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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양이상자 Feb 24. 2021

정말이지, 귀여우니까 견딘다

세상 모든 아이들은 귀엽다. 임신-출산-육아를 거치면서, 내가 괜히 <귀여우니까 견딘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썼던 게 아니다. 정말이지 귀여우니까 견뎌왔고, 지금도 귀여우니까 견디고 있다. 그런데 요즘 노키즈존도 있고, 모든 사람이 아이를 귀여워하는 것이 아니니, 밖에서는 항상 긴장 상태다.


얼마 전, 한 식당에 갔다. 자기 몫을 다 먹은 아이는 기분이 좋은지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손님이 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신경이 쓰여서 '여긴 우리만 있는 게 아니니까 집에 가서 크게 부르자'라고 아이에게 말했다. 알겠다는 아이에게 감사함을 표현한 후, 같이 있던 남편에게 지나가는 말로 "우리 눈에만 귀엽지."라고 했다. 아이는 나를 빤히 보더니,


○○이 귀여운데? 안 귀엽대요?



자기가 귀엽다고 말하는 아이의 당당함이 너무 웃겼다. 그리고 아이의 말을 들은 옆 테이블에서 "아니야. 우리도 귀여워."라고 해주셔서 정말 감사했다. 식당에서 나오면서 아이는 테이블마다 돌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라고 인사했다. 그러던 중 어느 분께 세뱃돈까지 받았다. 코로나로 아무 곳에도 가지 못해서 영상으로만 세배했기 때문에, 올해 처음 받은 귀한 세뱃돈이었다. 정말 감사했다.


아이와 함께 다니면, 생각보다 눈치를 주는 분들이 많다. 그래서 아이를 향한 따뜻한 말을 들으면, 정말 감사하다. 아이가 자리에 앉기도 전에 "아이가 물 흘리지 않게 해 주세요."라고 딱딱하게 말해서 밥 먹는 내내 밥이 어디로 들어가는지 몰랐던 적도 있고, 다 먹고 나서 식탁 위는 물론, 바닥까지 정리하고 일어서는데(아이가 깔끔하게 먹는 편이라 흘리는 것이 거의 없는데도 불구하고), "아이 있는 손님이 오면 정리할 게 많아요."라며 농담인지 뭔지 모를 소리를 들었던 적도 있다. 그때는 나도 기분이 상해서, 어른들만 왔다 갔는데 우리 자리보다 어질러 있던 테이블을 가리키며, "저긴 아이 없었는데요?"라고 했었다. 그리고 그런 식당들은 아무리 맛있어도 다시 가지 않았다. 아이의 귀는 항상 열려있으니까.


강풍이 불던 어느 날, 하원한 아이와 함께 횡단보도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잔뜩 겁먹고 내게 꼭 붙어 있던 아이가,


바람이 ○○를 밀어. ○○이가 싫은가 봐.



라고 했다. 추우니까 얼른 집에 들어가라고 바람이 밀어주는 거지, 싫어하는 게 아니라고 하자, 우리 대화가 들렸는지, 옆에 계시던 분이 "아이가 말을 너무 귀엽게 해요."라고 해주셨다. 그런 한마디가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집에 들어와서 몸을 녹이며, "따뜻한 전골 먹고 싶다."라고 혼잣말을 했는데, 옆에 있던 아이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를 바라봤다.


나 정글 무서운데, 가야 돼?



아이의 엉뚱한 말에 하루의 피로가 사르르 풀린다. 이렇게 웃음과 행복을 주는데, 어떻게 안 귀여워. 내 눈에만 귀여워도 귀여운 거지, 뭐. 너 정말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워. 진짜진짜 완전 귀요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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