로 가게 될 때가 있다. 그러면 아무렇지도 않게 그곳이 처음 목표였던 것처럼 거기에 정착한다. 그러고 나서 잠시 후에 다시 처음 목표였던 나에게 온다. 고양이도 마찬가지다. 탁자에서 다른 탁자로 뛰려다가 미끄러져서 바닥으로 떨어지면, 원래 바닥으로 내려가려 했던 것처럼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도도하게 걸어간다.


다섯, 츤데레다.

일본어 츤데레라는 말은 무심한 척 챙겨주는 것을 말한다. 관심 없는 것 같다가도 문득 관심을 표현하는 것이다. 고양이랑 있다가 시선이 느껴져서 쳐다보면 고양이는 다른 곳을 바라본다. 마치 보고 있지 않았던 것처럼, 너 따위에게 관심 없다는 것처럼. 그러다가 쳐다보지 않으면 그제야 다시 쳐다본다. 아가도 그럴 때가 있다. 아가가 아빠를 보고 있길래 내가 남편한테 아가가 쳐다본다고 말하면, 내 말을 들은 남편이 아가를 쳐다본다. 그때 아가는 갑자기 고개를 돌렸다가 아빠가 다른 곳을 보면 다시 아빠를 쳐다본다. 그리고 나에게 관심 없이 혼자 잘 놀고 있어서 다른 일에 집중하면, 어느샌가 다가와 나한테 파고들면서 애교를 부리곤 한다. 참 묘하다.


여섯, 유연하다.

고양이가 그루밍을 하면서 여러 자세를 취하는 것도, 아가가 자기 발을 입에 갖다 대는 것도, 바라보고 있으면 신기할 뿐이다. 아가의 기저귀를 갈 때 자기 발을 입에 물고 안 놔주면 난감하다. 


일곱, 좁은 곳과 구석을 좋아한다.

고양이는 자기 몸이 꽉 끼는 좁은 곳에 들어가는 것을 좋아한다. 특히, 상자를 좋아한다. 아가도 마찬가지다. 얼마 전에 택배를 받고 상자를 그대로 둔 적이 있는데 아가가 자꾸 그곳에 들어가려 해서 막느라 애먹었다. 조금 더 크면 텐트 같은 자기만의 공간을 마련해줄 예정이다.


▲ 고양이과 동물은 상자를 무척 좋아한다. 출처 : youtube


여덟, 호기심이 많다.

외국 속담 중에 '호기심이 고양이를 죽인다(Curiosity killed the cat).'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양이의 호기심은 대단하다. 겁도 많으면서 그 겁을 호기심이 이기나 보다. 처음 보는 물건은 꼭 만져봐야, 움직이는 것은 꼭 따라가 봐야 직성이 풀린다. 그것을 지켜봐야 하는 내 마음은 콩닥콩닥하다. 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오늘도 아가는 이곳저곳 이것저것 탐색하고 있다. 슬슬 기기 시작하는 지금부터 이러니 앞날이 깜깜하기도 하지만, 그래도 호기심으로 인한 행동 덕에 웃음이 나올 때가 많다.


아홉, 끊임없이 일거리를 만든다. 

고양이는 걸어가면서 무언가가 있으면 툭툭 치며 간다. 자기가 피해 가면 될 것 같은데 굳이 치면서 간다. 높은  곳에 올라가면 그 위에 있는 것을 툭툭 치면서 떨어뜨린다. 뭐라 하면 "내가 뭘?"이라는 표정을 짓는다. 그래도 가장 많은 일거리는 역시 털이다. 이제 조금씩 움직이는 아가도 뭔가를 툭툭 친다. 장난감을 헤집어 놓기도 하고, 잘 접어놓은 빨랫감을 헝클어 놓기도 한다. 덕분에 부지런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열, 잠잘 때 너무나 사랑스럽다.

긴말이 필요할까. 둘 다 잠을 오래(아가는 신생아 시기를 지나야) 잔다. 해야 할 것이 많아서 바쁘고 힘들더라도 자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너무나 사랑스러워서 미소 짓게 된다. 조그맣지만 넓은 공간을 차지하면서 자는 것도 너무 귀엽다. 너무 사랑스러운 아가와 고양이. 결론은, 둘 다 심장에 안 좋은 생명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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