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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Mar 04. 2021

어린이집 vs 유치원

| 첫 번째 어린이집


복직 준비를 하던 나와 돌 전이었던 아가가 열심히 적응하던 첫 어린이집은, 영아 전담 민간 어린이집이었다. 휴직 기간 동안 아가를 안고 발품 팔아 돌아다니면서 선택했고, 복직 후 가장 늦게 까지 있던 종일반 아가를 모든 선생님께서 번갈아 돌봐주셨던 고마운 곳이었다. 어린이집 교사 이직률이 높은데, 그곳은 오래 다닌 선생님들이 많아서 더 좋았다. 아마 이사를 하지 않았다면 다닐 수 있는 연령까지 다녔을 거다. 아이도 가끔 그 어린이집 이야기를 할 정도로 따뜻한 곳이었다.


그나저나 기어 다니던 아가를 선생님한테 안기고 집으로 걸어오면서 펑펑 울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유아반으로 올라가다니, 시간이 정말 빠르다.


산후조리원 퇴소 이후, 온전히 나 혼자 아가를 돌봤기 때문에 아가와 떨어진 것이 처음이라서 너무 무서웠기억. 적응기간이라서 떨어져 있었던 시간이 짧았던 건 안 비밀. 1시간 정도 후에 아가를 데리러 가자, 원장님이 했던 말씀이 기억에 남는다. "어머님, 그렇게 마음 약하면, 아가  키워요. 앞으로 울 일이 얼마나 많은데요."



| 두 번째 어린이집


서울에서 경기로 이사한 후, 새로운 어린이집을 정해야 했다. 아파트로 이사한 것이라서 아파트에 있는 어린이집을 가장 먼저 고려했고 당연히 될 줄 알았다. 그러나 형제자매가 있어야 다닐 수 있다고 해서 선택할 수 없었다. 지금 생각해도 어이없네. 첫째를 키울만 하다는 생각이 들어야 둘째를 생각하든 말든 할 거 아니야.


아무튼, 두 돌 아가를 버스 태워 등하원할 수는 없으니 걸어서 다닐 수 있는 곳 최우선으로 찾았다. 주변 어린이집 탐색하다 결정했고, 지금까지 다니고 있다. 이사는 1월에 했는데, 3월 새 학기부터 다닐 수 있다고 해서 1, 2월은 원래 다니던 첫 어린이집으로 다녔다. 지금 생각하면 그 추운 겨울 두 달 동안 어떻게 버텼나 싶다.


이른 아침에 셋이서 차에 탑승, 나는 중간에 내려서 지하철 타고 출근, 남편은 아가를 등원시키고 출근(내 직장보다 남편 직장이 예전 집과 훨씬 가까웠다), 내가 칼퇴하고 달려가 아가 하원, 추우니까 지하철 역 안이나 편의점에서 아가와 놀면서 남편 기다리다가, 남편이 오면 다시 집으로. 아가가 아프면 틀어지는 아슬아슬한 일정이었는데, 아가의 협조가 컸다. 덕분에 첫 어린이집에서 1년 채워 수료도 했고.


이제 내년부터 다닐 새로운 곳을 또다시 알아봐야 한다. 현 어린이집에서 유아혼합반(만3~5세)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규모가 작은 곳이라 6, 7세는 없기 때문이다. 5세부터 이미 규모가 큰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바꾼 친구도 있지만, 아직은 작은 어린이집 돌봄을 받는 게 좋을 것 같아서 5세까지는 다니던 곳에 다니기로 했다.



| 세 번째 어린이집? 첫 번째 유치원?


어린이집과 유치원 중에 어느 곳을 선택해야 할지 고민이다. 보통 어린이집은 보육을, 유치원은 교육을 담당한다고 구분하지만, 비중의 차이가 있을 뿐 두 기관 모두 보육과 교육을 담당하고 동일한 누리과정을 시행한다. 교사 역시, 보육교사와 유치원 정교사의 차이가 있지만, 교사의 교육 수준보다는 아이를 대하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것도 선택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는 아니다. 내가 고려할 요소는 운영 시간과 교육 과정이다. 전자는 내 업이 있기 때문에 일정 시간 동안 안전한 돌봄이 필요하기 때문이고, 후자는 공부보다 뛰어 노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어린이집과 유치원의 차이. 기본적인 것은 이렇지만, 각 기관별로 차이가 있기 때문에 잘 알아봐야 한다. ⓒ고양이상자(고상)


올해까지 생각하면 아이의 5년 인생 중 4년을 어린이집 보낸 것이니, 초등학교 입학 전에 유치원을 경험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국공립 유치원의 기본 운영시간은 3~5시간으로 어린이집에 비해 너무 짧기 때문에, 조부모 찬스가 없으면 돌봄 공백이 생겨 선택하기 어렵다. 돌봄이 해결된다면 아이에게 가장 알맞은 곳으로 교육과정까지 꼼꼼하게 살필 수 있겠지만, 부모 모두 업이 있다 보니, 돌봄이 최우선인 게 현실이다. 맞벌이라면 방과후과정에 신청할 수 있지만 대부분 오후 5~6시까지만 운영하고, 그마저도 모두 될 수 있는 게 아니다. 방과후과정 추첨에서 떨어지면 학원으로 돌리는 방법밖에 없는데, 그렇게까지 할 생각은 없다. 그리고 사립 유치원은 내 선택지에 없다. 물론, 좋은 곳도 있겠지만, 개인적인 신념을 지키고 싶기 때문이다.


참고로 영어유치원이라 불리는 곳은 유치원이 아니다. 유아를 대상으로 하는 영어 학원이지.



| 결론


많이 고민했다. 역시, 조부모 찬스 없는 맞벌이에겐 어린이집이 최선이다. 신경 쓸 게 얼마나 많은데 유치원 방과후과정에 떨어질까 조마조마하고 싶지도 않다. 초등학교 때 겪을 일을 굳이 미리 겪을 필요도 없고.


일단, 유아통합반이 아닌, 연령별로 반을 운영하는(규모가 큰) 어린이집을 알아보기 결정했다. 국공립 어린이집이 1순위이지만 내가 결정한다고 보낼 수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민간 어린이집도 살펴보고 대기를 걸어야 겠다. 불안한 노란 버스는 태우고 싶지 않은데, 주변에 도보 등하원할 수 있는 괜찮은 어린이집이 있는지 모르겠다. 또 시작해야 하는 발품. 언제까지 발품을 팔아야 할까.


안 그러고 싶은데, 조부모 찬스가 있는 부모가 부럽다. 힘듦을 말할 수 있는 대상이 있다는 것만도 부럽다. 부러우면 지는 건데, 육아와 업을 병행하 혼자 아등바등하면서 매일 지고 있다. 


딸에게 든든한 친정이 되어 주고 싶은 한 편, 미래의 딸은 하고 싶은 일 하면서 돌봄 공백 걱정이 없기를 간절히 바란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으니, 더 좋아지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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