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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Feb 15. 2021

언제까지 나를 찾을까?

오전에 일정이 없으면 아이가 일어날 때 곁에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오전에 나갈 일이 생기면,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양해를 구한다. 내일 아침에 엄마가 없더라도 아빠랑 잘 준비해서 어린이집에 가라고, 일 빨리 끝내고 일찍 데리러 가겠다고. 다음 날, 일정을 마무리하고 아이를 데리러 어린이집에 가면, 평소와 다름없이 저녁 시간을 보낸다. 그런데 자려고 누웠을 때, 아이는 내게 꼭 묻는다.


엄마, 내일 아침에 없을 거야?



꼭 안아주면서 아침에 있을 거라고 해도, 일주일은 계속 물어본다. 자기 전에 꼭. 내가 풀타임 직장에 다닐 때는 아침에 항상 없으니, 아빠와 등원 잘했는데, 업을 바꾼 후 아침에 내가 집에 있는 경우가 많자, 오히려 더 나를 찾는 것 같다. 집안 어딘가에 숨어 있을까 생각도 해봤지만, 남편 말로는 내가 없는 날엔 일어나자마자 엄마를 부르며 집안 구석구석 나를 찾으러 다닌다고 하니 그것도 할 수 없다.


아침에 내가 집에 없는 날은, 아침 상황에 대해 남편과 공유한다. ⓒ고상(고양이상자)


요즘은 방학이라 외부 일정이 거의 없다. 회의나 강의가 있어도 코로나 때문에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오프라인 회의가 잡혀서 아침 일찍 나갈 일이 생겼다. 전날 저녁 식사를 하면서 아이에게, 내일 아침에 엄마가 없을 거라고 말했다. 아이는 알겠다고 하더니, 내게 말했다.


이모삼촌 선생님 하러 가는 거지?
데리러 올 때까지 기다릴게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모삼촌 선생님 하지 말고, ○○이 엄마 해."라는 말을 했던 아이가, 이렇게 말해서 놀랐다. 이만큼 컸구나 싶어서 고맙기도 하고, 기특하기도 하고, 미안하기도 했다. "엄마가 돈 많이 벌어서 ○○이 초콜릿 사줄게."라고 하자,


초콜릿 안 먹어도 돼.
□□□ 보여 줘. 다섯 살이니까 5번.



살짝 감동받았는데, 와장창 깨졌다. 아이 나름대로 원하는 것이 있었다. 영상 시청 횟수로 거래를 하다니. 다섯 살이니까 다섯 번 보겠다는 말이 너무 웃기다. 네 살 때 네 번만 보자고 꺼병이 모형(까투리엄마 새끼들) 네 마리를 가져다 두고, 영상 하나 끝나면 한 마리씩 다른 곳으로 옮긴 적이 있는데, 그때 생각이 났나 보다. 영상을 보여주더라도 횟수를 정하고 보여 줘야 할 것 같아서 했던 방법인데, 이 방법을 더 이상 쓰지 않은 이유는, 마지막 꺼병이까지 옮기고 그만 보자 했을 때, 아이가 옥토넛 대원들을 데리고 왔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약속한 대로 영상을 보고(물론, 다섯 번으로 끝나지 않았다.) 자려고 누우니, 내일 아침에 없을 거냐고 또 묻는다. 내일 아침에 없지 말라고 몇 번 그러더니,


그럼, 내일은 초콜릿 사러 가요.



응?? 영상도 보고 초콜릿도 먹고?? 속았다. 앞으로는 없을 거란 이야기만 하고, 다른 이야기는 하지 말아야겠다. 지금이야 영상 몇 번에 초콜릿이지, 원하는 게 점점 더 커지면 안 될 것 같아서. 다음날 역시, 엄마를 부르며 집안 구석구석을 뒤진 건 안 비밀.


그나저나 아이가 초등학생만 되어도 엄마를 찾지 않는다는데, 그때가 되면 시원섭섭할 것 같다. 나를 찾아주는 이 순간을 즐기며 소중하게 간직해야겠다. 돌 전부터 어린이집에 다니면서 엄마를 도와준 기특한 딸. 너의 존재에 감사해. 정말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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