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둘째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나는 형제가 있어도 혼자 힘으로 살아왔고 남편도 외동이라서 하나만 잘 키우자고 생각했는데, 워낙 아이를 좋아하다 보니 욕심이 생긴다. 특히, 요즘 같은 비대면 상황에서 형제자매끼리 잘 놀고 있는 아이들을 보면 그런 생각이 더 든다. 둘이나 키울 형편이 아닌데, 예나 지금이나 가진 능력에 비해 하고 싶은 게 많은 게 문제다.
새로운 업을 시작한 지 2년 차, 경력을 잘 쌓아야 하는 시기에, 임신과 출산, 신생아 육아를 시작하며 경력이 다시 단절된다는 건 너무 큰 부담이다. 그리고 산후조리원 퇴소 이후, 신생아와 둘이 아등바등하는 것도 힘들었는데, 챙겨야 할 아이가 있는 상태에서 신생아를 혼자 돌보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육아는 부부가 같이 해야 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몇 년 전에 이직한 남편의 야근이 너무 많아서 아마 더 어려울 거다. 그나저나 가족계획을 할 때 경력까지 고려하는 건, 대부분 엄마 쪽이라는 게 속상하다.
아무튼, 가끔 여자동생 남자동생 낳아달라고 했던 아이가, 어느 날 이렇게 말했다.
형아, 낳아주세요.
어린이집 친구 중에 하원 할 때 형이 데리러 오는 아이가 있는데, 그게 부러웠나 보다. 엄마가 아이를 낳으면 동생이지 형아는 아니라고 이야기해줬다. 형과 오빠의 호칭 정리까지는 하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알 수 있는 것이니까. 오빠라는 호칭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아직 관계를 헷갈려한다. 친구가 형아라고 부르니, 자기도 형아라고 불러야 하는 것 같은 느낌인가 보다.
아이와 함께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동생이 있으면 좋겠냐고 물었더니, 잠시 고민하다가 내 출산 수술 자국을 만지작거리는 아이.
해마처럼 아빠가 낳으면 좋을 텐데. 엄마 아야하지 않게.
임신-출산-육아를 거치며 어느 누구에게도 이런 따뜻한 말을 듣지 못했다. 힘들단 이야기를 할 곳도 없었다. 그런 곳이 있는 사람들을 부러워하기만 했다.
나는 둘째를 생각하면서 불안한 내 미래만 떠올리고 있었는데, 아이는 동생을 생각하면서 엄마를 생각하고 있었다. 아이의 마음이 나보다 훨씬 더 넓고 크다. 시크한 편인 아이는 가끔 이런 한 마디로 내게 감동을 준다.
같이 목욕할 때 수술 자국을 보면서 이게 뭐냐고 물은 적이 있어서, 여기서 ○○가 뿅 나왔다고 이야기했는데, 그걸 기억하고 있었다. 놀랄까 봐 나름 가볍게 말한 건데 많이 아파 보였나 보다. 이럴 줄 알았으면 재생 크림 좀 발라서 관리 좀 할 걸. 물론, 그럴 여유가 전혀 없었지만.
아마 둘째에 대한 고민은 계속할 것 같다. 딸의 마음 씀씀이에 감사하면서, 우리 가족에게 가장 좋은 것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해봐야겠다. 내 나이도 고려해서 잘 결정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